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제 단어만 들어도 지긋한 코로나 바이러스,
브런치 주제로 그만 쓰고 싶지만
요즘 근황은 코로나를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그 속의 이야기 스타트
예전엔 한살림을 엄마 따로 오빠 따로 나 따로
"한살림 가는데 필요한 거 있나?"
"어 이것, 저것, 요것 사다 줘~"
하던 개인주의 식구들이었는데 요즘엔
참새가 방앗간 들리듯 모녀가 함께 간다.
제법 안부를 주고받는 직원분이 물으셨다
"분가라도 하셨나 봐요."
ㅋㅋㅋㅋㅋㅋ웃겼다. 요즘 들어 엄마와 내가
물건을 나누어 계산하나 궁금하셨나보다.
뜻하지 않게 결밍아웃.
결혼을 할 건데요, 여러 달 뒤로 미루어졌고요,
아직 같이 사는 건 아닌데, 갈 곳이 없어 주말에는
같이 지내요 라는 식의..
뱅크샐러드로 이번 달 들어 지출내역을 살폈다.
돈 쓴 건 오로지 '식비', '재료비' 단 두가지 항목.
50대 50이다 푸하하.
가게 재료도 코스트코나 청과물시장에서 구입하는 건 0. 온라인으로 시키는 게 대부분인 요즘.
그나마 아직까진 쿠팡프레시나 마켓컬리 등으로
음식 배송은 안 시키는 나. 자고로 음식 재료는 직접 보고 손으로 골라 담는 맛이라며.. 저스트 마이 철학
삼시세끼 집밥을 먹으니 식비가 상당하다.
(아 물론 주중에는 거의 아빠엄마에게 빌붙지만)
그나마 아끼는 건 밖에서 마시는 커피값.
안 그래도 옷 잘 사지 않는 나지만
의류 쇼핑+발레비 합치면 이번 달 식비랑 같을거다.
오픈 작업실을 예약 방문으로 해둔지 3주째,
예전엔 작업실에 있는게 지겨워 퇴근하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들썩했다면 요즘은 자꾸 갈 일을
부러 찾아 만든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기에 가능한 거지만. 생산작업을 자주 할 필요는 없지만 조금씩이라도 매일매일 만드려고 하고 있다. 내 제품은 식품 가운데 주식이 아닌 디저트기에, 코로나에 타격이 크다. 게다가 주소지가 대구라 주문을 하셨다가 취소하는 일도 있다. 어쩌겠노. 나에겐 미우나 고우나 내 고장이건만 대구만 가면 바이러스에 걸리는 줄 아는, 대구사람은 모두 걸려있는 줄 아는 분들도 이해해줘야지. 오늘 동네를 도는데 대형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카페와 작은 공방들은 문을 닫고 '임시휴업'이라 붙여져 있다. 모두가 활짝 여는 날이 얼른 다시 왔으면!
나에게 감수성이라는 게 올 때는
한달에 한 번 호르몬의 노예가 되는 생리 주간 때다.
그런데 툭하면 눈물이 또르르 하질 않나.
유난히 길가에 핀 꽃에 집착하지 않나.
엄마한테 요즘 왜이렇게 사람들이 애잔하고 짠한지 모르겠다 하니 "네가 제일 짠하거든!?"
아차 했다. 그래 며칠 있으면 월세 날이지 참.
우리 건물주는 갓물주가 아니시지 참.
정신 차리고 장사할 생각 해야겠다.
미국 ABC방송 이언 패널(Ian Pannell) 특파원이 코로나19를 극복하고자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대구를 찾아 보도한 기사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해당 기자는 지난달 말 대구를 직접 찾아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은 뒤 '한국의 코로나19 발병 진원지 안에서'(Inside the epicenter of the Korean novel coronavirus outbreak)라는 취재수첩 형식의 기사를 썼다.
"한 병원에서 구급차가 언제쯤 아픈 아버지를 모시러 올 수 있느냐고 차분히 묻는 한 남성을 만났다. 그는 '집에 돌아가 순서를 기다려달라'는 말을 듣고 순순히 발길을 돌렸다. 대구에 공황은 없다. 폭동도 없고, 두려워하는 군중도 없다. 절제심 강한 침착함과 고요함만이 버티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매일의 일상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코로나로 싸우고 있는 모두를 응원한다.
특히 최전선에서 각투를 벌이고 계신
의료진분들의 노고와 헌신에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당장 내일이 힘든 자영업자지만
오늘이 더 힘든 당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