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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예 Oct 01. 2021

1인 원룸! 나 드디어 혼자 산다

독거 청년 지금 시작합니다


난 화려한 싱글이야악!!!!!!!!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이렇게도 살고 저렇게도 살아봤으니 이젠 1인 가구로 독립할 일만 남았다. 무주택자 최종의 최종의 찐최종! 드디어 지금부터 온전한 1인 가구로 혼자 살아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사실 요즘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이미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도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여러 주거 타입을 겪은 뒤 본격적으로 혼자 살아본 경험을 말할 예정이라 아는 내용이 나오더라도 재미있게 읽어줬으면 좋겠다.




1) 나도 혼자 산다!!!!!


77ㅑ악!! 소리 질러!! 나도 혼자 산다!!!!!!!!!


시작은? 달콤하게 평범하게 가보자. 처음으로 혼자 산 집은 원룸이었다. 부산 중앙동에 위치한 원룸 빌딩으로 200/30만 원이었고 평수는 5평 정도 됐다. 사회초년생이 살만한 집 치기에도 조금 다운그레이드 된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원룸촌들이 그렇듯 주변을 둘러싼 건물 모두 원룸빌딩이라 어린 사람들이 특히나 많이 살았다. 가구는 에어컨, 냉장고, 옷장, 침대가 있었고 tv는 없었다. 이곳에 살면서 tv를 보지 않는 게 습관이 돼 나는 지금까지도 tv 없이 살고 있다.


혼자 살게 됐을 때 첨엔 마냥 좋았다. 누군가와 늘 함께 하던 다이소 쇼핑을 혼자 하면서도 좋기만 했다. 내 취향이 온전히 반영된 컬러 타월, 액세서리 거치대, 미니 선반 등을 야무지게 골랐다. 역시 둘 혹은 셋이서 살 때보다 돈이 조금 나가긴 했지만 물건들은 한번 사놓으면 추후 계속 쓰는 것들이니 통 크게 소비해보기로 했다. 보증금이 200인데 첫날 이것저것 사고 싶었던 물건들로 방을 채우느라 100 정도 쓴 것 같다. 이불이나 매트리스 같은 것도 싹 다 바꿨다. 아무튼 온전한 독립이란, 사회초년생에게 백만 원을 털어가면서도 헤렐레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단어였다.



2) 나 말고 살아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집



짜잔~ 보이는 사진처럼 방구석을 아기자기하게 꾸미며 살았다. 하지만 늘 누군가와 함께 살다가 덜컥 혼자 사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따라온 감정이 있었다. 바로 '외로움'이었다.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면 항상 집에서 사람 사는 소리가 났는데 우리 집은 늘 조용했다. 내가 없으면 24시간 불이 꺼져있고 개미새끼 한 마리 기어 다니지 않는 집. 내가 입을 열지 않으면 내 집은 적막에 매몰됐다. 혼자 사는 집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에 적응이 잘 안돼서 처음엔 음악도 틀어놓고 휴대폰으로 항상 유튜브를 보면서 잠을 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방음이 잘 되지 않는 원룸 건물 특성상 심야시간에는 볼륨을 줄이거나 아예 꺼야만 했다.


왜 혼자 사는 사람이 동물을 키울까?
동물을 정말 사랑해서?
그것도 있겠지만...


혼자 살면서 고양이나 소동물(햄스터, 고슴도치 등)을 키우는 사람이 정말 많다. 늘 누군가와 함께 살았던 나는 동물을 섣불리 집으로 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키울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혼자 살게 된 이후에야 왜 사람들이 돈도, 시간도 넉넉지 않으면서 동물을 집에 들이는지 알게 됐다. 특정 동물을 참 좋아해서도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외로워서다. 개를 사랑해서, 고양이를 사랑해서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정말 많을까? 외로우니 동물에게 감정을 의탁하는 건 아닐까. 나 역시 고양이라도 한 마리 키워볼까 고민했으나 결과만 말하자면 데려오지 않았다.



3) 자유 다 내 것 대신 책임도 다 내 것


자유와 책임? 독 식 조 아


혼자 사니 모든 걸 독점하는 것도 색다른 기분이었다. 집에서 방귀를 참을 필요가 없다. 어차피 아무도 들을 사람이 없으니까! 아침에 화장실에서 거울을 1시간 보든, 머리카락을 치우지 않고 나오든 100% OKAY. 네 맘만 있냐? 내 맘도 있다? NO. 내 맘만 있다. 자유로운 독거생활이 너무 좋았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타입인데 누군가와 함께 살 때는 이걸 충족 못해서 스트레스받을 일이 많았다. 독거를 통해 나만의 취미와 애호를 마음껏 표출하게 됐다. 싫어하는 화장실 청소는 하지 않고 늘 신경 쓰였던 부엌 청소는 매일매일 하기. 굳이 룰을 협의하지 않아도 됐다.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면 됐다.


