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청예 Sep 24. 2021

쉐어하우스! 한강뷰 아파트 최대8명

이곳은 세상에서 제일 고요한 시장통?!


모르는 사람 7명과 함께 살아본 적 있나요



정말 지긋지긋한 무주택자의 삶이다. 나는 급기야 쉐어하우스까지 입성해버린다. 과정은 이러하다. 부산에서 살던 내가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급하게 상경한다. 문제는 '급하게'인데, 작가로 취업한 근무처에서 숨쉴틈도 주지않고 곧바로 출근을 지시했다. 그래서 나도 숨쉴틈없이 집을 구해야했는데, 당장 집을 보러 왔다갔다 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어찌 전/월세를 구하겠는가? 그러다 포착된 주거 타입이 있었다. 바로 '쉐어하우스'였다.





1) 마포구 한강뷰아파트 2000/35 but~


당시 쉐어하우스 거실에서 직접 찍음


출근 예정 회사가 공덕이라, 마포구에서 쉐어하우스를 알아보던 중 괜찮은 조건 집을 발견했다. 무려 '한강뷰' 아파트인데 아파트 브랜드도 꽤나 유명했다. 원래는 보증금 100에 공과금 별도 월 45만원을 줘야하는데 보증금 납입 최대치인 2천만원까지 다 때려박으면 공과금 포함 35만원이 가능했다. 다행히 무주택자로 집 한 채 없는 방랑자일지언정 이 정도는 모아놨기에 2000/35 계약을 마쳤다. 그리고 집안으로 입성하자 펼쳐지는 한강 파노라마뷰. 실제로는 사진보다 훨씬 더 큰 전경이 보였다. 뜨악! 침을 꿀꺽 삼켰다. 쉐어하우스의 장점이라면 다인원을 수용해야하니 아파트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단 거다. 내 수준에 전/월세로 절대 못 살 아파트에서 주거해볼 절호의 찬스! 서울에서 아파트에 살 줄이야, 그것도 한강이 보이는 집에서 평화롭게...!


....일 줄 알았지?


함정이 있었다. 이미 살고 있는 룸메이트가 7명이었다. 나까지 포함하면 총 8명이서 사는 셈이다. 방은 4개였다. 솔직히 좀 기가찼다. 아무리 아파트라지만 아니 쌩판 모르는 사람 8명이서 사는게 너무 황당하지 않은가! 헛웃음이 나왔다. 나이대도 천차만별, 고향도, 직업도 모두 가지각색. MBTI 유형 파워 I 내향인인 나에게 예상치 못한 시련이었다. 가장 넓은 안방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층침대가 있었다. 어떤 방으로 가던지 그 방을 나눠써야만 했다. 이건 뭐 원룸에서 2인으로 동거하던 때와 달라질 게 없었다.



2) 당신의 인복을 시험해보시오


출처 국민일보


룸메이트라면 겪을 대로 겪은 나이지만 랜덤 룸메는 또 처음이란 말이지. 기숙사나 자취와 달리 쉐어하우스에서 만나는 룸메는 쌩판 처음보는 남남이었다. 순도 100% 무지성으로 가득찬 남남 말이다. 내가 사는 동안 룸메가 한 차례 바뀐 적이 있어서 나는 총 2명의 룸메와 함께 살아봤다. 누구와 살던간에 처음 만나던 순간 쭈뼛거리며 "아, 안녕하세요 흐흐...;;" 인사하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룸메와 잘맞는지 체크리스트>
가치관이 비슷한가요?
취침시간이 비슷한가요?
성향이 비슷, 아! 어차피 그런거 못 맞춥니다 그냥 같이 사세요.


나와 이층침대, 책상을 같이 쓸 이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살면서 알아가야 했다. 다행히 아주 결이 다른 사람은 없었지만 확실히 나와 정말 다르긴 했다. 룸메와 사이를 터서 같이 밥을 먹고 산책을 가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어딘가 모를 경계심이 남아있었다. 둘 중 한명이라도 외향적인 사람이라면 차라리 좋겠으나 둘다 파워 I라면? 그러면 이제... 축하합니다. 당신은 새로운 퀘스트를 부여받았습니다. 지혜롭게 이겨보세요. 방법은 나도 모름. 어찌보면 쉐어하우스에 입성하는 순간 당신은 나름 인복 테스트를 해볼 수도 있겠다. 나의 경우라면 중박 정도인 듯 하다.



