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친한 후배작가가 있는데 우린 같은 선생님의 제자라서 금방 친해졌다. 어느 날 그가 말했다.
"누나, 너무 힘들어서 어떨 땐 진짜 그림 그만두고 싶어요."
나는 말했다.
"머리는 잡생각이 많고 잔머리를 굴리지. 마음은 불량해서 자꾸만 나태해지고 포기하고 싶지. 근데 그거 알아? 제일 정직한 게 손이야. 손은 그려본 만큼 그대로 꺼내잖아. 네가 예고 나오고 미대 나오고 작가생활하면서 지금까지 고생해 온 거 생각해 보면 솔직히 손이 제일 고생한 거 아니야? 까져서 피나면 밴드 감고 그리면서 고생한 네 손한테 안 미안하니. 몇십 년 고생해 온 너의 손을 생각해."
"손한테 미안하네요. 더 열심히 해볼게요, 누나."
"응, 널 항상 응원한다. 너의 손을 믿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