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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Sep 07. 2020

식품 가게에 전기가 나가면 일어나는 일

대구가 자연재해에 강하다고 장담하지 말 것.



10호 태풍 하이선이 지나갔다.

타지 도처에 아는 분들이 계시니 주말에 서로 안부 연락을 주고받는데,

"대구는 인재라면 모를까 자연재해엔 문제 없어요

괜찮아요^^"

하고서 월요일 새벽 영덕으로 가는 남편 출근길만

걱정 안고 보냈더랬다. 다행히 그는 빗길을 뚫고 무사 출근.

그러고 이어서 나도 작업실로 출근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홀 조명이 안들어온다.....?

옆에 있던 공기청정기도, 식물재배기도,

모두 off 상태.

불안감 안고 냉장고를 여는데 팬이 안 돌아간다.

얼른 밖으로 나가 두꺼비집을 열었다.

차단기 둘 중 하나가 내려가 있다.

딸깍, 올리자마자 도로 내려오는 스위치.

몇 번을 시도해도 불꽃같은 게 튈 뿐 전혀 안된다.



가운데 차단기가 문제의 그것.


123 한전에 전화를 걸었다.

"포항 경주 태풍 피해 신고가 많아

전화연결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걸어주세요."

아니 포항 경주가 왜 나와ㅠㅠ여긴 대구지사잖아요

다시 걸어봤다. 이번엔

"코로나19로 인해 전화가 폭증하여 상담사와 전화연결을 할 수가 없습니다."

코로나가 또 왜 나와. 코로나로 자영업 전기세 감면 해주는 건 진작 조기에 끝났는데.

한전 어플에서도 접수할 수 있단다. 얼른 신고 접수를 한뒤 기다렸다.


냉기가 사라져 가는 냉장고를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 급한 대로 얼린 아이스팩 여러 개를 냉장고에 옮겨 잼과 재료들을 살려보도록 한다.

그러다가 '우선 아이스박스나 보냉백에 옮겨 담는 건 어때?'라는 남편의 메시지에 큰 아이스박스 세 개에 옮겨 담았다.



긴급 피신한 잼들


마침내 신고접수한 한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가구 주택이세요?"

"네. 4가구중에 2가구는 가정집 2가구는 상가예요."

"다 안 들어오시는 건가요?"

"가정집은 사람이 없어서 모르겠고 상가 두 곳 가운데 제 쪽만 안 들어오네요." 했더니,

"아 그러시면 누수나 전기합선인데.. 저희가 해결해드릴 수는 없는 문제고, 전업사에 접수하세요."

라고 한다. 근처 전업사를 찾아 통화를 했다. 현장일 하고 있던 기사님이 여러 가지 해보라는 대로(플러그 모두 뽑기, 가스보일러 콘센트도 뽑기, 그리고 다시 차단기 올리기 등) 시도를 했지만 소용없는 건 매한가지였다.

"아... 한 시간 뒤쯤 갈 수 있겠어요."

"냉장이 안되면 안돼서 최대한 빨리 와주세요ㅠㅠ"


전기가 안되니 작동 안 되는 것들

-냉장고 2대

-인덕션

-정수기

-선풍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식물재배기

-비데


자연재해로부터 대구가 안전하다고 왜 장담했던가.

물론 유리창이 깨진다던가, 간판이 날아간다던가, 물에 잠기는 등의 피해에 비하면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전기가 안 들어온다는 복병을 만날 줄이야. 당장 인덕션을 못해 예정해두었던 얼그레이와 곡물잼 생산을 못하는 건 둘 째치고서라도 냉장고 가득 있는 내 자식들이 점점 생기를 잃어간다. 하

주문 건들 태풍으로 내일 발송해드린다고 미리 안내해드려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정말 카오스 대혼돈의 하루를 보낼 뻔했다.


그가 있는 영덕은 지난 마이삭 때 이런 태풍피해가 속출했었다.


올해는 유난히 사건사고를 많이 겪는 것 같다.

수개월 째 나를 괴롭히는 수도세 폭탄 하며,

친정집에서 지하실 침수,

그리고 작업실 전기 누전.

그리고 알 수 없는 손목 염증까지.

안그래도 코로나로 힘든 2020년인데

하반기엔 이런 일들까지 겹쳐져 더 녹록지 않다.



불을 켜지못하니 문 활짝 열어 자연 채광에 의존하는 중...                  바람에 휘날리다 결국 조금 전 바닥에 떨어졌다.








bgm. 우르르 쾅쾅쾅 - 스텔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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