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청예 Oct 02. 2021

오피스텔! 복층 낭만을 이루다

여기에서 평생 살게 해주세요


복층 오피스텔에 사는 커리어우먼
뭐 그런 삶


꿈꿨다. 채광이 좋지 않은 원룸빌라에서 살면서 언젠가는 꼭 오피스텔에서 살고 싶다고! 사실 오피스텔과 원룸의 가격차이가 크진 않지만, 세상 물정을 잘 몰랐던 난 오피스텔이면 무작정 비싼 줄만 알았다. 그러다 친구들의 제안으로 원룸 인근에 500/30짜리 오피스텔을 보게 됐다. 그런데 맨 꼭대기층+복층이기까지 했다. 고민할 게 뭐가 있나? 당장 보따리싸! 무주택자의 장점, 발이 묶여있지않아 어디로든 갈 수 있다.





1) 복층 바이브, 행복


벽면 창문 중 하나. 저 멀리 보이는 탑이 부산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탑이자 장소이다 그래서 이 집에 사는 동안 너무 행복했다


복층 오피스텔이라 층고가 매우 높았다. 신발장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마주보는 벽면이 전부 창문으로 돼있었다. 복층이라도 창문이 작으면 채광량이 줄고 바깥 풍경이 잘 담기지 않아 답답하다. 그런데 이 오피스텔은 정말 전면이 모두 창문으로 돼있어 깜짝 놀랐다. 누워서 창밖을 올려다보면 밤에는 달이 보였고 별도 떴다. 복층이라 바깥의 도심과 저먼 산, 그리고 높은 하늘까지 세박자가 모두 고르게 보였다. 채광은 말할 것도 없다. 아침이면 '햇살이 부서진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온 햇살이 집안으로 쏟아져 내렸다.


사랑하는 나의 집!


늘 이집 저집 떠돌기만 하던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을 사랑하게 됐다. 퇴근하면 곧바로 집으로 달려갔다. 난생 처음 살아보는 오피스텔이 좋았고, 처음 살아보는 복층이 감격스러웠다. 그냥 멍하니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해도 마음이 젖어드는 것 같았다. 집을 사랑했다. 이 집에서 나는 가장 오래 살았다(2년) 그래서 지금도, 이 오피스텔 인근을 지나다니면 마음이 시큰해진다. 오래오래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진 기분이 들곤 한다. 흠 주책일지도 모르겠으나, 글을 쓰기위해 이 집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다시 보는데 괜히 눈물이 날 것만 같다. 그립다!



2) 주거공간을 사랑하니 인테리어를 한다


인테리어 소품으로 마네킹을 두고 내 옷을 입히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따 실현했다!


매번 이사를 자주 다녔기에 인테리어를 해본 적이 없었다. 가구를 산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 집은 정말 마음에 들어했었기에 열심히 꾸몄던 기억이 난다. 화장대, 의자, 헹거 이것저것 사서 공간을 채웠다. 이전 집들에선 정말 '주거만'했다면 이 집에서는 '삶'을 살았다는 느낌이 있다. 빔프로젝터를 사 한쪽 벽면에 띄워서 영화를 보거나 인테리어용으로 마네킹을 구입해 매주 옷을 갈아입혀주곤 했다. 내가 어떤 공간을 좋아하는지 꾸미면서 더 잘 알게 됐다. <의식주> 중에서 '주'가 얼마나 삶의 질을 높이는지 제대로 살아본 후에야 느꼈다.



3) 경비원이 있다!


출처 서울경제


오피스텔에는 장점이 아주 많았다. 이전 원룸빌라에는 경비원이 없었는데 여기는 경비원도 있고 경비실도 따로 있었다. 감사한 경비원 어르신 덕분에 내 택배는 단 한번도 분실된 적이 없었다. 밤늦게 다녀와도 치안 걱정이 되지 않았다. 혹여 층간소음 등으로 이웃간 트러블이 발생하더라도 중재해주는 인물이 있다는 마음에 안심이 됐다. 부모님도 당연 좋아하셨다.


관리 서비스도 훨씬 우수했다. 로비나 공용공간(옥상, 계단 등)을 매일 청소해주기 때문에 훨씬 깨끗한 환경에서 살 수 있었다. 쓰레기 분리수거 공간도 체계적으로 관리가 됐으며 전용 지하 주차장도 있어 인근에 파킹 혼잡도 없었다. 원룸빌라에서 살 땐 5대인가? 밖에 주차를 못해서 항상 빌라 근처에 마구 대놓은 차들이 즐비했다. 왜 혼자 살면 오피스텔이 제일 안전하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파트를 1인실로 잘개 쪼개어 만든 것 같은 주거공간이었다. 집이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원룸빌라와 낡은 주택이 보통 사람이라면, 오피스텔은 자기관리를 빡세게 하는 사람같달까? (뭔 비유가 이래)



4) 복층 오피스텔의 단점?


