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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터치 우주 Mar 03. 2020

스웨덴 사람들은 피카를 한다

오후 4시에 시작되는 스웨덴 라곰 문화와 뚱뚱한 화요일

북유럽 라이프 스타일을 대표하는 단어들 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아마도 "휘게"이다. 

휘게는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 안락함을 뜻하는 덴마크어노르웨이어 명사이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휘게 문화를 나타내는 스웨덴어 문화는 바로 "라곰"이라는 단어이다.

스웨덴어로 ‘적당한’, ‘충분한’, ‘딱 알맞은’과 같이 ‘균형’을 뜻하는 말로, 소박하고 균형 잡힌 생활과 공동체와의 조화를 중시하는 삶의 경향이다.

 야심찬 계획보다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삶의 작은 성취를 축하하며, 나를 아끼고 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을 중시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라곰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휘게와 라곰이 나타내는 라이프스타일을 알고 나면 바로 떠오르는 말이 있다. 바로 "소확행"

최근 몇년간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너도 나도 소확행을 외치던 바로 그 단어이다. 

주택 구입, 취업, 결혼 등 크지만 성취가 불확실한 행복을 좇기보다는, 일상의 작지만 성취하기 쉬운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 또는 그러한 행복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소확행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스웨덴의 라곰이 반영된 여러 라이프 스타일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피카(Fika)"이다. 누군가는 "스웨덴 사람들은 목숨보다 피카를 더 소중하게 여긴다"라고 말할 정도로 스웨덴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문화 중에 하나이다.


피카는 보통 오후 3-4시 정도 다 함께 모여 간단한 디져트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문화이다. "커피 한잔 하자" 말하는 대신 "피카 하자" 말하며 약속을 잡고, 직장이나 학교에서는 하던 일을 멈추고 매일 피카를 하는 것이 흔한 풍경이라고 한다. 

스웨덴 스톡홀름 몇몇 카페에서 맛보았던 커피는 대부분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내가 경험해본 카페들은 어느 곳을 들어가 커피를 마셔도 무난하게, 산미나 고소함이 적당히 균형이 잡힌 맛있는 커피였다. 스웨덴 사람들은 커피에 인심이 후하다고 한다. 대부분 커피를 한번 주문 하면 그 이후부터는 무료 리필이 가능하다. 


지난 2월 25일 화요일은 특별한 화요일이였다. 바로 그 다음 날인 26일 수요일이 4월에 있는 부활절 기준으로 주일을 제외한 40일전 수요일인 "재의 수요일"이였다. 종교적 의미에서 이 40일은 금욕을 한다는 "사순 기간"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40일간 먹지 말라

사순절은 부활절 40일 전, 재의 수요일에서 시작해 성토요일에 끝난다. 약 4세기경부터 시작되었는데, 예수가 세례를 받은 뒤 40일 동안 황야에서 금식을 하고 사탄의 유혹을 받으며 보낸 기간을 기념해 생긴 관습이다. 금식의 규칙은 매우 엄격하다. 

예를 들어 동방정교회는 하루에 해가 진 다음에 한 끼 식사만 허용하며, 육식은 물론 생선과 달걀도 40일 내내 금한다. 하지만 다른 그리스도교 교회에서는 그 규칙이 점차 느슨해졌다.

[네이버 지식백과] 사순절 [Lent] (『바이블 키워드』, 2007. 12. 24., J. 스티븐 랭, 남경태)

이 기간을 앞두고 사순을 시작하기 바로 전날 화요일에 마지막으로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는다는 전통이 있다. 나는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한 나라의 문화와 전통 체험을 해보는 것을 좋아해서  이 특별한 화요일, "뚱뚱한 화요일"이라고 불리는 의식에 적극 참여 했다. 즉, 살찌는 고칼로리 음식을 배부르게 먹었다. :)


금욕의 시기 사순기간을 앞두고
그 바로 전 화요일을 스웨덴어로는
"펫티스다겐"이라고 불리는데,
직역을 하면 "뚱뚱한 화요일"이라는 뜻이다.

뚱뚱한 화요일을 기름진 음식으로 기념하기에 딱 적당한 비주얼을 갖고 있는 셈라(Semla)라는 디져트이다. 이 디져트는 겨울에만 맛볼 수 있어서 더 특별하다. 스웨덴 하면 시나몬롤만 알고 있었는데 셈라라는 빵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보다 더 기름지게 빵을 만들 수 있을까.
이보다 더 뚱뚱한 화요일을 만들 수 있을까.



스톡홀름에 와서 내가 느낀 것은 스웨덴 사람들은 계피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빵, 요리 가리지 않고 음식을 한입 베어 물었을때 놀랄만큼 진한 계피향에 당황했던 경험이 많다.  가게마다 맛이 다르겠지만 내가 맛본 이 셈라도 예외는 아니다. 진한 계피향!

과거에는 뚱뚱한 화요일에만 셈라를 먹었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어딜가나 카페며 빵가게에서 쉽게 셈라를 볼 수 있다. 단, 부활절 전의 겨울 동안.

스웨덴 사람들은 이날 많은 술을 마시면서 밤 늦게까지 "뚱뚱한 화요일"을 즐긴다고 한다. 나는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집에서 조용히 보냈다. 스웨덴 전통을 알고 셈라라는 빵을 먹으면서 새로운 문화와 전통을 체험하게 된 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다른 나라의 전통을 아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크게 돈이나 시간이 드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꼭 직접 체험해 보고 싶어진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경험해 보는 것. 이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여행의 의미인것 같다.


요즘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 내 힘으로 해결 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나는 시대에는 더욱 옛날 조상들의 지혜, 전통, 종교에 대해 되새겨 보게 되는것 같다. 보이지는 않지만, 어떤 것에라도 의지하고 싶은 그런 심정이 요즘의 나를 포함한 한국 사람들의 심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런 인간의 약한 점을 이용해 사회에 여러가지 사단이 나기도.

인간은 참 위대하면서 때론 참 약하다.


"기도할게요"를 요즘처럼 많이 떠올린 적이 없다. 걱정이란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기 보다는 어딘가에게라도 기대어 감사하며 기도하고 싶은 심정. 요즘 한국에서는 재택 근무를 많이 하고 있고 여의치 않을때는 점심 도시락을 들고 회사를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감염에 대한 위험 때문에 가능한 사람들간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 


이 말을 듣고 요식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날씨 변화 하나에도 이리 저리 흔들릴 수 있는 것이 자영업인데 지금 이 커다란 재앙 속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는게 더 마음 아프고  점점 전세계로 바이러스가 뻗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무섭다. 


내 모든 포스팅의 끝이 늘 기도와 걱정으로 글을 마무리 하게 되는 요즘이다. 오늘도, 어제도, 그제도.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잘 버티고 건강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이 어려움이 끝나면 억눌러 지냈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풍요롭게 쏟아져 나와 더 좋은 기회로 누군가는 이용할 것이다. 이점을 잊지 말자. 시간은 흐르고 있고 언젠가는 끝이 난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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