살다 보면...
뜨거운 물이 안 나올 때도 있고
우리 집만 정전이 될 때도 있고
정체불명 벌레가 나올 때도 있고
분명 단발머리인데 하수구가 막힐 때도 있다...
(긴 머리도 아닌데...)


하지만 책임도 몰빵이었다. 집에서 사용하던 물건이 고장 나거나 결핍되면 무조건 내가 알아서 해결을 해야 한다. 당연하다, 나 혼자 사는 집이니깐. 그런데 가끔은 내 손으로 해결 못할 일도 생긴다. 냉장고가 고장 났었던 적이 있었다. 기본 가구라 집주인이 고쳐줄 줄 알았는데 연락해보니 알아서 수리기사를 부른 다음 비용 청구를 하란 거였다. 지금 보면 별거 아닌 과정인데 태어나서 수리를 한 번도 안 해본 나는 혼자 수리기사를 집으로 부르는 것도 너무 두렵고 어려웠다. 보일러 물이 잘 안 나오거나 수압이 약할 때. 모든 순간 내가 알아서 해결을 해야 했다. 집주인의 책임권한이 없는 문제는 사후처리까지 내가 몽땅 해결해야만 했다. 문제를 발견할 때마다 번번이 멘붕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 과정을 견뎌내면 조금씩 멋진 독거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만큼 어른이 되는 거다.



4) 싼값에는 이유가 있다


하놔 ㅋㅋ 웃는데 눈물이 나네


홈스테이, 셰어하우스, 친구와 함께 사는 집이 아니라 내가 100% 내 의지로 고른 집에서 살았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내 안목이 얼마나 허접+허술한지 알게 됐다는 거다. 저렴한 가격만 보고 만세를 외치며 싱글 벙글로 들어가 살다가 2주 만에 울상이 됐다. 나름 네이버에 검색 야무지게 하고 고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낮 풍경만 보고 들어갔더니 밤거리에 취객이 많다는 걸 체크 못했다. 화장실 세면대 수압만 체크했더니 변기 수압이 쫄쫄쫄인 것도 몰랐다. 집주인이 찬물 팍팍 잘 나온다고 말해줘서 좋구나^^하고 살았다. 그 말이 따뜻한 물이 잘 안 나온다는 뜻인 걸 찬물로 씻으면서 알았다.



왜 너네 집은 온수가 20분만 나오냐....
그건 말야... 20분 안에 씻고 나오라는 배려야...



타임리미트 온수제 들어봤는가. 쌈마이 자취방은 그랬다. 여유롭게 콧노래 부르며 목욕이라도 하려 치면 찬물이 콸콸 쏟아졌다. 그 집에서 몸살이 2번 났다. 욕이 아주 그냥... 이거 고쳐주세요, 저거 고쳐주세요 할 수도 없는 게 "이미 다 알고 온 거 아니야?" 집주인은 미리 다 설명했는데 왜 불만 행세냐는 애티튜드였다. 하! 거참! that's my mistake^^ 내가 너무 미숙했다. 독립할 때 집 잘 살펴보자... 싼 집이 능사가 아니다. 별별 꼴을 다 겪는다.



5) 총평


그래도 혼자 사니 마 냥 조 아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혼자 사는 게 짱이긴 하다. 근데 이제 집을 막 고르면 엄청난 불편함을 곁들인. 그리고 주거비+a 이므로 야무딱지게 월 비용 체크를 잘해야 한다. 1인 가구 주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전에 여러 명과 함께 사는 버릇을 들이고 와서인지 적당한 위생관념과 청결의식이 습관화돼있었다. 자유와 책임을 동시에 담뿍 누리는 삶. 나쁘지 않다. 어느 정도 외로움에 익숙해지니 매일매일 혼자만의 파티를 여는 일도 좋았다. 신이 났다. 집이 아무리 구리고 코딱지만 해도 말이다! (물론 넓은 집에서 살면 더 좋긴 하다...)



혼자서 원룸 잘~ 살다 갑니다


자유도 ★★★★★

재정부담 ★★★☆☆

즐거움 ★★★★☆

편안함 ★★★★☆

추천: MBTI - I 유형, 혼자살되 돈아끼고 싶은 사람, 극강의 아싸, 혹은 에서 잠만 자고싶은 인싸, 개인주의, 조용주의, 평화주의(혼자서는 못싸움), 소동물 키우는 사람(개고양이X),

비추천: 가구 많이 사는 사람, 물건 안버리는 사람(좁음), 공간의 여백을 중요시하는 사람, 외로움 많이 타는 사람, 혼자 못지내는 사람, 자기관리 잘 못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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