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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터치 우주 Apr 04. 2019

제주 카페 뻔한데도 계속 가는 핫플 "몽상 드 애월"

핫플임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자꾸만 발길이 향한다.

과거 제주에 카페 오픈을 준비하면서

시장 조사겸, 인테리어 참고 겸

제주 구석구석을 많이 돌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때 당시 나는 카페 오픈 준비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인테리어 업체와 일정에 문제가 생겨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시점,

목적지 없이 차를 몰아서

해안도로를 무작정 따라 달렸다.


지금도 그렇지만 제주에서 가장 핫하게 떠오른

제주시의 작은 어촌 마을 "애월"


그 당시 애월의 한담 해변 가까이

 "봄날"이라는 카페가 먼저 자리를 잡아

그 작은 시골이 관광객들로 들썩이던 때였다.


그리고 봄날보다 더 바다 가까이 명당자리에

특이한 외관 공사를 하던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저절로 눈이 오랫동안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밖으로 새어 나오던 하우스 뮤직 EDM으로

나의 눈과 귀를 한 번에 사로잡았던 곳.


가오픈 기간이었는지,

모든 음료를 주문할 수는 없었지만,

내부는 공개가 되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직 내부 정리가 끝나지 않아,

여기저기 어수선하게 공사 장비와 부품들이

바닥에 쌓여 있었다.


우연히 들어간 그곳에서 들었던

힙하디 힙했던 하우스 뮤직 :)

Ujoo우주 일러스트/All rights reserved


잠깐이었지만 비트 강한 음악이 가슴을 울리던

그때의 음악과 완벽했던 그날의 날씨.

그리고 시원했던 바닷바람.

모든 것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렇게 자연과 음악의 도움으로

답답했던 기분 날려 버리고

제대로 힐링 후 일터로 복귀했던 경험.

동시에 현실 세계의 카페 주인 마인드로

복귀하면서 밥그릇 걱정 :)

안 그래도 제주에 카페 많아 죽겠는데
이젠 지디까지 카페 오픈하네... 휴...


그렇다.

그곳이 바로,

지금의 지디 카페로 알려진 "몽상 드 애월"

바다를 바라보는 한쪽 외관 전체가 유리  "몽상 드 애월"

이제 몽상드애월은 더 이상

빅뱅 G-Dragon의 카페가 아니라고 한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소유권/경영권을

모두 넘겼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디 카페로 불린다.


인스타그램 피드에 엄청나게 쏟아지는

제주의 맛집과 카페들.


그런 곳은 "뭐지?" 하면서 보다가

궁금증이 쌓이게 되고 그 궁금증을 참지 못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방문을 해본다.

다시는 속지 말자.
또 당했다.

 "몽상 드 애월"


비싼 커피값, 그에 비해 특색 없는 커피맛,

분위기를 해치는 많은 사람들,

무뚝뚝한 직원들, 주차의 어려움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제주에 갈 때마다

자꾸만 발길이 가는

내겐 특이한 핫플레이스이다.



매번 몽상드애월에
발길이 가는 이유가 뭘까?

비트 강한 음악을 음향 좋게 듣고 싶어서,

아침 일찍 여는 카페가 필요해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고 싶어서.

달달했던 시나몬빵이 생각나서.

비가 오는 것을 온전히 바라보고 싶어서.

제주에는 흔치 않은 힙한 느낌을 찾고 싶어서.


그러고 보니

내게는 많은 것을 만족시켜 주는 카페이다.

단, 아침 9시에서 10시까지만!


10시가 지나 10시 반을 향해 가는 그즈음,

어김없이 사람이 북적이기 시작한다.

왜 유독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

시끄러운 단체손님들이 많이 오는지...


힙하디 힙한, 교통도 불편한 이곳을

왜 굳이 와서 조용한 분위기를 깨는 걸까

갈 때마다 의문이지만 우문이기도 하다.


나는 제주에 머무를때마다 여러번 오면서

왜 이리 사람이 많냐고 불만을 터트리는건 바보.


그래서 내가 찾은 몽상드애월을 즐기는 방법!

아침 일찍 오픈에 맞춰 9시에 온다.

10시가 넘어서면 자리를 뜬다.


