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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예 Oct 06. 2021

무주택자 방랑 총평.

집 내놔



그냥 부자되게 해주세요


무주택자! 집이 없으니 어디든 누워봤다. 기숙사, 쉐어하우스, 원룸, 오피스텔 그리고 홈스테이와 월세, 전세,  골고루 돗자리 깔고 누워봤다. 인생 1회차 20대기에 아직 어른들이 보기엔 햇병아리 수준이라 많이 안다고 으시대진 못하겠다. 그러나 여러 곳에서 살아보며 인생 내공도 많이 쌓였다. 학교에서 이런   그르츠즈지(어금니꽉) 직접 부딪고 깨지면서 배우는 세상과 부동산은 분명 만만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보니 못할 것도 아니더라.



야심차게 만들었으나 오히려 독자 진입장벽이 된 이미지


1) 대운은 10년마다 바뀌고 계약은 2년마다 바뀐다.

명리학에 '대운'이라는 개념이 있다. 운이 전혀 다른 결의 페이지로 전환되는 것을 말한다. 이 대운은 10년 마다 바뀐다. 즉 명리학에 따르면 사람은 각자의 시작점에서 10년 마다 새로운 인생을 맞이한다. 이러한 전환시기는 무주택자에게도 존재한다. 우리에게는 2년이다. 2년이 지나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면 새로운 집을 찾아야만 한다. 사는 곳이 바뀌면 인생의 많은 부분이 바뀌기도 한다. 그러므로 나는, 참 많은 격변을 겪으며 산 것 같다. 기특한 myself.



2) 돈은 생각보다 위대하다.


내놔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놈들은 모두 사기꾼이다
입바른 소리로 그놈들은 이미 돈을 벌고 있다
-출처 기억안남


가슴에 새기자. 여러 주거 타입을 거치며 뼈저리게 느꼈다. 돈은 위대하다. 돈 따위에 좌지우지 되지 않아~ 라고 낙관만 하며 살기엔 돈이 가진 파워가 어마무시하다. 돈이 없으면 좋은 환경, 좋은 집이 있어도 살 수가 없다. 나의 경우 의식주 3코스 중에 '주'를 2순위로 뽑는다. 식>주>의 순이다. 그러므로 돈이 없으면 인생에서 두번째로 중요한 기초단계를 만들지 못한다. 젊어서 저축을 하자. 언제나 더 좋은 환경, 더 좋은 주거 공간으로 나아갈 욕심을 갖고 살자. (싫으면 말고) 돈은 생각보다 위대하며 그 위대함으로 우리는 큰 행복을 누릴 수도 있다. 지금 유보해버린 저축이 미래에 당신이 살 주거공간을 1평씩 좁힐지도 모른다.



3) 혼자 산다고 외롭지 않다

1인 가구로 오래 살았다. 하지만 살면 살수록 외롭지 않다. 외로움에 익숙해진다기 보다는 혼자서 영위할 수 있는 각종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 같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모아 인테리어를 하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하기도 한다.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비 오니 더 우울해"라는 말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그런 날에는 기름지고 바삭한 음식을 주문해 먹으며 좋아하는 아이돌 덕질을 한다. 나는 혼자 살아도 잘 웃고 잘 먹는다. 1인 가구가 필연적으로 외롭다는 명제는 내 인생에서 이미 깨졌다.



4) 항상 보따리 쌀 준비


보따리 쌉시다


역마살은 이제 옵션이 아닌 필수. 다음 주거지는 어디로 할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좋은 곳이 있으면 추천 해주세요. 아무튼 무주택자, 가진 게 없으니 죽는 날까지 집을 빌리러 다녀야 한다. 그래도 슬퍼하지 말자. 사실 이번 생에 내 명의로 된 집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냥 거리에 나앉는 일 없이 열심히 이사다니고 잘 살아보자 마음을 먹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은 집이 있으셔서 나와 달리 편하게 사셔서 한숨 덜었다(아빠 절대 집 팔지마...)


좋게 좋게 생각하려면 얼마든지 좋게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긍정이라는 단어 하에 불행조차 품어버리는 인간이 아니던가. 번듯한 내 집 없이 덜렁 독립한 덕에 기숙사~오피스텔까지 누빌 수 있었다. 만약 소유하는 것이 있었다면 한 곳에 머무르느라 다양한 삶을 누리지 못했을 거다. 현실적인 측면을 쓰기 위해 매 파트마다 단점을 많이 쓰긴 했으나 다양한 주거 환경에는 다양한 즐거움이 있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사람과 살아도보고, 친한 친구랑도 살아봤으니 내가 바로 주거마스터다. 집에 불이 나가도, 커다란 바퀴벌레가 들어와도 두렵지 않다. 이미 다 깬 퀘스트다.



5) 나의 바람


주식이들아 잘 좀 해봐라


앞으로 나의 바람이라면 지금 살고 있는 전셋방에서 전세사기를 안당했으면 좋겠다(제발) 그리고 다음 번에는 투룸에서 살아보고 싶다. 혼자서 투룸에 살아본 적이 없다. 글쓰는 공간과 잠자는 공간이 분리된 곳에서 살고 싶다. 고양이나 강아지는 못 기르더라도 자그마한 햄스터 기르면서 살고 싶다. 난 햄스터를 제일 좋아한다. 찍찍이들이 햄스터볼 안에서 어느정도 혼자 산책다닐만한 공간의 집을 갖고 싶다. 채광도 좋았으면 한다. 아직은 멀었지만 여전히 잠자기 전 네이버 부동산으로 시세체크를 한다. 언제쯤 바람이 현실로 될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 때를 위해 열심히 벌자. 그리고 쓸만큼 쓰고 남는 돈은 착실히 저축도 해보자. 뭐 어떻게든 되겠지. 안되면 그냥 서울역에 박스 깔자.



6) 부동산 시장에게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을 남기고 이 시리즈를 마치겠다. 부동산 시장아. 너는 지금 돌아있어. 아주 도라방스란다. 넌 너무 과평가 돼있어. 정신 좀 차려라. 실속없기로 유명한 개살구도 널 보면 울면서 두 손 두 발 전부 들겠다. 적당히 해라. 부탁이야(사실은 울고 있다)


만약 당신이 유주택자라면, 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안락한 주거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존경과 부러움을 보낸다. 당신이 가진 건 누군가의 평생 염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존경합니다. 질높은 주거 공간에서 언제나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만약 당신이 무주택자라면, 역시 잘 먹고 잘 살자는 말 뿐이다. 우리 잘 먹고 잘 삽시다! 지금은 계약서에 찍힌 숫자에 따라 이사를 다녀야 하지만 언젠가 우리에게도 볕들 날이 오... 오... 오겠죠?! 행운은 2가지를 충족한 사람에게 옵니다. 첫째는 노력이고 둘째는 욕심입니다.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어야 해요. 욕심을 마음 밑에 발깔개로 깔아두시고 노력으로 딛고 일어서봅시다. 그러면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행운이 잡힐 지도 모릅니다. 이 어마무시한 한국 부동산 시장 속에서 잘 살아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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