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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빈 Mar 23. 2024

추억

추억의 힘은 신기한 것 같다. 힘든 것도 아련하게 좋은 기억이 되기도 한다.

20대에는 피팅모델 알바를 2006년부터 6년간 했었. 피팅모델을 하다 보니 의류 쇼핑몰 사업에 관심이 생겨서 2007년에 쇼핑몰을 준비해서 오픈했다.

엄마랑 같이 밤에 계룡 → 서울에 가서 동대문 도매상가에서 판매할 옷을 고르고 그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순대곱창볶음을 사 먹고 나면 새벽 4~5시쯤이고 그랬다. 집에 내려오고 나면 잠깐 잤다가 일어나서 갖고 온 것들 정리하고 장부 기록하고, 상품 촬영하고, 쇼핑몰 상세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러다 보면 오전 10시가 돼서 오픈시간이라 주문확인, 고객응대, 상품포장 등을 해야 했다.


따로 직원 없이 엄마 둘이서 하다 보니 정말 힘들고 피곤한 일정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지금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오고 재미있던 것 같고 그때 먹던 그 순대곱창볶음이 그 어느 맛집들보다도 가장 맛있게 느껴진다. 어느 맛집을 가도 그때 먹었던 그 맛이 안 난다. 엄마랑 함께한 추억으로 남아서 그런 것 같다.


종종 엄마랑 같이 그때를 떠올리며 웃는다.


"엄마, 난 그때 먹은 그 순대곱창볶음이 제일 맛있더라."


"맛있었지~ 어휴 근데 둘이서 돌아오는 차에서 꾸벅꾸벅 졸았어."


"피곤해서 그랬지"


"초반에는 가방 날라주는 삼촌들이 있는 거를 몰라서 우리 두리서 그걸 들고 다니느라 어찌나 힘들던지.."


"그땐 엄마도 더 젊었고 나도 더 젊었으니까 그나마.."


"그래 이젠 엄마나이가 65하라고 하면 못하겠어."


"그래도 재미있었던 것 같아."


"재미있었지."


쇼핑몰 운영을 오래 하진 않았다. 대학에 복학하면서 쇼핑몰 사업은 그만두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이전에 하던 피팅모델 알바를 다시 었다.

어느덧 30대후반인 현재, 쇼핑몰을 하던 이야기를 엄마랑 같이 하다 보면 재미있다. 엄마랑 같이 쌓은 추억이라서 나는 그때 겪은 모든 것들이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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