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합평 감상 및 기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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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고 한 달이 지났다. 그사이 해외를 두 번 다녀왔고 사립학교 시험도 치렀다. 체감상 세 달은 지난 느낌이다. 그래서 무엇이 남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시간이 좀 더 지나 봐야 알 것 같다고 대답할 수 있을 듯하다.
어떤 것들은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무형의 것들은 대체로 그랬다. 말, 생각, 눈빛, 온도, 향기, 글이나 음악, 여행과 경험들. 모두 묘사하듯 그 순간들을 새기며 기다려야 서서히 진의를 드러냈다. 그러면 시간의 뒤편에서 천천히 깨닫게 된다. 내게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졌는지. 어떤 의미였는지. 이번 여행도 아마 그럴 것이다.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며 작고 조용한 나의 방에서 고요한 한때를 보내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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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합평에 다녀왔다. 합평하는 시간은 고통과 기쁨이 공존한다. 다들 마음이 약해 아주 쓴소리는 못하지만 결국 도움이 되는 건 쓴소리다. 처음에는 이 시간이 괴롭고 힘들었는데 무엇이든 익숙해지면 좀 나아지나 보다. 지금은 어서 빨리 합평을 듣고 다시 잘 쓰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하지만 오늘도 결국은 다시 써야겠다는 결론을 얻었지. 하하. 벌써 두 번 갈아엎었는데 뭐, 세 번은 어려울라구. 사실 어렵다. 그렇지만 원고지 천 매, 이천 매도 날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쓰는 일이니까. 못 하면 이 길을 못 가는 거다. 선택했으니까 가야지. 갈 수 있고 가야만 한다.
멤버 중 M님은 올해 신춘문예 등단자이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글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에서 정말 많이 배운다. 등단의 유무를 떠나 무엇 하나를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을 볼 때 가슴이 불에 덴 듯하다. 순정이라는 게 이런 걸까. 어떤 분야이든 순정을 가지고 살아가면 그보다 더 기쁘고 행복한 일이 없을 것 같다. 순정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세상이 그들을 괴롭히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나의 순정을 지키며, 또 그런 순정을 지켜 주는 사람이고 싶다. 그게 어른이든 아이이든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세상 같아서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에 집중하고 보여주는 데 혈안이 된 사회라 그럴까. 개개인의 순정조차 지키지 못하도록 괴롭히고 카피하고 훔쳐 가려는 사람들도 참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바보 같은 생각이다. 시간을 먹고 자란 무형의 것들을, 타인은 결코 빼앗아 갈 수 없다. 가지고 싶다면 노력해야 한다. 시간을 투자하고 대가를 치르고 때로는 이에 뒤따르는 희생을 감수해 내 것으로 만들어야 순정이 되고 사랑이 된다. 쉬운 길은 없다. 최근 어떤 게 쉬워 보인다면 그건 그 사람이 그 일을 잘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크게 공감했다. 쉬워 보이기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다. 이를 간과하지 말자. 새해의 다짐이다.
저기요. 비장하지 않으면 죽나요?
아, 이름 바꾸려구요. 엄비장으로. 하하. 그냥 내가 이렇게 생겨 먹은 것 같다. 그래, 난 이렇게 생겨 먹었다. 오늘 합평에서도 그랬다. 지난 모임에 분명히 '아! 이번에는 가볍게 통통 튀는 글을 써 보겠습니다!' 큰소리쳐 놓고 또 아주 묵직한 걸 들고 갔다. 태주님은 워낙 사람이 좀 진지하고 철학적인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은 그렇게 써야죠. 그 말을 들으니 오히려 편해졌다. 아무튼 올해도 계속해서 가 볼 작정이다. 글을 쓰는 시간은 지난하고 괴롭지만 그 이상의 기쁨과 재미가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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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무엇을 잊었나 했더니 영화 <괴물>을 아직도 못 봤다. 설 전까지 꼭 보자. 인간의 삶 그리고 그 한계에 대한 사유를 해 볼 수 있는 작품이라니. 흔치 않다. 좋은 시간들을 자주 곁에 두고 흠모하는 마음으로 살아야지. 그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