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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예 Dec 20. 2019

스페인 예술 탐방_바르셀로나 3 (!!)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만든 가우디는 비참히 죽었다? 나는 돈을 다 털리고?

스페인, 시각의 유토피아 

지난 예술의 낙원

피카소와 가우디의 고향으로 떠나다


이번 편은 스페인 건축양식의 정수이자 가우디의 역작, 에센셜 오브 가우디! 바르셀로나의 자랑이자 과거와 역사의 치열한 커뮤니케이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입니다. 그런데 부제목이 왜이리 요란하냐구요? 좀 더 설명해드리자면 비참하게 죽은 가우디가 만든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고 개종할뻔 하다가 결국은 집시한테 돈을 털린 거지 엔딩입니다. 아니 이게 무슨소리냐니, 상세하게 설명해드릴게요.






바르셀로나 3편_사그라다 파밀리아



스페인의 자랑 안토니오 가우디


사그라다 파밀리아 편은 인트로가 필요없습니다. 인트로 넣기도 아깝습니다. 바로 본론입니다.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남긴 보물 중 역작이자, 스페인의 자랑이기도 한 <Sagrada familia>!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구엘공원과 더불어 바르셀로나를 상징하는 건축물이자 스페인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번 스페인 여행중에서 가장 최고를 선택하라면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성 가족 성당' 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신기하게도 현재까지 건설중인 건축물입니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에드워드 헬리카


가우디는 자신이 이 성당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을걸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건물은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줄곧 지어지고 있으며 2026년 완공예정입니다. 즉, 2026년에 스페인 바르셀로나 항공권은 아마 무지막지하게 비쌀 것입니다!! 미리 보고 오세요. 공사중인 모습을 보아도 아쉬움이 전혀 없습니다. 이제 약 7년, 아니 지금이 2019년 12월이니 6년 정도 남았네요. 너무나 기대됩니다. 가우디가 살아숨쉬던 과거에서부터 스마트폰이 생긴 현대까지 겹겹이 쌓인 시간을 자랑하고 있는 성당입니다. 현재는 다른 건축가가 가우디의 뜻을 이어 건축중입니다. 


아이폰 11 프로 와이드앵글을 이용해 힘겹게 찍은 전체 사진, 가운데 보이는 문이 사랑의 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매우 웅장하기에 폰 카메라로 한 컷에 담기가 힘듭니다. 그러므로 직접 눈으로 보시기를 추천해드립니다. 건물 외관의 디테일들은 카메라 10배 줌을 당겨도 조각조각 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놀랍습니따. 오른쪽 사진을 보시면 중앙에 문이 있습니다. 이 문으로 관광객들이 드나드는데요.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설명드리기 위하여 다음의 용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파사드 : façade
건축물의 주된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


바로 '파사드' 입니다. 사그리다 파밀리아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는데 (온라인으로 미리 신청해야함) 거기서 알려준 내용입니다. 파사드는 쉽게 말해 건물을 드나드는 게이트, 문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총 3개의 파사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그리다 파밀리아 완공 예상 조형물


탄생의 파사드 = 관광객들이 가장 처음 정면으로 바라보는 정문, 바로 위에 첨부한 2개의 사진입니다.

수난의 파사드 = 탄생의 파사드로 들어가서 나오는 출구의 문(즉 정문의 반대편에 위치한 문)

영광의 파사드 = 현재 건축중 


각각의 파사드에는 예수의 탄생과 수난 그리고 영광에 대한 디테일한 조각과 상징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일단 우리는 탄생의 파사드로 들어섭니다. 탄생의 파사드 아래에는 또 3가지 문이 있는데요. 왼쪽에서 부터 소망/사랑/믿음의 문입니다.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문이 사랑의 문입니다. 즉 정리하자면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가장 처음으로 만나는 것은 '탄생의 파사드'이며 그 중 '사랑의 문'으로 출입합니다. 좀 더 세부적인 지식은 아래의 블로그를 참고하세요. 매우 자세합니다.


https://blog.naver.com/vivaroute/221344163794


좌) 예수의 탄생 수태고지 / 우) 우측 사진 왼쪽 상단에 평화의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다


놀라운 것은, 가우디가 그 어떤 디테일도 낭비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모든 디테일이 종교적 신앙에서 나옵니다. 각각의 디테일은 저마다의 의미와 서사를 다 담고 있습니다. 그냥 건물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른쪽에서 왼쪽끝까지 전부가 다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마 바라보고 제대로 해석하려면 하루종일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무려 하나의 파사드일 뿐인데 말이죠. 


