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청예 Oct 04. 2021

원룸 전세! 인생을 은행에 저당잡히다

대출의 바다에 나도 입성


대출하시겠습니까?
YES


정말 멀리까지 왔다. 월세를 탈출했다. 1인가구로 열심히 산 끝에 나는 전세로 승급하게 된다. 물론 내 돈은 아니다. 취업하자마자 그 달 바로 대출을 땡긴 탓에 은행에 얼마나 굽신거렸는지 모른다. 그러다 카카오뱅크에서 대출을 받게 됐다. 하지만 대출을 받아도 오피스텔에선 다시 못살게 됐다. 여긴 수도권이라 집값이 정말.... (끔찍)(분노)(상욕)





1) 전세 VS 월세

전세와 월세는 당연 차이가 있다. 물론 매매가 최고다. 집을 내돈 내산 한다면 참 좋겠지만 돈이 없다. 아니, 돈이 있기는한데 집 한 채 사려면 턱도 없더라. 그래도 이제 저축액이 조금 있어 월세 탈출을 시도했다. 월세에서 전세로 살았던 이유는 간단하다. 월세로 매달 지출되는 돈이 너무 아까웠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면 매달 은행에 이자비용만 내면서 살 수 있다더라. 월세>이자비용 이라면 월세로 살 이유가 없다. 그리하야 큰 마음먹고 인생 첫 전세를 시도했는데 전세로 사니 책임도 더블이 됐다.


월세로 살면 웬만한 잔고장은 집주인이 다 알아서 고쳐줬다. 그런데 전세로 사니 묘하게 내 몫으로 책임이 떠넘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왜일까. 부동산 법률을 이것저것 알아보니 정말로 그러했다. 월세로 살 때 세입자가 누릴 수 있는 집주인찬스(?)가 전세로 살 때보다 더 많았다. 또한 전세자금 보호 역시 장담하지 못했다. 내 경우는 카카오뱅크에서 전세자금대출을 했고 뭐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해 전세자금 보증보험에 가입이 불가했다. 전입신고랑 확정일자를 모두 받아도 전세자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면 100% 안전한게 아니라더라.


그런데 또 억울한 것은, 보증보험에 가입이 되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 하자가 전무한 집에서 살기? 누군들 이러지 않고 싶어서 안 하겠는가? 내 신용도가 1등급임에도 불구하고 그 까다로운 조건들을 다 맞출 돈과 전셋방 후보가 없는데 어떡하는가... 여건이 안되는 걸 우짜란 말입니까...(답답)(집주인들은 청년전세자금대출 받는다고하면 방을 보여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그러므로 전세와 월세 둘 중에 무조건 전세가 더 좋다고는 말 못하겠다. 본인에게 스트레스가 덜한 방향으로 고르시라.



2) 인생을 은행에 저당잡히다



첫전세=첫대출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봤다. 앞자리는 가렸다. 출퇴근이 1시간 이내로 가능하면서 + 반지하가 아니고 + 1억 이하로 대출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이 찾아봤는지 모른다. 전세난, 전세난 뉴스에서 말만 들었지 직접 체감해보니 욕이 아주 그냥(ㅋㅋ) 야이 미친놈들아! (허공 외침) 대체 누가 집값을 이렇게 올린 거냐? 한 명만 대표로 맞읍시다. 아무튼 정말 힙겹게 집을 구했지만 대출 받아야하는 금액이 적지 않았다. 내가 가진 돈을 다 때려박고도 부족했다. 흑흑.


다행히 금리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 월 부담금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이제 내 이름으로 된 '채무'가 생성됐다는 점에 있어서, 발목에 족쇄 하나가 생긴 기분이 든다. 만약 집주인이 전세 사기라도 쳐서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저 돈은 고스란히 나의 빚이 된다. 비록 내가 고른 전세방에서 살고 있지만 내 지분은 얼마 안된다. 전세 자금의 80%가 대출이다. 즉 집에서 순수 내 공간은 신발장 정도이고 그 외 모든 부분은 은행 몫일지도.





친구끼리 우스갯소리로 "이제부터 은행에 저당잡힌 삶 시작이야."라고 장난을 쳤는데 웃다보니 웃을 때가 아니었다. 의식주 중 '주'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에 채무 데이터를 남겨야 하는 삶. 이자 납입 일주일 전마다 온갖 알림메세지가 도착하는 삶. 바야흐로 내 인생에, 은행이 들어온 순간이었다.



