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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싶다면, 제주여야만 한다면, 사려니 숲길

자연 속에 포근하게 둘러 쌓이고 싶을 때

by 마음터치 우주

친구도 싫고, 도시도 싫고,

시끄러운 것도 싫고, 말하기도 싫을 때.

어떤 것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살기 위해 어딘가로 떠나야만 하는

본능이 생기는 걸까.

내게 그 어딘가는 어김없이 자연이었다.


떠나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고,

그 본능을 받아들여,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나는 살았다는 것.


살기 위해서는 움직이고 떠나야만 하지만,

그럼에도 움직여지지 않고

꿈쩍도 하기 싫을 지경이라면

그럴 때 나는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IMG_1698.JPG 언제나 안전한 나의 좋은 쉘터. 올해 목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완독


제목에 끌려, 책 표지에 끌려 선택한

아무 책이라도 좋다.

활자가 주는 편안함이 분명히 있다.


나 자신의 동굴 속에서 책을 읽다 보면

평화롭기만 했던 동굴이

권태로워지는 순간이 온다.


그럼 어둡기만 했던 동굴 속을 비추던

한줄기 빛이 눈에 들어오게 되고,

그 빛을 쫓아 동굴 밖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이 손짓하는 근원을 향해

떠나야만 할 것이다. 떠나고만 싶을 것이다.


그 빛이 향하는 곳이 제주였다면,

왠지 제주일 것만 같다면, 제주여야만 한다면

그 빛의 근원지 사려니 숲길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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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 숲길을 걷다 보면,

제주의 모든 것을 담고,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만 같은

높디높은 나무들에 둘러싸여

그 자체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계속 쳐다보게 되는 나무의 끝 그리고

그 사이로 들어오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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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 숲길 속에 있으니,

하늘이 미세먼지로 흐린 것인지,

단순히 구름이 많은 날이라 흐린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하늘을 보면서 이런 걱정을 하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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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햇빛이 없는 날은

그냥 흐린 날, 구름이 많은 날,

비가 올 것 같은 날이었는데....

그 자체로 다 좋은 날이었는데...


이젠 햇빛이 있는 날도 미세먼지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세먼지를 생각하면 화나고 슬프고 그렇다.

자연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이니

누굴 탓하냐만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그 누군가를 향한 화나는 감정.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선에서 할 수 있는

명확한 해결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우울한 감정까지 더해질 뿐이다.


IMG_1695.JPG 햇살에 비친 하늘과 나무들이 야광빛으로 빛나던 그때

사려니 숲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이 많음에도 참 조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들 자연 속에서 경건해지는 기분.

나무들의 쉼터, 나무들의 공간에 들어와

잠시 구경하고 방해하지 않으려

조용히 지나가고 있는 기분.


울창한 나무들 속에 아름답고 신비로운

숲 속 요정들, 숲 속의 신들이 있을 것만 같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

나무들 사이를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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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길은 원래 고난의 길이라고 한다.

그 길의 끝이 죽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걸어야만 하는 인생길이니

얼마나 고되고 두려울까.


나의 인생길에 함께 동행해주는

든든한 나무 같은 존재와 함께

사려니 숲길을 함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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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셀카도 찍었다.

완벽했던 날. 완벽했던 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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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나무처럼 변하지 않는 그 누군가가

내 인생길에 있다는 것은 너무나 행운이다.


나도 그런 존재가 되어 주고 싶다.

IMG_7384.jpg Ujoo 우주의 캘리그래피. 한번 써보는 캘리그래피 :)



살다 보면 사려니 숲길을 또다시 찾게 될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받는 위대한 위로, 힐링.


자연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게 되는 사려니 숲길.

나의 현재에 감사한 마음으로 덤덤해지는 나.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 많고

의지하며 사는 나의 일상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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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joo 우주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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