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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빈 Jul 19. 2024

기초 (基礎)

수업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것은

"스케치가 어려워요"

"제가 그리면 안 닮게 그려져요"

이런 이야기들이다.


세상에 있는 것들은 대부분 복합 도형으로 되어있다.

스케치가 어려운 것은 숲을 봐야 하는데 나무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를 봐야 하는데 어느 한 부분부터 그려나가다 보니 스케치가 밀려내려 오거나 틀어지고 비율이 나간다. 사물을 단순한 도형으로 인식하면 무엇을 봐도 그냥 도형일 뿐이다. 구조를 이해하고 구조에 맞게 명암을 넣으면 입체감이 생기면서 2D인 종이 위에 3D인 그림이 만들어진다.


'앉아있는 강아지를 그리고 싶다.'

'뛰어가는 사람을 그리고 싶다.'


단순한 도형 하나도 각도를 바꿔서 또는 빛을 바꿔서 그릴 수 없다면 더 복잡한 구조인 것들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기초는 터 기(基), 주춧돌 초(礎)다. 주춧돌은 기둥을 세우는 데에 기본이 되는 돌이다. 주춧돌이 약하면 기둥은 흔들거리고 그 위에 얹는 지붕도 벽도 흔들린다. 기초는 처음에 배우는 쉬운 것이 아니라 '기본 베이스'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초가 가장 어렵고 기초를 다지고 그 위에 차근차근 쌓는 과정은 당연히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경력이 쌓였다 해도 기초가 부족하단 생각이 들면 언제든 다시 기초를 공부해야 한다. 기초가 부족하면 언젠가 무너진다. 지루하더라도 어렵더라도 기초를 잘 배워야 한다. 토대가 좋으면 세상이 몇 번을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기초를 잘 다지고 그 위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쌓아 올려야 한다. 그것은 잘 나가는 창작자가 되는 방법은 아닐 수도 있지만 수명이 길게 가는 창작자인 것은 분명하다.


르네상스 시대에 전통적인 수습기간은 약 십 년이었다. 수습생은 거장 밑에서 공부를 마칠 때쯤이면 칠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있었다.

- 제프 고인스, '예술가는 절대로 굶어 죽지 않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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