3) 수도권 원룸에서 전세로 사는 것


작은 원룸이라 커튼 설치가 불가했다. 하지만 맞은 편에 건물이 있어서 어떻게든 커튼을 치고 싶었다. 꾀를 써 커튼 레일을 달긴했는데 정말 엉성하다. ㅋㅋㅋ


수도권 원룸전세. 장담하는데 이 좁아터진 공간은 돈값을 못한다. 1000% 확신할 수 있다. 제값을 못하는 불합리한 이 공간에서 2년 이상 살면 나는 우울증에 걸릴지도 몰라(농담아님)! 그러면 왜 그런 공간에서 굳이 사느냐라고 물을 수도 있겠다. 허나 서울+수도권 오피스텔 전세는 정말 비쌌다. 출퇴근을 고려하다보니 나는 삶의 질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 적절한 층고와 쾌적한 너비, 채광, 습도, 주변 환경 다 포기했다. 아니 이건 뭐 그냥 삶을 포기한 거 아닌가? 여태껏 살았던 무주택자의 삶이 튜토리얼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진짜'같은 느낌이다.


집에 커튼을 못 달더라. 하지만 어떻게든 달았다. 집에 수납공간이 별로 없더라. 어떻게든 끙차끙차 물건을 보관해놨다. 집에 환기가 잘 안되더라. 정말 이를 악물고 겨울에도 창문을 열고 자며 환기를 시켰다. 대체 내가 대출받은 전세금들은 다 뭘로 책정된 걸까? 아니 하루는 웃겨서 헛웃음이 나왔다. 수도권에 사는 청년들은 다들 히어로인가? 어딜가나 내집만한 공간이 없다지만 정말... 살아보니 평생 내 인생에 이런 공간이 없긴했다. 이전에 살았던 원룸처럼 구린 건 마찬가지였으나 주거 질은 더 하락.



4) 좋은 전세를 구하는 법?


빨리 이사가려고 상시대기중인 종이상자 보따리 / 수납공간이 부족해 잔뜩 쌓인 물품들



사실 '원룸'이 가진 주거환경상 특성은 이전에 소개한 원룸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저기 누워본 무주택자라 알고 있다. 원룸이 아주 추천할만한 주거타입은 아니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로 살려면 원룸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을 거다. 주택/아파트/오피스텔 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싼 값에 좋은 원룸에서 전세로 살고 싶은가? 그러면 다음 조건을 최대한 많이 충족하면 되겠다.


굿 원룸전세 체크리스트~

1. 서울과 겁나 멀어야함.
(절대 서울과 연결된 지하철역이 근처에 없어야 )
2. 산골짜기에 처박혀있어야 .
(근데  산이 명산이거나 뷰좋으면  안됨)
3. 부동산 개발호재 절대 없는 .
4. 개똥 인프라.
5. 치안 개박살
6. 자애롭고 선량하고 배려심쩌는 집주인.

 조건을 충족하면 적은 돈으로 좋은 원룸에   있다


좋은 원룸은 많다. 하지만 적은 돈으로 좋은 원룸에 전세살이 하는 건? 수도권이면 매우 어렵다. 당신이 서울에 취업했고 가진 돈이 별로 없다면 축하합니다. 은행에 인생을 저당잡힐 때가 왔습니다. 하지만 슬퍼마요 무주택자! 더 좋은 곳으로 이사갈 때까지 우리 함께 열심히 살아봅시다. 으쌰으쌰.



5) 총평


무주택자 레벨 2 전세로 진급했으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번 편에서는 원룸 보다는 전세에 초점을 맞춰서 설명했는데 그러다보니 울분이 가득찼다. 물론 나의 개인적 견해일 뿐이다. 누군가는 원룸전세에 상당히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살 수도 있고 운이 좋아 수도권에서도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을 거다. 그러니 참고만 하길 바라며 실제 시세체크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원룸전세를 구하기 전에 제일 중요한 건 지역을 알아보는 거다. 내가 조사해본 결과 시세는 '입지'에 상당히 큰 영향을 받는다. 경기 과천시 전세랑 전남 구례군 전세는 같은 평수라해도 상상초월로 차이가 난다. 그러니 먼저 본인이 감당 가능한 입지를 알아보길 바란다. 직장이 서울 핵심지역(ex강남)이라면... 제가 대신 눈물을 흘려드립니다.



전세로 원룸 잘... 살다 갑니다


자유도 ★★★★★

재정부담 ★★★★★

즐거움 ★★★☆☆

편안함 ★★★☆☆(좁아서 안편함)

추천: 월세탈출하고 싶은 사람, 신용도가 우수한 사람, 경제적 조건이 좋은 사람

비추천: 서민

작가의 이전글 오피스텔! 복층 낭만을 이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