9시부터 10시까지 딱 한 시간!

꿀 같은 시간을 보내고 피신하자!


애월 지역은 공항이 있는 제주시 쪽 지역이라서

제주도 내에서도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궂은날이 많은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안 그래도 날씨 변화가 시시각각

변덕을 많이 부리는 제주인데

이렇게 바다 가까이 붙어 있는 카페에서는

그 날씨 변화를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몽상드애월의 트레이드 마크.

커다란 거울로 되어 있는 외관 인테리어.


하늘과 바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

매일매일 변화하는 그날의 인테리어.

역시 자연은 최고의 인테리어다.


바람이 불고, 비까지 내리던 날.

이렇게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부는 날도

몽상드애월에는 사람이 많다.


오히려 바깥 활동이 어렵게 된 관광객들로

그야말로 시장통이 되어 버리니,

조용한 곳을 찾는다면 절대로 방문 비추!

바다 가까이에 준비되어 있는

많은 테이블과 의자들.

하지만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날은 무용지물이다.


내부와 외부에 분산되어야 할 사람들이

모두 카페 내부로 몰리니

비 오는 날은 더더욱 시장통!



몽상드애월을 특색 있는 카페로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이 거울로 된 외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변화하는 자연과 날씨를 배경 삼아

사람들이 사진으로 추억을 남긴다.

갈 때마다 변하는 인테리어/발길을 사로잡는 이유(Ujoo우주 일러스트)

외관이 거울이라서 좋은 점.

바다를 배경으로 나를 포함한 셀카가 가능하다 :)


보고 싶었던 나의 모습.

사진 찍는 나의 모습.

사진은 나의 오랜 로망.


최근 사진을 잘 찍고 싶어 졌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나는 사진을 찍고 싶은 걸까?

아니면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이 보고 싶은 걸까?

사진에도 스웨그! 스웨그 없는 사람 있나요? :)

사진 찍을 때도 엣지 있게! :)


최근 몽상드애월은 음료와 케이크 종류 말고

사이드 메뉴들이 점차 다양하게 늘어나고 있다.

시나몬과 한라봉 브레드.

나름 괜찮다. 많이 달다. 커피 필수!


몽상드애월의 바에 있는 네온 장식.

I promise to love you.

달달한 문구.


그리고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

눈길을 사로잡는 커다란 장식이 있다.

시선을 급하게 거두어버리지 않고

단 몇 초만 더 꽃 장식에 머무른다면...

꽃은 우리에게 또 다른 선물을 준다.


반면에 만약에

꽃에 시선을 머무르지 못하고,

여유 없이 순간의 눈길만 주고

다른 새로운 것을 찾아 눈길을 거두어 버렸다면...

꽃이 주는 새로운 선물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 선물이 궁금하다면 아래 동영상 재생 :)

커다란 꽃 장식은 시들었다 활짝 피었다를

반복하는 움직이는 꽃 장식물이다.

시선을 이 곳에 머물러야 그 변화를,

생동감 있는 꽃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여유를 두고, 오래 보아야,

선물을 받을 자격, 기회가 생긴다.


그래서 이 움직이는 꽃장식을 볼 때마다

꽃의 화가 조지아 오키프가 생각난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던,

꽃을 크게 그리는 이유를 또다시 찾아 읽어 본다.



왜 꽃을 크게 그리냐고요?


사람들은 바빠서 꽃을 보지 않아요.

보더라도 제대로 못 보죠.


꽃은 너무 작고,

사람들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꽃을 그립니다.

내가 꽃을 크게 그려서 사람들이 놀라서

한참 동안 바라보게 하려고요.


무언가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마치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 조지아 오키프 -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

조지아 오키프가 살았던 과거에도

사람들은 늘 시간이 없다 하며 살았나 보다.

그때보다 더욱 빠르게 변하고 더 바빠진 현대인들.


그래서 이제는 꽃을 크게도 만들고,

또 움직이게도 만들었나 보다.



현대인들의 시선을 충분히 붙잡기 위해서는

꽃을 크게도 만들고 움직이게도 만들어서

사람들이 놀라서 한참 동안 바라보게 하려고.


사람들은 언제나, 늘, 시간이 없다 하니까.


무언가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마치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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