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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이 깃든 기적의 선물

by 자명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열심히 쓰다가 어느 순간 잠잠해진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한동안 바빴던 것도 있지만 하늘에서 내게 선물을 보내주셨기 때문이다. 아기는 내가 갖고 싶다고 가져지는 게 아니라서 하늘이 주는 거니까 로또 1등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 알게 된 것은 4월 9일.

그 전날 4월 8일에 들은 태몽 이야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하늘에 닿았던 걸까. 남편이 퇴근 후에 내게 말했다.

"나 꿈을 잘 안 꾸는데 이상한 꿈을 꿨어."

"어떤 꿈?"

"장모님이 갑자기 돈이 가득 담긴 커다란 보따리를 주시는 거야. 그래서 내가 안 받는다고 했더니 꼭 주기로 한 거라고 하시면서 사돈 갖다 드리라고 주셔서 얼떨결에 받았어."

어라? 느낌이 좋은데? 마지막이 마음에 쓰여서 어머님께 꿈얘길 해보라고 했다.

남편은 어머님과 통화 후에 내게 말했다,

"뭐지? 엄마도 어제 꿈꿨대. 엄마가 내 얘길 듣더니, '나도 꿈꿨는데?' 하면서 얘길 해주셨는데, 꿈속에서 길을 가는데 길에 금이 잔뜩 있더래. 그래서 그걸 다 주워서 집에 왔대. 그리고 그중에서 제일 번쩍번쩍한 금시계가 있어서 그거를 들어서 봤더니 24k 쓰여있더래. 근데 내가 꿈에서 그거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그랬대. 그래서 엄마가 '아니야 가만있어봐. 내가 너 줄게'그랬대."

느낌이 뭔가 태몽인 것 같은 촉이 오는데 설마.. 싶어서 엄마에게도 전화를 했다.

"엄마, 남편이랑 어머님이 이러이러한 꿈을 꿨다는데 신기하지?"

엄마는 대답했다.

"나도 지난달에 꿈꿨다?"

"엥? 엄마는 무슨 꿈?"

"광산에 가서는 금을 캐왔어. 그래서 그걸 잔뜩 쥐고 있었다?"

"신기한데?"

"아빠가 옆에서 듣더니 태몽이랜다."


신기했다. 세 사람이 비슷한 맥락의 꿈을 꾸는 것이.

임신증상을 확인하려고 체온을 체크했는데 37.4도가 나왔다. 미열이 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테스트기로 확인해 봤고, 두 줄이 나왔다.

생리예정일보다 조금 이른 날짜라 얼리 임테기를 써서 색은 흐리지만 두 줄이었다. 확실히 확인하고 싶어서 그다음 날 아침(4.10)에도 테스트기를 사용했다. 약간 더 진해진 두 줄이 나왔다.

그렇게 아기가 찾아온 것을 알았다.


4월 11일. 아침에 임신테스트기로 확인을 한번 더 하고, 오후에 병원에서도 피검사를 하고 임신인 것을 확인했다. 의사 선생님은 4월 23일 이후에 오면 초음파로 아기집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4월 28일. 6주 0일 차.

첫 초음파 듣고 너무 기뻤던.

신테스트기의 두줄을 확인했던 날에도 기뻤지만, 초음파로 심장소리를 듣던 그날은 또 달랐다. 0.3cm 크기의 쪼꼬미가 숨 쉬고 있는데 신기하고 설레고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생명이 내 안에 집을 짓고 점차 자라나는 중이라는데 너무 신기하고 경이로운 일이 아닌가.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볼 수 있는 그 작은 크기에서 '나 살아있어요!'라고 외치는 것처럼 콩닥콩닥 뛰는 그 모습과 소리가 나를 더 들뜨게 했다.

비록 허리도 아프고 아랫배도 뻐근하고, 공복에는 울렁거리고 그렇다고 뭘 먹으면 소화가 안 되면서 더부룩하지만 그래도 좋다. 예전에는 '아기는 남녀가 같이 만드는데 왜 여자만 임신출산으로 고생해야 되는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여자라서 이런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축복이고 특별히 주어진 선물 같다는 생각 중이다. 아기는 내 안에만 있어서 남편은 어떤 느낌인지 전혀 모른다. 내 안에 아기가 있다는 그 느낌을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가 어렵다. 한 몸에 둘이 있는 느낌이 어떤지 설명해주고 싶어도 설명할 수가 없다. 말로 표현이 어렵다. 그래서 남편은 계속 평생 모를 거다.

'나만 알지롱~'

이런 생각이 들면서 이 특별한 경험이 좋아졌다. 입덧과 허리통증 등으로 조금 고생이 있지만 그 시간조차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러한 증상들은 내 안에서 아기가 "엄마 나 여기 있어요!" 하는 것 같아서, 아기와 같이 있다는 게 느껴져서 이런 증상마저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림이 내 인생의 전부였는데 아기가 1순위가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변한 내 자신도 마음에 든다. 길가에 핀 봄꽃들을 보며 흥얼거리다 보면 아기도 날 따라서 기분이 좋을 것 같고, 맛있는 걸 먹고 기분이 좋아지면 아기도 날 따라서 신날 것만 같아서 아침부터 밤까지 우리는 함께 신나고 함께 행복하자고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기분이 좋다.


문득, 집에 있는 그림책내용이 떠오른다.

내가 엄마를 골랐어! (노부미 글/그림) 中
내가 엄마를 골랐어! (노부미 글/그림) 中

어쩌면 정말 아기들은 하늘에서 엄마를 고르고 엄마를 기쁘게 하려고 태어나는 걸 지도.

나는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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