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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Dec 18. 2019

다시 한 번 우리나라 최동단으로

어쩌면 이건 운명일지 몰라




지난 주말 파주의 밤,

실은 책출간 말고도 결심한 게 하나 더 있었다.



구상여행


매년 연말에 다음 해를 구상하는 여행을 하기로.

(작년 시베리안횡단열차 안에서 2019년을 맞이하긴 했었지만 얼어붙는 추위에 아무 계획없이 신년맞이를 했었다)

그리고 별 고민 없이 올해 어디갈지도 결정했다.


울릉도

사실 울릉도는 가본 적이 있다.

그도, 나도.


7년 전 친오빠와 둘이서 처음 떠난 여행지였고.

그는 내가 간 그곳의 발자취를 따라 몇 해전

절친과 울릉도를 다녀왔었다.

그런 울릉도에, 이번엔 함께 가자고.

그냥 간다고 하면 엄마가 안 보내주실 것 같으니

셀프 웨딩촬영을 하러 간다는 빌미까지.

(얘길 들은 엄마는 "그 예쁘지도 않은 곳에 왜가?

이왕이면 제주도나 다른 곳에서 찍지." 한다. 힝)


제주도 왕복 비행기표(12만 원)보다도 비싼

울릉도 왕복 뱃삯(13만 원)이지만

우리에겐 제주보다 울릉섬이 더 애착이 가기에.

그렇게 계획하고서 대구로 돌아와 출근한 아침,

낯선 번호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울릉군산림조합인데요"


'???!'

말한 적도 없는 우리의 울릉행 소문이 퍼졌나

남자친구가 숙소나 뭘 예약한 건가

의아해하면서 들어보니 내용인즉슨,

계신 사업장에 도시락을 가지고 방문할 테니

먹으면서 특산물 홍보를 들어줄 수 있겠느냐였다.

그것도 오늘 점심시간에 바로 오겠단다.

그래요 오세요 하고 나서

"직원이 몇 분이세요?" 묻기에

"저 혼자인데요." 했더니

그럼 인근의 다른 사장님들 다섯 분 정도

모아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맞다 책모임!

매주 화요일마다 이웃 hago에서 책모임이 열리고

그곳엔 나를 포함 사장님 다섯 명이 모이니

딱이다 싶었다.

그래서 다음날 열두 시로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오늘. hago로 갔다.

마침 모두가 점심약속이 없단다.

'울릉군 산림조합에서의 도시락 제공'

이란 소식에 다들 왠지 들떠하며 책을 읽었다.


열한 시 오십 삼분쯤.

"계신가요~"

정장에 경량패딩을 입고

김필을 아주 많이 닮은 남자분이다.



"울릉도에 와보신 분 계신가요?"

라는 질문에 유일하게 손 든 나.

그리고 다음 질문.

"울릉도에 갈 계획 있으신 분 계신가요?"

또다시 손 든 나.


특이하단다. 스무 명에 한 명 있을까 말하다며.

나도 신기하다 말했다. 이런 내가

그리고 울릉도 갈 계획을 세운 바로 다음날

이렇게 연락 온 게 많이 놀랍고 신기하다고.


도시락을 먹으며 울릉도 특산물인

마가목과 엉겅퀴에 대해 소개를 들었다.

결론은 예상대로 산림조합에서 나오는 상품 홍보?

였지만 한봉에 9천원한다는 취나물도 두 봉 받고

우리가 흔히 아는 밀크씨슬이 엉겅퀴라는

깨알 상식도 얻고 나름의 유익한 시간이었다.


어쨌든.

2019년 12월 30일-2020년 1월 1일
2019년의 끝과 2020년의 시작은 울릉도에서다




카푸치노와 함께 이달의 책.

 bgm. Pieter De Graaf - Woke up wand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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