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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터치 우주 Sep 15. 2020

중고딩 시절, 나는 무엇에 저항했나?

카카오 프로젝트 100 아홉번째 질문

무엇에 저항했나요?

누구에 저항했나요?


나에게 끈질기게 질문했던 것은 무엇인가?

끝내 답을 찾지 못했던 것은 무엇인가?

어제 글쓰기를 하고 난 후, 마음이 행복으로 가득차지는 못했어요. 매일 같은 질문에 글쓰기를 하고 있는 51명이 모여 있는 단톡방이 있어요. 어떤 한분은 어제 질문을 보고 "러블리한 질문"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저분은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냈나 보다."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저는 한번도 제가 행복하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내지는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불행한건 아니였지만, 행복하지도 않은, 무채색의 시간을 보낸건 확실한것 같더라구요. 


<좋아했고 사랑했던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늘 질문을 받고 나니, 그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내가 저항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리 어렵지 않게, 머릿 속에 몇개가 후두둑 하고 들어오더라구요. 근데 또 그렇다고 아주 강하게 저항하고 그런건 아닌게, 힘든 학창 시절은 아니였거든요. 그야말로 무채색의 시절이였네요.


저는 학교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것 같아요. 내가 저항했던 것이 무엇일까, 가장 많은 질문을 던진건 뭘까 하는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거예요.

내가 싫어하는 과목을 왜 공부해야 하지? 
좋아하는 과목만 공부하고 싶다.

대학에 진학하고 전공이란 것을 갖게 되면
하고 싶은것만 할 수 있어서 좋겠다.

저는 모든 암기 과목을 다 싫어했던것 같아요. 수학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사실, 수학만 좋아했네요. 공부 하기 싫은 마음에 다른 과목을 거부 했던것 같아요. 수학을 열심히 해서 어떤 일을 해야겠다 하는 고민도 사실 별로 없었거든요. 


선생님과 부모님을 포함한, 나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어른들을 거부하고 저항했습니다전형적인 사춘기의 행동양식이겠죠? 규칙적인 생활을 강요하는 것이 싫었던것 같아요. 왜 해야 하는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뭔가를 해야만 하는 것에 저항 하면서, 나에게 관심을 갖고, 그 관심이 부담으로 느껴지면 바로 포기하곤 했어요.

나에게 하는 모든 기대가 싫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느껴지고 "넌 잘할거야" 하는 누군가의 마음이 느껴지면 도망을 가곤 했어요. 그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해, 아예 안하는 것을 선택하여 나에 대한 기대를 전면 차단하는거죠. 


중고등 학창 시절에는 내가 왜 그런지 생각해 보지 않았었고, 인식 하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20대가 되면서도 이런 행동이 이어지는걸 보면서 스스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모든 기대를 부담으로 느껴 도망가고 있구나.

글을 쓰다 보니 확실해지네요. 제가 가장 많이 저항 했던 것은 누군가의 기대였고 그로인해 내가 느끼는 부담감이였습니다. 누군가의 기대에 실망을 주기 싫어서, 기대를 하지 못하게 그 일로부터 도망을 갔어요. 시작을 안했으니 기대할 것도 없는 상황을 만들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난을 받지 않는 선에서 이런 행동은 계속 됐던것 같아요. 


지금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확실히 많이 좋아졌어요. 좋아진것 이상으로, 그런 행복을 했던 경험이 이젠 잘 떠오르지 않네요. 현재 어떤 조직에 속해 있지 않고,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모든 자유와 책임을 저 스스로 온전히 갖고 있는 환경이라 그런것 같기도 합니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을 떠올려 보니, "부담감 느끼면 도망가기" 전략을 취했던 몇몇 경험들이 떠오르거든요. 하지만 작년부터 지금까지 처음 해보는 일들에 무수히 많이 도전을 했는데, 한번도 도망을 가지는 않았던것 같아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고, 나에게 하는 기대에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부담감으로 도망가고 싶다 생각했던 적은 있는데, 그 부담을 만든 상황은 제가 새로운 일에 도전했기 때문에 생긴 환경이라 생각하면서 의식적으로 즐겁게 버티던 제 모습도 떠오릅니다. 


부담을 즐기게 되었어요. 
사람들의 기대감에 감사합니다.


정신 수양이나 노력을 따로 한것도 아닌데, 나이를 먹고 시간만 흘렀을 뿐인데, 어떻게 제가 이렇게 변화를 할 수 있었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어요. 그 답은 제가 좋아하는 일, 저를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인것 같아요. 이것 말고 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감마저 감수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요. 사실 부담감으로 느껴지지도 않게 되었어요. 그저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한 마음인것 같아요. 누군가의 관심과 기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해요. 


기대 많이 해주세요.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기대 많이 해주세요."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요청 아닌 요청을 하고 있는, 변화된 나를 보면 신기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가 힘들어 하는 부분이 남아있긴 합니다. 

꼭 잘해내야만 한다.

예전처럼 누군가의 기대가 느껴지면 도망가지는 않아요. 하지만 책임감은 더 크게 느끼고 있음은 확실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인 만큼, 그리고 온전히 내 자유 의지로 선택하고 만든 일이니만큼 잘해내고 싶다는 욕심과 기준은 더 커졌어요. 이 스스로 만든 기대로 나를 괴롭혔던 시기가, 바로 올해 개인전과 단체전을 준비한 기간이였던것 같아요. 짧은 기간에 찾아온 좋은 기회들이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주변에는 전부 다 이공계 전공자뿐

몇달 지나지 않았지만, 새로운 일을 경험하고 견뎌 내면서 저는 좀 더 성장했습니다. 경력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마음 근육이 조금 더 강해진것 같아요. 여전히 이리 저리 흔들거리고 살아 가겠지만, 제 자리에 돌아오는 방법 하나쯤은 갖게 된 느낌입니다. 


오늘 주제도 그렇게 쓸 말은 없겠구나 했는데 쓰다 보니 엄청 긴 글이 되었네요. 최대한 솔직하게, 의식의 흐름대로, 머릿 속에 생각나는 하나 하나를 그대로 적으려고 노력한 글쓰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나의 모습을 알게 되고 마음이 행복해졌습니다. 어제 글쓰기 주제의 질문처럼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오늘의 질문이 저를 행복하게 할줄 몰랐네요. 시간을 내어 깊게 들여다 보니 희미했던 것들이 수면으로 떠올라 밑에 지저분 했던 것들이 정화된 느낌입니다. 

이런 것이 글쓰기의 매력! 
치유의 글쓰기, 힐링의 글쓰기

7일차오 8일차는 올리지 못했네요. 하지만 글쓰기는 제 네이버 블로그에서 빠지지 않고 매일 하고 있습니다. 브런치에는 참고로 링크로 기록합니다.


<프로젝트 100 매일 글쓰기 7일차>

발이 묶여 있으니, 생각이라도 소풍가요.

<프로젝트 100 매일 글쓰기 8일차>

(두려울 것 없었던) 중학생 시절로 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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