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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주 Nov 20. 2023

운동하기 싫을 때의 근사한 해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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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있다면 조속히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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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서 밖에 나가는 일이 삼만 오천 배 정도 더 귀찮아졌다. 집을 사랑하는 내향형 인간에게 추운 계절은 득일까 독일까. 어머, 아직 가을인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겨울이라고 쓴 것 좀 보세요. 계절은 역시나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입니다. 물리적이기보다 다분히 심리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죠. 네.


하지만 막상 밖에 나가 보면 계절이란, 이렇게나 물리적일 수가 없다. 빛의 양, 온도, 바람의 세기, 건조함의 정도 모두에 굴복하며 이번 계절은 또 어떻게 지나갈까 마음이 무거운데, 세상은 그와 별개로 참 아름다워서 말이다. 오늘도 그랬다. 어기적 어기적 운동 가방을 들고 커피 한 잔 마시겠다는 일념으로 간신히 헬스장으로 향하는데- 맙소사! 가을 햇살이 마구 부서져 금가루처럼 휘날리는 것이다. 천변 위로 떨어져 반짝이는 윤슬은 진심으로, 살아 있음의 행복을 느끼게 했다. 하, 오늘 하루도 또 살길 잘했다. 정말. 중얼거리며 헬스장으로 향한 나 자신을 좀 칭찬해 줬다. 그래서 운동을 간 시간은요? 오전 11시 27분이요. 예, 아무튼 아직 오전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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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운동하기 싫을 때 근사하게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줄기차게 고민했다. 조금이라도 더 운동이 좋아지는 방법 어디 없나? 막 운동 안 하면 근질근질하고 뭔가 잘못된 것 같고 어서 해야 할 것 같고 하고 나면 진짜 너무 행복하고. 쓰다 보니 안 되겠다. 전 운동을 안 해도 뭔가 잘못된 것 같지는 않아요. 죄책감을 느낄 새도 없이 곧바로 합리화에 들어가기 때문이죠. 매일 뛰면 오히려 무릎에 안 좋다고 그랬어. 근육도 하루 정도는 쉬어 주어야 한다고 들은 것 같아. (하지만 난 너무 쉬지) 하루 했으면 다음 날 하루 정도는 쉬어야 하지 않을까? (이미 오백 년 전부터 그렇게 하는 중이면서 새삼스레)


자리에 누워 머리만 굴리다가 점점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냥 운동을 다녀왔다. 그랬더니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물리적으로 운동을 하고 왔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일 수도 있지만, 그전에 먼저 '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는 상태'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가 풀려 버렸기 때문인 듯. 자, 그렇다면- 운동하기 싫을 때의 가장 근사한 해결법은 단 하나인 셈이다.


운동을 해서 해결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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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해결법을 찾아냈는데 뭔가 개운하지는 않군. 하지만 생각할수록 정답이다. 운동하기 싫을 때 운동을 해 버리면 가장 긍정적이고 종국적인(김종국 님, 안녕하세요?) 해결책이 된다. 근데 이제 헬스장에 직접 가기까지는 또 이만 년 정도가 걸리지. 아마 헬스장이 옆집에 있어도 두 시간은 걸릴 거야. 게다가 헬스장에 가서도 수줍음을 많이 타는 편이라- (진짜 왜 이러시죠?) 제가 하려던 걸 누군가 하고 있으면 빙글빙글 돌다가 다른 거 하고요. 그러고 나서 까먹고 그냥 옵니다. (앗, 이건 바보인가요?)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죠. 내일 또 헬스장에 오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인드는 좀 훌륭하군)


운동을 예로 들었지만 많은 일들이 대체로 그렇다. 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거나 못 하고 있는 일들은 가시가 목에 걸린 듯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마음을 안겨 준다. 고민할 바에야 그냥  눈 딱 감고 속 시원히 해치워 버리면 되는데 또 그게 잘 안 되는 것. 나도 그랬다. 지금보다 더한 완벽주의 추구자로 살 때에는(완벽주의의 함정은 완벽하지 못하다는 데 있습니다) 갖은 핑계를 대서 결국 안 해 버리고 말았다. 대표적인 게 운동. 이십 대 중반 즈음이었나. 특공무술을 배우고 싶었는데, 내 주제에 무슨 특공무술이야 하면서 생각만 하다가 관두었다. 그때는 또 약간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완벽하게 못할 바에야 안 하는 게 낫다.


