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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Sep 21. 2020

같아서 좋고, 달라서 좋고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그래도 계속 가라(keep going anyway)


소상공인을 위한 온라인 쇼핑몰 입점사업에 선정된 후 C*몰 홈쇼핑 방송 편성일자가 나왔는데,

이번달 말 그러니까 추석 시즌이라고 한다.

아직 내 손목은 물량을 소화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판단, 사정을 말하고 고사했다. 기회는 아쉽지만 어쩔 수 있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한다지만 무리해서 하다간 부러질 수도 있는 1인 기업의 비애. 대신

명절 건을 위한 생산 주간을 보내고 있다 계속.



블루베리잼 보글보글
달큰한 토마토잼도, 싱그러운 레몬청 작업도





자전거가 새로 생겼다.


외삼촌이 자전거 하나를 내놓으신다고 했고

그 자전거는 내가 찜콩 했다. 신혼여행 때 하려다

하지 못한 인천~부산 자전거길 종주를

언젠가 그 어느 날에 그와 함께 하리. 그러고 보니

내 오랜 로망 중에 자전거와 관련된

'남편이랑 커플 브롬톤 갖기',

'자식이랑 가족 라이딩하기' 등이 있었는데.



언제 가지러 가나.






에라이 중국놈들아


초여름날 주문한 애플워치 스트랩을 두 달 만에 받았다.  IT 리뷰 유튜버의 추천으로 알리익스프레스라는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정품 1개 가격과 거의 같은 스트랩을 무려 10개나 사고 무척이나 신나 했었는데. 사고 보니 중국 사이트였더라. 배송조회를 해보니 7월에 중국에서 출발은 진작 했다고 하는데 선적에 실은 지 한 달 넘게 깜깜무소식이었다. 한국에 도착하고서도 3주나 더 걸려 손에 들어왔다. "이랬는데 기종 안 맞는 거 아냐?" 옆에서 깐죽 하던 남편 말에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다행히 잘 끼워졌다. 나에게 중국발 해외직구는 다신 없는 걸로. 네버에버.


어쩌다 스트랩 부자가 되었네
예쁘니까 용서한다(부들)






크게 보고, 크게 느끼고, 크게 깨우친다.

(대견사; 大見寺)


모처럼 쓰담쓰담 멤버들과 등산을 했다. 비록 여섯명 완전체는 아니었지만. 부산에서 온 날씨요정과  날쌘돌이 두사람을 비슬산 유가사 입구에서 만나 함께 산행을 했다. 나는 배란통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아랫배 통증에 현기증까지 두어번 핑 돌아 산행 들머리에서부터 포기해야하나 싶었다. 그래도 노래 부르던 비슬산 아닌가. 이 악물고 느려도 끝까지 올랐다. 가장 뒤쳐져 있던 나였는데 길 잃은 날씨요정, 먼저 가다 역시 수풀로 빠진 날쌘돌이, 그리고 날씨요정 찾으러 내려간 구남친. 그 결과 정상석은 내가 일등으로 밟은 아이러니함^^


흐드러지는 억새와 함께 선명한 하늘이 드리워진 고지는 눈부셨고 비석에 힘 있게 쓰인 천왕봉 글씨는 멋졌다. 지난 밤 내 단골손님이 쥐어주신 샤인머스켓과, 우리가 사간 김밥, 부산팀이 가져온 육개장으로 점심을 먹고 그 힘으로 내려올 땐 하산왕 실력 제대로 발휘했다. 산을 혼자일 때와 둘이서 오를 때,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오를 때의 차이를 생각했다. 혼자 산행을 할 땐 오롯이 자연과 호흡에 집중할 수 있고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 눈앞의 멋진 뷰를 공감하고 나눌 수 없다는 점이 단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무섭다(...) 하산왕하면서도 혼자 멀찍이 앞서가다 보니 영화 곡성이 생각나면서, 문득 아무도 없는 산이 무서워졌다. 그리고 둘일 때. 서로에게 의지도 되고 좋은 경관을 같이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페이스나 코드가 정말 잘 맞지 않으면 더 힘들다. 그리고 여럿일 때.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웃을 일이 많다. 즐겁다. 다소 TMI가 남발한다. 이따금 조용히 오르내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가 없다.(예를 들면 이번에 힘들어하는 멤버나 시간에 좇기는 멤버를 고려해 봉우리 하나는 못갔다.) 어쨌든 혼자서 올라봐야 둘이나 다수가 좋은 것도 알고, 여럿이서도 올라도 봐야 또 장단점을 알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자연주의 등산크루 쓰담쓰담이니까요-
같은 뷰를 보고 느끼는 이들.
비슬산에서 참꽃 대신 억새를 만났다.
해발 1,084m 고지에서






