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일상을 걷고싶다
나는 다시 파리를 꿈꾼다.
체류증이 필요한 거주자의 신분으로는 물론, 여행자로도 파리는 이제 그만을 외치며 파리를 멀리 했었다. 파리에 겨우 2년을 머물렀지만, 프랑스의 행정 지옥을 호대게 경험한 탓인지 파리를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시간과 돈의 여유가 생기면 다른 도시를 선택했다. 파리를 떠난 지 10여 년이 흐른 지금, 나는 다시 파리를 꿈꾸고 있다. 다시 파리에 가게 된다면 나는 어떤 풍경을 보고 싶은 걸까를 상상해 본다.
파리에 다시 가게 된다면
좋았던 곳을 다시 가볼까, 아니면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곳을 가보는 것이 좋을까. 파리 면적이 서울의 5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파리라는 도시는 크지 않다. 버스, 지하철, 트램 등의 대중교통으로 파리 끝에서 끝으로 얼마든지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오가는 중에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은 보지 않으려고 해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며, 센강도 집을 나서고 돌아오는 길에 마주 하게 될 것이다.
내가 만약 파리에 다시 가게 된다면, <파리에서 꼭 가야 하는 관광지>를 목적지로 정해 놓고 싶지는 않다.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는 첫 배낭여행에서 한번, 파리에 살면서 남편과 한번 그리고 지인이 방문했을 때 한번 이렇게 총 세 번의 방문으로 모나리자 앞의 엄청난 인파를 뚫고 실물을 세 번이나 보았으니 충분 한 느낌이며, 에펠탑, 개선문, 몽마르뜨 언덕, 빨간 풍차도 비슷한 느낌이다.
유명한 관광지를 목적지로 둔 여행보다는 가보지 않았던 파리의 이름 없는 골목들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관광지에 집중해서 찾아 가느라 눈길을 주지 못해 지나쳐 버리곤 했던 골목을 두 발로 걷고 싶다. 파리의 골목은 아무리 짧고 좁은 골목이라도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하니 각자의 이름은 갖고 있을 것이다. 또한 파리 자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하니, 아무 목적 없이 걷다가 만난 작은 골목에서 프랑스의 유명한 예술가나 철학자가 살았던 집이라는 작은 안내문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노트르담 성당 앞 북적이던 인파 속에서 사진을 찍기보다는, 노트르담 성당의 아름다운 뒷면을 볼 수 있는 아르슈베쉐 다리 위를 걷고 싶다. 노트르담 성당의 정면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 다리 입구에 작업실을 두었던 화가들의 시선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 파리의 500개가 넘는 공원들 중에 <가봐야 할 BEST 3> 공원을 방문하기보다는 동네의 한적한 파리 일상 속의 공원을 걷고 싶다.
그나저나 2019년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로 첨탑과 지붕이 처참하게 붕괴되고 대대적인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화염에 휩쌓여 녹아내리던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뉴스에서 보았던 프랑스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랑스이니, 무너지고 보수하는 과정 역시 소중한 역사로 기록되고 있을 테니, 이것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위로해 본다. 대화재가 있기 전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서 찍었던 사진을 꺼내보니 마음이 아프다. 수많은 역사적인 사건들을 함께 하며 켜켜이 쌓인 시간들은 보수 공사로도 되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