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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Sep 07. 2020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보통의 주말, 평범한 신혼부부의 일상




그리고 지난 주말의 이야기.

많이 먹고, 적게 걷고, 깊이 대화한 날들 •︠‧̮•︡


금요일 밤, 퇴근 후 나는 다음날 촬영을 위해 머리를 했고. 그는 칼퇴근을 하고선 영덕에서 대구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아보카도 샐러드와 화덕피자, 와인으로 저녁을 먹었다. 일주일 새 못다 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그와 나의 도란도란 금요일 밤이 흘러갔다.



좋아하는 '그와 함께하는' 금요일 밤.



친정식구들과 가족사진을

그리고 토요일 아침, 그와 내가 각자의 아침을 보내기로 한 날. 이벤트로 당첨된 노마하우스의 가족사진을 찍으러 나는 서둘러 준비를 해서 친정으로 갔다. 태풍 피해 조사로 고단했던 일주일을 보냈던 그는 더 푹 자기로. 어째 저째 안 하던 눈썹, 아이라인, 볼터치까지 메이크업을 힘줘서 했다. 머리를 묶어야 하는데 헤어똥손이 성공할 턱이 있나. 몇 번을 풀었다묶었다하다가 결국 퀸즈헤어 원장님 sos.


노마하우스에 도착했다. 노마식구들의 환대를 받으며 입구에 들어서는데 느낌이 묘했다. 반년만에 같은 장소에 왔는데 그때의 난 미혼, 지금의 난 기혼이다. :') 또 달라진 건 오늘은 친정식구들과 찍을 거라는 것. 듬성듬성한 아빠의 눈썹을 메꾸어드리려 하는데 마침 센스 있는 메이크업 한울실장님이 해주신단다. 모두가 준비 완료.


좀 더 푸릇푸릇해진 정원에서 찍고, 햇살 들어오는 실내에서도 찍고. 장소를 옮겨가며 수십수백 장을 또 찍는 대표님 그리고 우리를 편안하게, 자연스러운 미소를 드러내려 앞에서 우르르 까꿍 해주는 노마식구들. 아빠 엄마 부부 촬영도 하고, 모녀 촬영도, 부자 촬영도, 심지어 오빠와 나 남매샷까지 찍었다. 웨딩촬영 때의 데쟈뷰인가. 끝을 모르는 촬영. 아니 오늘 하루 열 팀이나 찍으신다면서요... 첫 타임부터 이렇게나 쏟아내고 힘 빼시면 어찌합니까. 슬쩍슬쩍 결과물들을 보는데 역시는 역시다 :•)


역시는 역시, 노마어벤져스


선물 같은 한시간을 꽉꽉 채우고 노마에서 나왔다. 인사하면서 대표님과 조만간 재밌는 기획을 해보자고 하고서. 옷만 갈아입고 그가 기다리는 신혼집으로. 마침 그는 차 실내청소를 마치고 막 돌아오는 길이란다. 태설커플이 황악산을 오른다는 소식에, 추진력 발사하는 아라켓트는 함께 김천이나 대구에서 함께 합류하자 했다. 그러나 즉흥도발의 나와 정반대인 계획의 신 그가 말렸다. 등산하기엔 시간이 늦었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밖은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 선택은 잘한 것이다 했다.


점심은 나만의 쉐프가 라볶이를 해주기로 했다. 같이는 처음 장 보러 간 한살림. 떡볶이 떡이랑 어묵, 진간장, 곁들이 김말이 튀김을 사서 돌아왔다. 그리고 맛있는 라볶이와 맥주로 점심 만찬을 즐겼다.


언쉐프 작품. 아주 훌륭해


오늘 오시기로 한 손님 두 분을 기다리다 지쳐 낮잠 한 숨을 잤고. 자고 일어나 출출해진 우리는 스타벅스에 가기로. 그때 마침 돌잔치에 가셨던 단골손님이 지금 픽업하러 오신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작업실부터 가 무화과잼 과 체리잼을 내어드리고 별다방으로 갔다. 나의 그린티프라푸치노와 그가 택한 신메뉴는 실패했다. 새콤하고 달콤하고 떫은 스위티 자몽라임 블렌디드. 총천연의 맛이 다 나던 음료. "그래서 난 새로운 도전을 안 하는 거야 메롱."


돌아와 저녁도 집에 있는 재료로 해서 먹기로 했다. 친정에서 받아온 굽네치킨 약간과 남아있던 1인분의 파스타면으로 로제 파스타, 그리고 김치볶음밥. 저녁 담당도 당연히 쉪^^^^^

"나는 뭐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앉아서 쉬어."


그의 무릎 겸 나의 손목 마사지


냉장고에 있던 양배추와 앙파, 파, 김치, 스팸 등 야채를 다 넣은 현미보리김치볶음밥이 너무 맛있어서 거의 두 그릇 양을 먹은 것 같다. 또 해주세요 :)))))

보통은 주말에 그가 요리를 해주면 나는 설거지를 하는데, 오늘은 점심도 저녁도 기어코 못하게 하는 그. 손목이 아프니 호사를 누린다. 밥 먹으면서부터 영화 '광대들'을 보았고, 다 먹고 다 보고 결혼식 사진을 고르기 시작했다. 앨범에 들어갈 80장과 인화용까지 총 100장을 골라야 하는데 보통일이 아니다. 누가 대신 골라주면 좋겠네? :'-) 추리고 또 추려 1,700여 장 가운데 400장 정도 픽. 자정 넘어서도 잠이 오지 않던 우리는 영화 한 편을 보기로 했다 비도 오고 그래서 '곡성'을. 무서운 영화를 워낙 안 좋아하기도 하고 보고 나면 찝찝해질까 봐 안 봤는데 이렇게 좋은 작품인 줄 알았으면 진작 볼 걸 그랬다.



치킨빼곤 모두 그의 솜씨. 볶음밥은 자꾸 생각나.



아주 보통의 일요일.

우리에게 아주 보통의 일요일이란, 등산을 가거나 차박을 하거나 하는 활동적인 쉼날이다. 그러나 태풍전야로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못한 우리. 실제로도 비가 계속해서 내렸다. 어제 새벽 5시에 잠이 든 후폭풍으로 느지막이 늦잠을 자고 일어나 각자의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빵파인 나는 올리브치아바타를 라면이 고프다는 그는 라면을 끓여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엄마가 사주신 옷을 바꾸러 가기로. 좋아하는 브랜드 cos에서 사진용 예쁜 원피스를 평소에 입을 실용적인 니트티로 바꿨다. 그리고 에피그램. 사이즈만 한치수 바꾸려던 아빠 옷은 사위 옷 하라는 엄마 말에 남편 마음에 드는 옷으로. 둘 다 예쁜 옷 겟겟. 특히 에피그램은 색감, 재질, 디자인 마음에 드는 것들 투성이라 앞으로 우리 아웃도어는 피엘라벤 캐주얼옷은 에피그램에서 사자고 했다.


입자말자 남자직원분과 남편 둘다 "이거네"한 니트.


쇼핑은 즐겁지만 꽤 힘이 드는 일. 특히 코로나로 마스크와 손 소독에 신경을 써야 하는 요즘은 더 그렇다. 두 시간여 아울렛과 백화점을 도는 일정에 우리는 지쳐 돌아왔다. 아빠가 2주 동안 노래 부르던 '사위와의 술 한잔'을 들어드리려 같이 저녁을 먹는 것으로 마무리한 일요일. 그렇게 아주 보통의 일요일은 지나갔다. 부디 다음날 태풍 피해가 없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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