단점도 있다. 복층 오피스텔은 층고가 높기 때문에 공기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찬 공기는 바닥에 내려앉고 따뜻한 공기는 위로 뜬다. 그래서 겨울엔 난방을 풀로 가동시켜도 바닥만 따뜻하고 공기는 차갑다. 반면에 여름엔 에어컨을 끄면 금방 윗공기가 햇빛에 달아올라 정수리에서 땀이 삐질삐질 난다. 한쪽 벽면이 전부 창문으로 이뤄진 것도 시각적인 면에선 우수하지만 온도조절엔 약하다. 바깥 온도가 그대로 실내로 전달된다는 단점이 있겠다. 외풍에 취약하다. 그러다보니 겨울엔 난방비가 많이 나오고 반대로 여름엔 냉방비가 많이 나온다.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집. 어린 시절 할머니는 날더러 이런 집에서 살면 안된다고 하셨는데...


또한 복층 공간의 활용도가 생각보다 우수하지 않다. 복층 오피스텔에서 2층 공간은 대부분 성인 한 명이 일어서기에 부족하다. 층고가 낮다.(저렴할수록 더욱 1,2층 층고 불균형이 크다) 그래서 2층에서는 활동적인 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렵다. 정말 잠만 자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수준이다.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생활하는게 어느순간부터는 귀찮아진다. 청소도 2중으로 해야하니 번거롭고. 무더운 여름날 차가운 바닥에 찰싹붙어 자려고 1층에 누워 잔 순간부터 나는 1층 취침맛을 알아버렸다. 그 후부터 2층은 퇴거하는 날까지 1년 넘게 그냥 방치됐다. 복층 오피스텔에 사는 의미가 별로 없어졌다.




천장등을 갈아야할 때 철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갈아야한다. 2년 동안 3번 정도 갈았다. 사다리 타는게 그렇게 무서운 일인지 몰랐다. 올라갈 때마다 다리가 파들파들. 바깥에서 벌이나 왕나방이 들어왔을 때 벽 높이 붙어버리면 잡지도 못한다. 한번은 왕나방 하나를 잡기위해 옷이며 책이며 온갖 물건을 다 던져봤던 적이 있다. 결국 이틀밤정도 같이 생활하다 녀석이 지쳐 떨어졌을 때 겨우 잡았다. 그때의 기억이란...



5) 누린만큼 지불해요

일단 오피스텔은 다른 곳보다 관리비가 센편이다. 공동요금+개별요금 합쳐내는데 피크 때는 10만원을 훌쩍 넘긴다. 이전에 살았던 방4칸짜리 한강뷰 아파트 관리비가 월 20만원 정도였던 걸 고려해볼 때 절반이니 결코 저렴하지 않다. 겨울에는 개별 난방비도 많이 나온다. 외풍을 막기위해 창문에 뽁뽁이장치(?)를 추가로 해야하기도 한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



6) 총평

혼자 사는 1인가구에겐 오피스텔이 최고다. 재정적 여유가 뒷받침 된다는 전제 하에!! 돈이 적당히 있다면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 것을 강추한다. 다만 복층에서 살 때는, 누리는 낭만과 감내해야하는 불편함 사이에서 잘 고민해보길 바란다. 나는 시간을 되돌려도 복층 오피스텔에서 살고 싶다. 하지만 창문이 쥐콩만하게 달린 복층 오피스텔은 그닥 시각적 효과가 없다. 혹은 창이 크게 달려있어도 바깥에 바로 외부 건물이 있으면 오히려 더 불편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 요목조목 다 따져보라. 낮풍경/밤풍경 모두 보고 고르길 바란다.



혼자서 오피스텔 잘~ 살다 갑니다


자유도 ★★★★★

재정부담 ★★★★☆

즐거움 ★★★★★

편안함 ★★★★★

추천: 혼자서 잘 살아가고 싶은 사람, 치안에 신경쓰는 사람, 번듯해보이고 싶은 사람

비추천: 경제적 요건이 어려운 사람, 층간소음 유발자, 휑한 공간이 싫은 사람

작가의 이전글 1인 원룸! 나 드디어 혼자 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