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아빠에게 물었다. "아빤, 언제가 제일 행복했어?"
"나야... 느그들 키울 때지. 니들은 쑥쑥 크고, 돈을 버는 일도 멋이 있었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인 아빠는 사랑을 표현하는 일이 적었지만,
나는 사랑을 못 받고 자랐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아기들이 저를 이뻐하는 사람을 알아보듯 나는 그렇게 느끼며 살아왔으니까.
나와 동생을 키우는 것이 가장 행복했다고 말하던 아빠.
그 이야기를 들으면 나와 어린 동생을 위해 씩씩하게 일터로 나가던
젊고 멋진 아빠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 말이 무척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안동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긴 고속도로는 앞으로 너는 어디로 갈 거냐, 고 묻는 것 같다.
앞으로 우리 가족이 한 집에서 살 수 있는 확률이 거의 없다는 생각을 하면 쓸쓸해지곤 한다.
그럼에도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이 있고, 내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일들도 잘 될 거라고, 힘을 낼 수 있다고, 나도 사랑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