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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빈 Apr 12. 2024

친구 3

20살 때부터 친한 친구가 있다.

그때 나는 20살이었는데 그 친구는 18살이라고 했다.

까만 끈나시에 핫팬츠를 입고 다리에는 타투스티커, 코에는 피어싱이 있던 그 친구의 첫인상은 18살이라는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고 낯설다고 생각했다.

물어보니 16살에 집을 나왔다고 했는데 집에는 절대 돌아갈 생각이 없단다. 뭔가 사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억지로 가라고도 못하겠더라. 그런데 걱정이 되었다.

2살 차이지만 그래도 나는 어른이니까 내가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신경이 쓰여서 그 애와 가깝게 지냈다.


어느 날은 그 아이가 살고 있던 작은 다. 그 아이가 서랍에서 돈을 꺼내는데  서랍 안에 돈을 쌓아놨길래 내가 말했다.

"돈을 왜 여기에 뒀어, 도둑이라도 들면 위험하잖아. 통장 없어?"

"그런 거 없는데"

"그럼 통장을 만들자. 도장은 있어?"

"없는데"

도장과 통장을 만드는 법을 알려줬다.

그래서 도장가게에서 도장도 만들고 은행 가서 통장도 만들었다. 이제 그 아이는 돈을 서랍이 아닌 통장에 넣게 되었다.


어느 날은 같이 길을 가는데 롯데리아 근처를 지나던 중이었다. 그 애가 말했다.

"나 저런데 한 번도 안 가봤는데."

그날은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사줬다.


어느 날은 다른 알바를 구한대서 그 애에게 말했다.

"돈이라는 것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번 돈이냐가 더 중요해. 나쁜 일에는 절대 손대지 말고 정직하게 벌어야 해."



이제는 알고 지낸 지가 15년도 더 넘었다.

지금 그 아이는 어느덧 30대가 되었고 잘 살고 있다.

그 친구는 이따금씩 내게 말한다.

"나는 언니한테는 하나도 아까운 게 없어. 언니가 나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인 거 알지? 나는 항상 언니가 먼저야."


나는 말다.

"네가 행복해야 해. 나는 네가 행복하게 지내는 게 먼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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