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니까 예전에 아빠랑 새해 일출을 보러 간 일이 생각난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갑자기 새벽부터 일출을 보러 가겠다고 하니까 엄마, 아빠는 해가 서쪽에서 뜰 거 같다며 웃으셨다.
새벽의 찬 이슬과 함께 새벽공기를 마시며 아빠와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밤공기와 새벽공기의 냄새가 다른 것을 아는 사람들이 있나? 나는 밤공기를 더 좋아하지만 그날은 새벽공기의 냄새도 나쁘지 않았다.
초반에는 자신감 넘치는 힘찬 걸음으로 움직였지만 나의 저질 체력은 얼마 못 가 발걸음을 묶었다.
"나는 더 못 가겠어."
"나이 60살이 넘는 아빠도 가는데 뭘. 얼른 와~"
엄살이 통할 리가 없었다.
산을 오르는데 왜 내리막길로 가지? 아까까지는 오르는 길이었는데 내려가다니.
"아빠! 우리 길 제대로 가는 거 맞아?"
"응 맞아~"
"길이 내려가는데?"
"산길은 오르고 내려가고 하면서 꼭대기까지 가는 거야. 살아가는 것도 오르고 내려가고 하면서 종착점까지 가는 거지."
한참을 더 오르고 내리고 하다가 산의 중턱에서 숨이 너무 차서 못 가겠다며 때 쓰며'내가 왜 오자고 했을까' 순간 후회했다. 반강제로 끌려가듯 산을 더 올라갔다.
이젠 도저히 못 가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다시 내려갈 땐 또 어떻게 내려간단 말인가. 온 만큼 다시 가야 하는데? 그냥 여기서 일출을 봐도 잘 보이니까 괜찮다 생각했다. 더 못 가겠다고 말했으나 아빠는 말씀하셨다.
"앞을 봐. 거의 다 왔어. 원래 거의 다 왔을 때가 가장 힘든 거야."
정상에서 보는 일출은 멋졌다. 힘들게 올라온 탓일까. 더 달달하게 예쁜 것 같기도 했다.
산을 내려와서 집에 와서 같이 떡국을 먹고 생각이 많아진 등산의 기억. 산을 끝까지 오른다는 것은 마음에 많은 것들을 담아야 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