3) 끝난 줄 알았지? 방밖에 하메가 있다.


출처 해당방송 홈페이지


쉐어하우스만의 특이점이라면 바로 이부분이다. 룸메가 방에만 있는게 아니다. 방밖에도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하메(하우스메이트).  방을 제외한 3 방에 모두 사람이 살고 있다. 그들과 거실 부엌 화장실 같은 공용공간을 써야 한다. 그러므로  룸메에게만 잘할  아니라 방밖 하메들도 신경을 써야 한다. 욕실에는 각자 쓰는 샴푸가 달라 샴푸병만 5개가 있었다(근데 내가 고가샴푸를 사니 제일 빨리 닳았다 누구야 대체!!)  부분이 매우 피곤할  있는데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새로운 친구가 생기는  아닌가? 얼른 나가서 먼저 인사를 하고  지내봐야지!


...라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힐끔)(휙)"


보통 시트콤에서는 쉐어하우스를 '좌충우돌 우당탕탕' 뭐 이런 즐거운 이미지로 포장하는데 이것도 복불복이다. 조용-한 사람들 혹은 개인주의를 중시하는 사람들과 살다보면 딱히 이런게 없다. 첫날 모두에게 찾아가 떡돌리듯이 인사를 돌렸는데 그 때 꾸벅이던 나를 힐끔 보던 하메들의 시선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부산 사투리를 써서 그런가? 큼큼, 목을 다듬고 표준말로 인사를 해도 답이 똑같았다. 그 후에는 조금씩 주눅이 들어 룸메이트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물론 그들은 한 번도 나에게 인사를 한적이 없었다(눈물) 가끔 거실 공용책상에 함께 앉아 작업을 하던 와중에도 조용-히 자기 할 일만 했다. 무슨 느낌이냐면, 독서실에 왔는데 잠도 여기서 자는 느낌.


"나도 저 유튜버 방송 보는데!"


한번은 거실에서 유튜브를 보고 있는 하메에게 동질감을 느껴 컨택을 시도한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를 보기에 반가운 마음에 말을 좀 걸어보려했다. 내가 다가가던 순간! 짐을 싸고 방으로 쏙 들어가던 그 여성... "여기에 앉으셔도 돼요." 그녀는 날 너무 배려해준 나머지 서로 귀찮게 친구가 될 기회따윈 주지도 않았다.



4) 무규범 아노미 상태


쉐어하우스로 5행시 해보겠습니다.
쉐! 쉐어하우스
어! 어... 여기는 무규범 아노미다
하! 하....
우! 우흑...
스! 스읍


8명이서 함께 살다보니 완전 무규범 아노미다.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오묘한 상태다. 쉐어하우스는 주거인의 출입과 이탈이 잦다. 기존 사람이 언제든지 나가고, 또 새 사람이 들어온다. 이전에 분명 만들어놓은 규칙이 존재하는데 인원이 교체되면서 기존 규칙이 흐려진다. 반면, 새로운 규칙이 추가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혼동하는 룸메이트가 생겨나기도 한다. 그래서 A룸 식구들 분리수거는 수요일 아니야? 어 금요일이라고? 언제 바뀌었지? 내가 이번 주 휴지담당이야? 나 지난 주에도 했는데?!


방을 함께 쓰는 룸메 이야기는 차치하자. 이미 이전 편에서도 룸메얘기를 많이 했으니. 그러나 하메들과 합을 맞추는 건 훨씬 어려웠다. 룸메처럼 매일 같이 부대끼며 소통하는 관계도 아니거니와 앞서 말했듯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서 각자 성향 파악도 잘 안됐다. 누군가는 기막히게 화장실에 머리카락을 흘려놨고 또 누군가는 항상 세탁 가루 세제를 넘치듯이 부어 세탁기를 더럽혔다. 문제는 서로가 친하지 않다보니 불만을 말하기가 참 어려다는 거다. 차라리 친구면 등짝 스매싱 때리고 싸우기라도 하지 이건 뭐, 너나 할 것 없이 어사니까 곤란하다.


