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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빈 Apr 10. 2024

손 2

뇌와 연결된 손

60세 이상이신 분들과 수업을 많이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손을 보면 느낌이 있는데 치매초기이거나 치매가 올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의 느낌을 느낀다. 80대여도 손끝이 정교한 분들이 있고, 60대여도 손이 둔화된 느낌이 드는 분들이 있는데, 글로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연필을 잡는 느낌도 엉성하면서 쓰는 움직임이 4~6세처럼 느껴지는 둔화된 느낌이 드는 손이 있다.


수업시간에 그런 얘길 하 여기를 이런 식으로 칠하는 증상이 있는 분들이 나중에 오셔서 '사실 저는 치매가 있어요'라는 얘길 하신다고 했더니 어떤 분이 "어? 그거 병원에 가서 치매검사하면 하는 거예요. 최근에도 병원에서 그런 검사 했어요."라고 하셨다.

"아 그래요?"

"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그런 게 치매초기증상 맞아요."

"그렇군요! 우리 다들 손가락을 많이 씁시다~!"


치매 초기인 분들을 보면 손의 움직임만 퇴화되는 느낌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도 그다지 싫어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어쩌면 뇌와 손은 밀접한 연결이 되어있어서 뇌를 덜 사용할수록 손도 더 빠르게 퇴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론을 설명해 드릴 때 "자 이쪽이 이래서 밝고 저쪽이 이래서 어둡죠. 그럼 여기는 어떻게 될까요?"라는 식으로 생각하게끔 질문을 드리는데 그 질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면서 원리를 이해하려는 분들은 손의 소근육들도 살아있어서 쓰임이 정교하고 정확하다. 반면, 생각을 하기 싫어서 "그냥 이쪽을 이색으로 칠하면 되는 거죠?"라는 식으로 빠른 답을 원하는 분들은 치매초기가 아니어도 손끝의 정교함도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것들은 그림뿐만 아니라 평소의 습관에서도 연결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손재주가 있고 없고라든지 재능이 있고 없고 같은 그런 잘하고 못하고 상관없이 생각을 깊게 하는 습관은 소근육의 예리함을 발달시키거나 유지시키고, 소근육을 정교하게 자꾸 쓰는 것은 뇌를 계속 자극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손은 뇌를, 뇌는 손을 서로 자극하며 발달시키거나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종종 친정에 가면 종이를 펴고 연필을 들고 와서는

엄마, 아빠에게 "이거 이렇게 모양 있잖아? 여길 칠해봐~"라고 한다. 그리고는 칠해지는 모습과 손의 움직임을 유심히 본다.

"됐어~ 괜찮네~"

걱정이 돼서 이렇게 계속 확인하게 된다.





p.s: 위 글스레드에 먼저 던 글인데, 우연히 퇴행성 뇌질환을 연구하시는 과학자분에게서 답글을 써주셔서 생각에 큰 도움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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