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킨 가장 고요한 방법

여행

by 윤 솔

최근 홀로 제주에 머물다 왔다.

숨 가쁘게 쏟아내던 강의와 무겁게 얽혀있던 인간관계들.

그 소란함에 체해버린 내게 절실했던 건, 오직 나만을 위한 완전한 ‘쉼’이었다.




예전의 나는 낯선 풍경 속으로 부지런히 나를 밀어 넣고, 쉼 없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치유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비로소 깨달았다.

목적지를 바꾸고 수첩을 빼곡히 채우던 그 모든 행위가 이제는 내게 아무런 울림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가만히 멈춰 서서 마음의 결을 봤다.

"어쩌면 나는 조금 더 깊은 어른이 된 걸까?"

"환경을 바꾸지 않아도 내 안에서 스스로 평온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이전의 여행이 나를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게 해주는 마법 같았다면,

이번 여행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는 거울 같았다.


환경을 바꾸고 곁의 사람을 바꾼다고 해서 나의 본질이 극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결국 내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은 나의 시야를 조금 더 너그럽게 넓히고,

세상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을 극진히 아껴주는 것뿐이다.


그동안 가파른 숨을 몰아쉬며 달려온 나를 따스하게 보듬어주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나지막한 용기를 건네는 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거친 세상 속에서, 나를 보호해야 할 엄중한 의무는 오직 나에게만 있다.

타인의 날 선 시선이나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상황들에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내 마음의 울타리를 한층 더 견고히 세워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도,
내가 사랑하는 이 일들도 흔들림 없이 단단해질 수 있을 테니까.
제주의 바람 속에 덩그러니 남겨졌던 그 시간은 외로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지켜낼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가장 고요하고도 치열한 다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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