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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터치 우주 Mar 02. 2021

마음터치 우주작가의 첫번째 그림에세이

책을 쓴다는 것이 고독하고 고통스럽지만은 않은 이유

내가 그린 그림들과 그 안에 담긴 메세지를 엮어서 언젠가는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을 처음 막연하게 한 것은 2019년 봄. 글을 쓰는 작가도 아니고, 인지도가 있는 것도 아닌, 막연히 처음으로 책을 쓰고 싶어 하는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줄 출판사는 당연히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독립출판물이라는 형태로 내가 비용을 내고 나 스스로 첫책을 어떤 간섭도 없이 자유롭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전시회, 콜라보, 공모전, 아트상품 등 그림과 관련된 새로운 기회들이 만들어지면서 단순히 블로그에 글을 쓰는 정도를 넘어선 책을 위한 원고 작업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여유가 사라져버렸다. 혼자만의 마감 시간을 정하고 강한 의지로 당장 결과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독립출판물에 대한 나의 의지와 관심도 서서히 사그라져버렸고 그림 작업에만 매진 해왔다. 


그러다 2019년 5월 김수영작가님의 퍼스널브랜딩 강의를 듣게 되면서 "당장 책을 내고 싶은 그룹"이 되어 출판사의 문을 두드려야겠다고 열정이 다시 불타 올랐다. 출판사에 제출할 그림에세이 기획안을 작성 했고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계신 김수영 작가님으로부터 피드백도 받아 나름 괜찮은 기획안을 완성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제출 하기로 했던 바로 전날, 나는 마음을 바꿔 기획안을 제출 하지 않았다. 왜 마음을 바꿔 다 완성한 기획안을 하루 전날 철회를 하게 되었을까? 그때 기록했던 블로그 글을 읽어 보니 그림에 대한 열정만큼은 절대 초보가 아니였던,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출판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방향. 당연히 충돌할 수 밖에 없을 것인데, 제가 하고 싶은 방향에 대해서 조금 더 확고한 기준을 세우고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출간 기획안을 작성하면서 자주 하게 되었어요. 구체적으로 기획안을 작성하다 보니 이 부분을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6개월 정도 그림을 그려 오면서 꼭 저의 작업물을 책으로 증명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확실해졌어요. 제가 재미로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그림들이 저만의 포트폴리오가 되었어요. 모든 좋은 기회들이 제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책에 대한 생각에 여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 2018년 8월 마음터치 우주


2018년 이때 당시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겠다는 생각을 잠시 보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유"라는 가치 때문이였다. 내가 좋아서 손을 내밀며 만들어지는 기회들과 누군가 손을 내밀었지만 정중히 거절했던 경험들. 특히 내게 다가온 기회들을 여러가지 이유로 거절하는 경험들을 통해 내가 "자유"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얻은 큰 깨달음들이 있었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기회를 잡았을때는 분명하게 알지 못했던, 나의 내면의 모습과 나 자신에 대해 보다 또렷하고 선명하게 내 안의 나를 만날 수 있었던 경험들이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림이 마냥 좋아서 그림으로 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해보고 싶었던 내가 그 당시 누군가가 내밀어 주는 손을 붙잡지 않는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였을텐데... 그때의 내가 기특하고 후회는 없다. 나중에 인연이 되면 만나겠지. 

많은 바람이 불어오는 기회 속에서
나만의 통찰력이 필요하다.
모두를 즐겁게 해주려고 해봐도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오히려 나 자신이 별 의미도 없이 소모될 뿐입니다. 그러느니 모른 척하고 내가 가장 즐길 수 있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만일 평판이 좋지 않더라도, 책이 별로 팔리지 않더라도, "뭐, 어때, 최소한 나 자신이라도 즐거웠으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습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여러가지 경험들을 하면서 제가 갖고 있는 "자유"라는 가치가 나에게는 아주 아주 크다는 것을, 큰 유혹에도 흔들림없이 지켜낼 수 있을 만큼, 나의 뿌리가 될 만큼 견고하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결정 하는 경험만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확고하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을것 같다. 



지난해 여름 압구정에서 했던 전시를 통해 갤러리에서 출판사 대표님을 처음 뵈었다. 책 출간을 위한 미팅은 아니였고 대표님께서 당시 "빈센트 별은 내가 꾸는 꿈"이라는 책을 만드셨는데 마침 "여행"이라는 테마로 빈센트 반고흐 오마쥬 시리즈를 모아 전시중인 갤러리를 방문해주셨다. 지난 여름 상상도 할 수 없는 개인전에서의 힘든 일을 겪으면서 난 몸과 마음 모두 지쳐 있었다. 그렇게 마냥 신나서 그리던 그림도 당분간은 그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했다. 


