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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터치 우주 Apr 01. 2019

떠나고 싶다면, 제주여야만 한다면, 사려니 숲길

자연 속에 포근하게 둘러 쌓이고 싶을 때

친구도 싫고, 도시도 싫고,

시끄러운 것도 싫고, 말하기도 싫을 때.

어떤 것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살기 위해 어딘가로 떠나야만 하는 

본능이 생기는 걸까.

내게 그 어딘가는 어김없이 자연이었다. 


떠나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고, 

그 본능을 받아들여,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나는 살았다는 것.


살기 위해서는 움직이고 떠나야만 하지만,

그럼에도 움직여지지 않고 

꿈쩍도 하기 싫을 지경이라면

그럴 때 나는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언제나 안전한 나의 좋은 쉘터. 올해 목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완독


제목에 끌려, 책 표지에 끌려 선택한

아무 책이라도 좋다.

활자가 주는 편안함이 분명히 있다.


나 자신의 동굴 속에서 책을 읽다 보면

평화롭기만 했던 동굴이 

권태로워지는 순간이 온다.


그럼 어둡기만 했던 동굴 속을 비추던

 한줄기 빛이 눈에 들어오게 되고, 

그 빛을 쫓아 동굴 밖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이 손짓하는 근원을 향해 

떠나야만 할 것이다. 떠나고만 싶을 것이다.


그 빛이 향하는 곳이 제주였다면, 

왠지 제주일 것만 같다면, 제주여야만 한다면

그 빛의 근원지 사려니 숲길을 추천하고 싶다.


사려니 숲길을 걷다 보면,

제주의 모든 것을 담고,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만 같은 

높디높은 나무들에 둘러싸여 

그 자체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계속 쳐다보게 되는 나무의 끝 그리고

그 사이로 들어오던 하늘.

사려니 숲길 속에 있으니,

하늘이 미세먼지로 흐린 것인지,

단순히 구름이 많은 날이라 흐린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하늘을 보면서 이런 걱정을 하게 되다니.


몇 년 전만 해도 햇빛이 없는 날은 

그냥 흐린 날, 구름이 많은 날, 

비가 올 것 같은 날이었는데....

그 자체로 다 좋은 날이었는데...


이젠 햇빛이 있는 날도 미세먼지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세먼지를 생각하면 화나고 슬프고 그렇다.

자연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이니 

누굴 탓하냐만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그 누군가를 향한 화나는 감정.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선에서 할 수 있는

명확한 해결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우울한 감정까지 더해질 뿐이다.


햇살에 비친 하늘과 나무들이 야광빛으로 빛나던 그때

사려니 숲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이 많음에도 참 조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들 자연 속에서 경건해지는 기분.

나무들의 쉼터, 나무들의 공간에 들어와

잠시 구경하고 방해하지 않으려 

조용히 지나가고 있는 기분.


울창한 나무들 속에 아름답고 신비로운

숲 속 요정들, 숲 속의 신들이 있을 것만 같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

나무들 사이를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빠져나간다.


인생길은 원래 고난의 길이라고 한다.

그 길의 끝이 죽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걸어야만 하는 인생길이니 

얼마나 고되고 두려울까.


나의 인생길에 함께 동행해주는 

든든한 나무 같은 존재와 함께

사려니 숲길을 함께 걸었다.

우리의 셀카도 찍었다.

완벽했던 날. 완벽했던 셀카.

든든한 나무처럼 변하지 않는 그 누군가가

내 인생길에 있다는 것은 너무나 행운이다.


나도 그런 존재가 되어 주고 싶다.

Ujoo 우주의 캘리그래피. 한번 써보는 캘리그래피 :)



살다 보면 사려니 숲길을 또다시 찾게 될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받는 위대한 위로, 힐링.


자연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게 되는 사려니 숲길. 

나의 현재에 감사한 마음으로 덤덤해지는 나.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 많고 

의지하며 사는 나의 일상이 감사하다.


Ujoo 우주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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