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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ly fish in the sea

빛이 드러내는 것들

by 자명

오키나와 바다를 그리고 난 후, 바다를 더 그리고 싶었다. 오키나와 바닷속을 떠올리다가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본 투명한 해파리가 생각났다. 바다는 언제나 나에게 감정을 닮은 공간이었다. 깊고, 무겁고, 그러나 끝없이 투명한. 투명한 바다에 있는 투명한 해파리.


Jelly fish in the ses.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2018. 김예빈 作)
제19회 올해의작가100인초대전 신인상 수상작 (서양화 부문)


이 그림은 그 바닷속, 아주 고요한 날에 태어났다.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해파리의 모습으로 떠오르는 장면을 그렸다. 해파리는 부드럽게 흐르지만 그 움직임엔 슬픔이 깃들어 있다. 너무 약해서 붙잡을 수 없고 너무 맑아서 오래 볼 수도 없다. 한편으로는 Jelly fish라는 그 이름이 재미있기도 하다. 젤리의 촉감이 생각나는 이름이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내 안의 오래된 기억과 마주했다. 빛은 위에서 쏟아졌지만 그건 치유가 아니라 드러냄이었다. 투명함 속에 존재하는 더 투명한 것들을 조용히 떠오르게 하는 빛. 해파리들은 빛에 닿아 더욱 선명해진다. 오래된 추억 또는 감정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야광 그림이라서 밝은 곳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 어두운 곳에서 보이는 모습이 하나에 담겨 있기에 위의 첨부 이미지 2장이 그림 한 점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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