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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한 걸음씩

by 자명

'독학으로도 가능한가? 학원을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나도 어릴 적에 생각한 적이 있는데, 어떤 책에서 미켈란젤로가 수습기간이 거의 10년이라는 내용을 봤다. '미켈란젤로도 10년이나 수습기간이었다는데 내가 뭐라고.' 자기 객관화가 빠르게 됐다. 나는 매번 선생님들을 찾아서 배우고 또 배웠다.


'나는 같은 것을 백번도 넘게 그렸다'라는 모네의 말에 번 만에 쉽게 되는 건 생각도 안 한다. '모네도 같은 걸 100번 넘게 그렸다는데 내가 같은 걸 200번쯤 그려서 얼추 나오기라도 하면 다행인거지'라고 생각했다.


영화 프리다에서 프리다칼로가 척추 수술로 휠체어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보고 그리기 싫은 날의 나의 투덜거림이 부끄럽고 창피했다.


'어린아이처럼 그리는데 평생이 걸렸다'는 피카소의 말은 그동안 그리던 그림에 대한 고민을 더 하게 만들었다. 내가 평생에 걸쳐 그려낼 나의 그림은 80살은 되어서야 찾아질까. 언젠가 죽기 전에는 나오겠지 뭐.


나는 아무것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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