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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심장

by 자명

나의 삶은 크게 아기를 갖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38세(만 나이)까지 살아온 인생 전체를 크게 둘로 나눈다고 하면 딱 이렇게 둘로 나눌 수 있다. 막연하게 상상만 했던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두려움은 신기하게도 아기가 생기자마자 사라졌다. 그렇다고 무섭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장소리를 듣는 순간마다 '저 작은 아이가 살려고 저렇게 열심히 심장이 뛰는데...'라는 생각에 엄마가 되는 용기가 생기곤 했다.

아기가 하늘로 떠나고 나는 아기를 만나지 못했지만 함께였던 시간은 내 인생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예전에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엄마는 살면서 우리 딸들 낳은 게 제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

그 말이 이제는 무슨 말인지 안다. 내가 속 썩일 때도 있었는데그런 생각이 들 수 있는 게 어떤 마음인지 이젠 알겠다.


내 안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고 있는 그 느낌은 말로 어떻게 설명할 수도 없고, 그 어떤 경험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정말 기적 같고 마법 같은 일이다. 언젠가 또 아기가 찾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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