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태어났다면 살면서 꼭 한 번은 겪게 되는 경험이 있는데 바로 초경이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시기가 다르지만 대략 초등 4학년~중학교 3학년 사이에 겪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접하는 정보가 많아서 괜찮을 수도 있나 싶기도 한데 나도 그 당시 학교에서 배우긴 했지만 그래도 바로 그것이라는 게 떠오르지 않았다.
초등학생이던 내가 태어나서 피를 본다면 그저 넘어져서 무릎이 까진다거나 하는 그 정도의 경험에서나 보는데 엄청나게 많은 양의 피를 처음 본 나는 공포영화를 본 것 같았고 내가 죽을병에 걸린 줄 알았다. 그래서 그날은 하루종일 학교에서 우울했다. 그러자 친구가 무슨 일 있냐고 물어서 친구에게 상황 설명을 했더니 친구는 웃으면서 "그냥 양호실 가서 생리대 달라고 하면 돼~"라며 자신은 이미 겪어본 일이라며 설명을 해줬다.
설명을 듣고 나선 죽을병이 아닌 것에 안심은 되었지만 그래도 심란했다. 언젠가는 겪을 일이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이런 식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있던 일을 집에 와서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축하한다고 말해주시고는 아빠한테 전화를 하셨다.
'좋은 일인 건가?'
나는 알쏭달쏭했지만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았다. 오늘 일어난 이런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일이 그래도 나쁜 일이 아니라 좋은 일인 것 같아서.
퇴근 후 집에 오신 아빠는 꽃다발을 들고 오셨다. 내게 꽃다발과 작은 상자를 주셨다. 상자 안에는 도장이 들어있었다. 아기였을 때부터 쓰던 작은 도장과는 다른
케이스도 예쁘고 멋진 도장이었다.
아빠는 말씀하셨다.
"우리 딸이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이 필요한 거야. 서류에 도장을 찍는 것은 그만큼 그 결정에 무게가 더해진다. 이 도장은 앞으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생각하라는 의미로 주는 거야."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나의 행동에 책임을 갖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