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처음엔 보고 그리는 게 어려웠는데 이제는 뭘 그릴 지를 생각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나는 대답했다.
"모작연습을 할 때의 어려움과 창작의 어려움이 다르지요ㅎㅎ 그런데 그 '뭘 그리지?'라는 것도 초반에는 꽃을 그릴지, 하늘을 그릴지, 사람을 그릴지 등 무엇을 그릴지에 대한 생각이 '그릴 대상'에서만 생각하는데, 나중에는 그게 그릴 대상이 아니라 '무엇을 이야기할지'로 바뀌어요. 어떠한 대상을 옮겨 담는 행위에서 어떠한 이야기를 시각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단계까지 오는 거지요.
보통은 말과 글을 통해 언어로 표현하지만, 춤을 추는 사람들은 춤선에 그것을 담고 곡을 만드는 사람들은 리듬에 그것을 담고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시각적 이미지로 그것을 담지요. 그쯤 되면 이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있고 그 이야기들을 어떻게 담아낼지에 대한 '뭘 그리지'가 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나면 뭘 그릴지 떠오를 거예요."
뭘 그릴지 모르겠다 =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