집 밖에서도 아노미다. 쉐어하우스에 입주하고 제일 의문이었던건 '전입신고'였다. 분명 서울에 왔으니 전입신고를 새로 해야하는데 쉐어하우스도 가능한가? 일단 답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근데 웃긴건 세대주로도 가능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모르겠는데 룸메이트가 8명이면 룸메 8명이 모두 세대주로 등록이 가능하다. 보통집은 이렇지 않다. 등본에 '쉐어하우스'라고 뜨는 것도 아닌데 모두 세대주가 되긴 된다. 나는 아직도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를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무튼 집은 한 채인데 모두가 세대주임.



5) 물론! 매일이 파티인 곳도 있다

 


그러나 진리의 케바케. 모든 쉐어하우스가 내 경우와 같던 건 아니다. 외향적인 파티퀸 하메를 만나면 매일매일 파티하듯 살 수도 있다. 다른 지점 입주민 후기를 보니 밤마다 함께 전인원이 치킨파티하고 노래방도 가고 그렇더라. 마음이 잘 맞으면 이렇게 살 수도 있다! 나는 물론 다른 하메들과는 교류가 적었어서 내 룸메끼리만 조용히 치킨시켜 먹고 그랬다. 한 번은 마라탕을 시켜먹는데 늦은 밤이라 부엌불을 켜기가 좀 그랬다. 다른 하메들 방해될까봐서. 그래서 냄새 폴폴나는 마라탕을 방에 짱박혀 창문도 안열고 먹었다. 냄새날까봐서! 크크 지금 생각하니 웃기기만 하다.


그런고로 쉐어하우스는 정말 복불복이다. 일단 시설물이나 위치까지는 미리 파악이 가능하다. 그러나 함께 살 룸메이트는 완전히 가챠이며 집안 분위기도 랜덤이다. 완성된 타인 가정에 쑥! 입장하는 홈스테이와 달리 쉐어하우스는 기존 인원들도 '가정'을 꾸린게 아니다. 바이브가 완전히 다르다. 엄마도, 아빠도, 아무도 없다. 우리는 모두 그냥 '입주민'이다. 그런데 같은 집을 쓰는... 파티장 or 독서실 분위기, 당신의 운을 시험해보라.



6) 총평

쉐어하우스의 주거 질은, 주거공간의 외관과 불일치한다. 내 경우 한강뷰가 보이는 매매가 20억 이상의 마포 아파트에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답답함이 가시지 않았다. 공용공간은 훌륭했으나, 따지고보면 내게 허락된 개인 공간은 2층 침대 중 1층 칸 하나와 책상 뿐이었다. 좋은 생활 인프라를 누린 것에 만족한다 셈쳐도 아쉬운 감이 있다. 하메의 in/out이 잦은 점도 그렇다. 친해질만하면 나가고, 나가면 또 쌩판 모르는 사람이 들어오니 매번 집에 적응해야 한다.


그래도 내가 이때 아니면 언제 8명과 함께 살아보겠어? 쉐어하우스는 분명 새롭고 젋은 주거 타입이다. 한번쯤 겪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이대가 20대 중후반정도라면 가장 적합할 듯 하다. 왜냐면 그 나이대 사람이 가장 많더라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매일 새로운 밤을 보내는 와중에, 특별히 돈독해질 룸메이트도 만들 수 있다.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라면 쉐어하우스는 매일이 파티다. 굳이 환상을 심지 말자는 가치관에 따라 이번 글엔 장점보다는 단점을 부각했다. 그러나 장담하는데, 쉐어하우스는 누군가에게 최상의 주거 타입이 될 수도 있다. 여기만의 즐거움이 있다.


아파트 쉐어하우스 잘~ 살다 갑니다


자유도 ★☆☆☆☆

재정부담 ★★☆☆☆

즐거움 ★★☆☆☆

편안함 ★☆☆☆☆

추천: 게스트하우스 생활 좋아하는 사람, 친화력 갑인 사람, 아파트에서 살고 싶은 사람, 내일 당장 입주할 집을 구해야하는 사람,

비추천: 초극강 개인주의, 동물 키우는 사람, 사람 많은거 질색인 사람, 조용한 환경이 필요한 사람, 에어컨이나 보일러 시시각각 트는 사람, 시끄러운 사람, 목욕 오래하는 사람(<절대불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