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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Sep 02. 2020

당분간 손 쓰지 마세요

손 쓰는 일 하는 내게 손을 쓰지 말라니


이틀 전 자고 일어났는데 손이 이상했다.

왼쪽 손목이 저릿저릿 시큰시큰,

잘 때 차고 잔 애플 워치 때문인가?

아님 자다가 눌려서 쥐 났나?

통증은 나아질 줄 모르고 점점 심해져갔다.

저녁이 되니 더 자주, 더 강하게.


3일째, 이제 손을 움직여도 아픈 지경에 다다랐다. 잼을 다 만들고 담아내느라 왼쪽 손으로 병을 지탱하는데 쿡쿡, 그리고 병입한 병의 뚜껑을 닫는데 또 쿡쿡쿡. 명절 시즌이나 대량 주문 건 때 이따금 찾아오던 손목터널증후군. 그때마다 차곤 했던 손목 보호대를 오랜만에 다시 꺼내 찼다. 그리고 며칠 더 추이를 지켜볼까 했는데 잦아진 통증에 온갖 말초신경이 손목에 가있음을 느끼고 오늘 오후 병원에 갔다.



이각도 저각도 요렇게 저렇게 엑스레이를 찍고,

한참 기다려 진료를 받았다.

의사선생님은 세 가지를 질문했다.

"직업이 뭐예요?"

"결혼했어요?"

"임신했어요?"


병명은 '드퀘르뱅 질환'. 다른 말로 '손목 건초염'이라고. 힘줄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막을 건초라고 하는데 이 건초에 염증이 생겼다는 것. 드퀘르뱅 질환의 주된 원인은 엄지손가락의 과도한 사용. 가사일을 도맡아 하는 주부와 아이를 돌보는 육아맘에게 찾아오는 아주 흔한 질환이고, 손가락과 손목 사용을 많이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겪는 직업병 중 하나라고 한다.


잼을 만드니 당연히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이고,

얼마 전 결혼을 했다 하니 가사일을 많이 하게 됐을 거고, 임신했거나 육아 중이면 말할 거 없고.

의사 선생님이 당부했다.


"당분간  쓰지 마세요."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슨생님 제 일은요... 곧 바빠야 할 시즌인데요 :'(

초반에 안 잡으면 만성염증이 되고, 또 왼쪽 손목이 하던 일을 오른쪽 손에 부담을 주다 보면 오른쪽까지 염증 생길 확률이 높다는 것. 그나마 초반에 잘 왔으니 물리치료받고 약 먹고 하면 괜찮아질거라고. 안 나으면 부목을 댈 것이라며 겁을 주셨다. (끙)


진료실을 나와 물리치료실로 향했다. 붉은 적외선 치료를 하고, 푸른 심부열치료를 하고, 찌릿찌릿 전기치료까지 한참 걸렸다. 받은 처방전으로 약 지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눈총을 주셨다. "손 아끼라 그랬지."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랬다. 당분간 회복될 때까진 손을 아껴야 되겠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오늘 친정에서 자고 가기로 했다. 가족들 또 귀찮게 하겠네.


물리치료 3종 세트..


+안마기 손목마사지 모드(최고)







두 달만에 복귀한 이웃 사장님들의 책 모임,

이번 달 선정 책은 마침 읽고 싶었던 <언컨택트>.

7인에서 4인 소수정예가 되었고 테이블에 둘러 앉아 각자 음료 마실 때 외엔 마스크를 벗지 않은 채 진행했다. 한시간 묵독, 한시간 의견 나누기.

모임의 말미에

'언컨택트 시대에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다음주까지 생각해오기로 했다. 마침 손도 잘 못쓰게 된 이 주간 더 깊이 고민해봐야지.






bgm. The Ludlows - James Hor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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