정말 갖다 버려야 할 생각이다. 내가 국가대표가 되려는 것도 아니고 범죄자를 검거하려는 것도 아닌데 완벽이 무슨 소용이람. 그냥 체력 단련하고 무술인들의 삶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값진 시간이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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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운동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이 나서 기록해 둔다. 지난번에 J 언니와 이야기하다가 매일이 특별할 수는 없다는 데 무척 공감했다. 어쩌다 한 번 있는 특별한 기억만으로 살아간다면, 그래서 그 특별함을 삶의 기준으로 놓고 산다면- 나머지 일상이 얼마나 무료하고 의미 없게 느껴지겠느냐고. 특별한 건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 대부분의 하루는 조용히 흘러간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이 내일도 이어지는 것. 그것을 우리는 일상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일상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좋은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러다가 특별한 순간이 찾아오면 그 기억으로 또 며칠을 즐겁게 살고. 시간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대체로 이렇게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글에서도, 음악과 영화, 그림에서도 모든 장면이 강조될 순 없다. 그렇다면 눈을 어디에 두고 무엇을 보며 어떤 걸 듣고 읽어야 할지 도통 모르게 될 것이다. 시작부터 눈을 사로잡고 몰아치는 극적인 작품들도 있지만, 보통은 천천히 흐르다가 점점 고조되고 어느 순간 반짝이는 뭔가가 탁! 터진다. 그러고 나면 다시 천천히 흐르는 시간이다. 그 구조를 알고 나면 무료해 보이는 일상에도 기대가 생기고 즐거움과 애틋함이 자리하지 않을까.


요즘 내 일상이 대체로 그렇다. 조용히 흐른다. 아침에 일어나 요기를 하고 어제 쓴 글들을 뒤적이거나 책을 좀 보다가 운동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고민 끝에 가기로 결정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운동 가는 길에 햇살이 좋으면 멈추어 서서 나뭇잎이나 윤슬 구경을 한다. 자주 가는 카페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텀블러에 담는다. 운동을 가기 위한 일종의 강화물이다. 커피를 홀짝이며 헬스장으로 들어선다.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환기를 하고 바닥을 쓸고 밖을 보며 따뜻한 루이보스 차를 마신다. 좋아하는 피아노 음악을 틀어 놓으면 그날 하루는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은 날들이 훨씬 더 많다. 나는 왜 이럴까, 망한 것 같다 생각하는 날도 제법 된다. 그것 역시 일상이다. 그래도 일단 계속해서 가 보기로 한다. 또 써 보기로 한다.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꾸준하게 이 하루하루를 쌓아 나가는 일에 마음을 둔다. 그러면 어딘가에는 도착해 있을 것이다.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대로 별다른 큰 변화가 없더라도, 또 그것대로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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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무리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오늘까지 완성하려던 글이 있다. 그런데 잘 안 풀려서 쓰다 말고 이리로 도피해 글 한 자락 또 남겨 보았다. 오늘까지 완성하려던 글의 마음속 기한은 사실 어제까지였다. (시도는 좋았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관대하므로 그 기한을 방금 내일모레까지로 늘렸다. 수요일. 딱 좋다. 하하......


역시 하려던 건 그냥 해 버려야 한다. 애초에 근사한 해결법 따위는 없다. 무엇이든 일단 해결하고 나면 대체로 근사해진다.  그리고 딱히 해결 방법이 없어 보여도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해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글도 그렇다. 쓰다가 아, 이건 안 되겠는데 하고 접으려 하면 또 어떻게 풀린다. 이건 망했네 싶은 글이 의외로 호평을 받기도 한다. 그러니까 일단 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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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어둡게 가라앉고 있다. 저녁으로 가는 중이다. 이제 이 창을 닫고 다시 한글창을 켜야겠다. 쓰려던 이야기가 어디로 갈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써야 끝이 난다는 거다. 힘을 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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