나는 그림을 그리다 지치면 글을 쓰면서 휴식을 하곤 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너무 행복했지만, 인풋과 아웃풋이 균형을 잃어 버리면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여도 나를 피폐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후 겪은 나의 모든 이야기들을 모아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불타올랐다. 이번에는 독립출판이 아니라 출판사와 계약을 통한 상업출판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머리 끝까지 차올라 있음을 느꼈다. 글이 주는 내적 치유의 힘에 기대고 싶었던 것 같다. 


너무 감사하게도 한번도 책을 써보지 않은 나에게 출판사 대표님이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다. 처음부터 선뜻 함께 하겠다고 결정 할 수는 없었지만 대표님께서 가고자 하는 방향과 가치관들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다. 대표님과 첫 미팅을 하고, 보다 발전된 기획 회의를 하고, 초고를 쓰는 시간을 견디면서 대표님을 만난 것은 정말 나에게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창작의 형태에 관심이 많은 나
큰 힘이 되는 출판사 대표님



2020년 9월 책 출간을 위한 첫번째 미팅을 했다. 내가 경험하고 배운 것들 그리고 그림에 담은 나의 메세지를 한권의 책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떻게 기획을 하고 어떤 대상을 내가 책을 통해 만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생각의 깊이를 확장하지 못했었다. 나 혼자 좋아서 쓰는 일기장 같은 글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책을 만들어야 했다. 혼자서는 답을 내릴 수 없던 많은 고민들이 대표님과의 대화를 통해 명확하게 정리되었다. 


대표님을 만나고 나면 당장 책 쓰기에 몰입 할 수 있을줄 알았지만 작년 가을 나는 온오프라인 모두 포함하여 5개의 전시를 동시에 진행 했었다. 그리고 개인전 관련하여 전문가를 만나 불미스러운 일을 해결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지금은 해결이 되었지만 상세한 내용을 sns 상에 올리기에는 조심스럽다.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의 내용을 나의 책에 기록할 예정이다. 이 사건을 빼놓고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후 내가 어떻게 변하고 성장했는지를 말할 수 없다.)





올해 2021년 1월초 새롭게 입주한 나의 작업실에 대표님을 초대했다. 원래 첫번째 목차는 내가 어떻게 그림을 처음에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날 미팅 이후 완전히 반대로 전개되는 시간 흐름이 바뀌었다. 가장 최근 이야기인 내 작업실에 대한 이야기부터 책은 시작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또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될 테고 막상 책이 출간될때는 또 다른 목차로 이야기가 전개 될 수도 있을것 같다.

책을 위한 원고를 작성 하면서 나는 나에 대해,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과 가치관에 대해서 정리 할 수 있었다. 이제 겨우 초고를 완성한 상태이니 앞으로 더 험난하고 고된 작업들이 남아 있다. 책 한권을 내는 과정이 나에게는 힘들고 외롭기만 하지 않은 이유는 나를 믿고 기다려 주시는 대표님의 존재 그리고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이미 배우고 있기 때문인것 같다. 


결과가 좋으면 당연히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어차피 내가 이제껏 걸어온 길을 버리고 그림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불확실성에 맞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글을 쓰고 책을 쓰는 것 역시 열심히 한다고 해서 노력만큼으로는 그 어떤 보상도 보장받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글을 쓰고 즐길 수 있어야 좋은 글과 그림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창조적인 삶은 세속적인 일을 추구할 때와는 좀 다른 이상한 양상을 띤다. 다른 일에 적용되는 법칙들이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보통 삶에서는 만약 당신이 무엇인가를 잘하고 또 열심히 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커질 것이다. 하지만 창조적인 시도에서는 아닐지 모른다. 혹은 아주 잠깐 성공을 누렸다가 그 후 다시는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 빅매직
꾸준하게 작업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그 일을 향한 사랑 뿐이다.

내가 책을 통해 만나고 싶은 사람은 그림에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망설여지고 두려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림을 보면서 작게나마 위안과 위로를 얻고 싶은 사람, 그림을 통해 치유 받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 나의 책이 매개체가 되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그 속에서 가장 크게 위로 받고, 치유가 되는 사람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내가 그림을 만나면서 알게된 행복과 감사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 할 수 있을까. 그림을 그리면서 글을 쓰면서 내 그림을 봐주고 위로 받아서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하게 되는 생각이다. 나를 위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있을것 같다. 결이 맞는 사람들과는 어떻게든지 언젠가 연결이 된다.

Connect the dots
누구나 미래를 내다볼 수는 없지만, 결국엔 과거의 점들이 연결되어 미래가 된다. 그러니 점이 어떻게든 미래와 연결되리라는 것을 믿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다. 지금 하는 프로젝트가 비록 인정을 받거나 돈을 받지 못하는 뻘짓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나의 미래와 연결되리라는 것을 믿고 매 순간 진짜 프로젝트처럼 하면 된다.

- 조연심/퍼스널 브랜딩에도 공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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