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드러내는 것들
오키나와 바다를 그리고 난 후, 바다를 더 그리고 싶었다. 오키나와 바닷속을 떠올리다가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본 투명한 해파리가 생각났다. 바다는 언제나 나에게 감정을 닮은 공간이었다. 깊고, 무겁고, 그러나 끝없이 투명한. 투명한 바다에 있는 투명한 해파리.
제19회 올해의작가100인초대전 신인상 수상작 (서양화 부문)
이 그림은 그 바닷속, 아주 고요한 날에 태어났다.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해파리의 모습으로 떠오르는 장면을 그렸다. 해파리는 부드럽게 흐르지만 그 움직임엔 슬픔이 깃들어 있다. 너무 약해서 붙잡을 수 없고 너무 맑아서 오래 볼 수도 없다. 한편으로는 Jelly fish라는 그 이름이 재미있기도 하다. 젤리의 촉감이 생각나는 이름이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내 안의 오래된 기억과 마주했다. 빛은 위에서 쏟아졌지만 그건 치유가 아니라 드러냄이었다. 투명함 속에 존재하는 더 투명한 것들을 조용히 떠오르게 하는 빛. 해파리들은 빛에 닿아 더욱 선명해진다. 오래된 추억 또는 감정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야광 그림이라서 밝은 곳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 어두운 곳에서 보이는 모습이 하나에 담겨 있기에 위의 첨부 이미지 2장이 그림 한 점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