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이던 내게 꽃은 그냥 선물을 하고 받는 정도였다.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없었다.
2008년은 학교를 휴학하고 홍대 앞에서 미술학원을 다니고 있을 때였는데, 학원에는 매일 밝은 미소를 가진 어떤 언니가 있었다.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그날도 밝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안녕~"인사하며 꽃 몇 송이와 함께 들어왔다. 원장님이 언니에게 물었다.
"그 꽃은 뭐야? 오늘 무슨 날이야?"
"아니요, 그냥 예쁘잖아요~"
언니는 흥얼거리며 꽃병에 꽃을 꽂아두었다.
그러면서 내게 말했다.
"너무 예쁘지?"
나는 말했다.
"근데 금방 시들잖아요."
"자신의 역할을 다 하고 시드는 건데 뭐. 그 자체가 예쁘잖아. 그리고 오늘 내 기분이 좋아지잖아. 이런 꽃을 볼 수 있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데~"
어느 날, 문득 길을 걷다가 우연히 꽃집을 봤다. 그 언니의 말이 생각나서 그냥 꽃집 안으로 들어갔다. 항상 누구를 위해 선물할 꽃을 사다가 처음으로 아무 목적 없는 나를 위한 꽃을 샀다. 꽃을 품에 안고 가는데 기분이 좋아졌다. 언니의 생각을 조금 알 것 같았다. 그 이후로 나는 종종 나를 위한 꽃을 사 온다. 그리고 우리 집에 온 꽃은 자신의 역할을 다 하고 예쁘게 시들어간다. 시든 꽃은 자신의 역할을 다 한 꽃의 아름다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