추억의 맛은 추억으로 남겨둘 때만이 좋을 때가 있지.


어릴 때 동네에 분식 프랜차이즈가 많았다. 요즘도 있는 김밥천국, 김파사, 나드리분식 뿐만 아니라 이제는 거의 사라지고 없는 장우동이나 김가네. 특히 김가네김밥에서 못난이주먹밥을 좋아하고 자주 먹었었는데, 크고 나서는 도통 보이지 않는다. 그런 김가네가 엄마 회사 근처에 생겼다고. 생산 작업하느라 점심을 먹지 못한 나에게 "김가네 김밥 사다 줄까?" 라 하셔서 "네!!!! 못난이주먹밥 있으면 그걸로요." 해서 엄마가 사다 주셨더. 통을 오픈하니 추억이 눈앞에. 기대하고 얼른 하나 입에 넣었는데... 예전에 짭짤하고 고숩고 했던 맛이 아니다. 그냥 밍밍한 주먹밥. 어쩌면 예전에도 이런 맛이었을지 모른다. 어릴 적 먹었던 향수의 맛에 더는 먹을 수 없다는 애절함이 더해져 맛에 환상이 심어졌을지 모른다. 때로 추억의 맛은 추억으로 남겨둘 때가 좋다.







같아서 좋고, 달라서 더 좋고


예전에 막걸리에 대해 브런치에 따로 글을 올렸듯이 남편과 나는 곡주러버이다. 등산크루 쓰담쓰담의 시작도 '등친막친(등산으로 친해지고 막걸리로 더 친해진 사이)' 였으니. 신혼집에 산 이후로 전국팔도 막걸리 병을 모으고 있는 게 어언 20병쯤 되니. 한달에 4번 만나는 주말부부가 매달 3병씩은 먹는 꼴. 오랜만에 막걸리를 마셨다. "비슬산에 갔으니 비슬산막걸리를 마셔야지?" 농담처럼 던지고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진짜 있네. 등산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 현풍 하나로마트에서 두 병을 집어 왔다.


힙해 힙해.


힙한 패키지만큼이나 맛도 좋기를 기대하고

한 모금 입에 넣었는데,

"와 씨."

(정말 맛있는 걸 먹었을 때 나오는 우리의 첫마디)

이거다. 마주친 서로의 두 눈이 반짝였다.

작은 병 하나만 마실 줄 알았던 우리는 아빠 드릴까 했던 큰 병 하나를 더 깠고, 안주로 가볍게 김부각만 먹으려던 우리는 결국 참치에 비빔면 소스를 비벼 김부각 위에 올려 먹는, 일명 부각카나페라는 창조안주까지 해 먹었다. 한 잔 두 잔 어느새 알딸딸하게 취기 올라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혼 후 각자의 집안이나 자식 계획 등 확연히 달라진 대화 주제. 클라이밍과 광고와 토플(교환학생)이라는 똑같은 취미와 관심사를 갖고 처음 만난 우리. 그래서 '비슷함'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만났던 1차 연애시절부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알아가는 묘미로 만난 2차 연애시절. 그리고 부부가 된 이제는 취미나 입맛 등 소름 돋게 비슷한 건 비슷한 것 대로, 성격이나 생활습관처럼 참 많이 다른 건 또 다른 대로 같이 살고 있지 않나. 재밌다. 아마 그가 나같은 사람이었다면 뻔해서 싫었고 배울 점 없어서 실망했을 거다. 같아서 좋고 달라서 좋고.


김부각 + 참치 카나페. 순삭안주.





bgm. 속아도 꿈결 - 가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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