참고로 하나의 파사드에는 총 4개의 탑이 있습니다. 총 파사드가 3개이니 탑이 12개이며 이는 성경의 12제자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수태고지를 비롯하여 평화의 상징 사이프러스 나무와 그 꼭대기의 비둘기, 마리아와 요셉의 결혼 등 무교인 제가 겉핥기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장엄한 내용이 있습니다. 오디오 가이드 역시 한정적으마나 설명할 뿐이니 만약 가게 된다면 꼭 디테일을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고딕이란 르네상스와 로마네스크 사이의 양식을 말함


단순히 함의만 재미있는 건 아닙니다. 건축적인 아름다움 역시 기가 막힙니다. 맥주 12잔을 먹어도 이정도의 키야~는 나오기 힘듭니다. 사그리다 파밀리아는 네오고딕 양식입니다. 여기서 네오란 new 를 의미하는 말이며 고딕이란 포인트(첨탑/꼭지점이 뾰족한것)가 있는 아치형 건축물을 말합니다. '고딕'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있을 것입니다. 하늘을 치솟은듯이 뾰족하고 날카로우며 장엄한 모습이죠. 즉 동글동글하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아닌, 강하고 힘있는 매우 강건한 양식입니다. 날카로운 첩탑과 아치형으로 쌓아올렸음에도 끝 부분을 뾰족하게 처리하는 걸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의 사진을 보실까요? 상단부 오른쪽과 왼쪽에서 삼각형 모양의 아치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왼쪽 삼각형의 끝부분을 보면 둥글지 않고 뾰족하게 처리돼있죠. 


무릎이 갈리는 스테인드글라스와 조명효과


내부로 들어가보실까요? 저는 무릎을 꿇었습니다(속으로만) 외관은 장엄하고 강건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신비롭고 따스한 빛이 마구 쏟아집니다. 이 부드럽고 온화한 빛이 난폭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높이에서부터 쏟아집니다. 이걸 파노라마 뷰로 담았는데 브런치에 첨부가 안돼서 개탄스럽습니다. 정문에서 바라보는 벽쪽, 즉 수난의 파사드로 나가는 출입구쪽과 그 오른쪽까지 모두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가 그려져있습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로 들어오는 이 빛을 보세요. 조명하나 없어도 아름다운 빛이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내부를 온통 감쌉니다. 


자연을 사랑한 가우디, 빛을 놓칠리가 없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네오고딕양식이면서 동시에 자연주의 양식입니다. 가우디 특징 이제 알만하지요? 그래서인지 빛을 매우 중요하게 사용했습니다. 단지 벽에 스테인드 글라스 조명 좀 박았다고 우왕 박수짝짝이 아닙니다. 가우디의 변태적이면서도 치열한 건축 열정은 내부의 조명을 처리하는 디테일에서도 살아있었으니까요.


동그란 창, 그리고 그려진 동물들 모두 다 의미가 있어서 해설하기 괴로움


모서리가 둥글게 처리된 창입니다. 그리고 약간 움푹하게 파여있습니다. 즉 창틀이 그냥 1자 벽에 대뜸 딱 붙어있는게 아니라 살짝 깊이가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외부에서 들어온 빛이 둥글게 내부로 퍼지고 더욱 온화하게 건물을 감쌉니다. 이렇듯 건물의 외부에서부터 건물의 내부까지, 이 지긋지긋한 디테일들은 모두가 다 계획된 것들입니다!!! 가우디 선생님!!! 해설적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정보값이 폭주합니다!!!!


또한 위쪽의 사진을 보면 동그란 흰 부분에 사자가 그려져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Marc라고 적혀있네요. 성경을 공부하신 분이면 아실듯. 마가입니다. 사도들, 사자(마가) 황소(누가) 독수리(요한) 사람(마태)가 상징물로 그려져있습니다. 또한 내부 뒤쪽,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물의 설명이 나와있는 부분에도 이 사도들의 기둥이 설치돼있습니다.


빛의 그라데이션, 선생님 저 무릎이 남아나질 않습니다.


내부의 모든 요소들이 성경의 상징물과 그리스도에 대한 찬미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에 대한 아름다움은 네오고딕 양식과 자연주의, 그리고 온화한 조명효과로 더욱 증강됩니다. 오후 2~3시쯤 들어섰을 때의 빛입니다. 연두색에서 짙은 주홍으로 자연스럽게 번져가는 저 빛을 보세요. 그리고 엄청난 높이감을 보세요.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고도 "볼게 없더라." 말하는 사람도 물론 있을테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적어도 저의 무릎은, 이 사진을 찍고 다 없어졌습니다. 갈려버렸습니다. 지금 저는 인공관절을 끼고 있습니다.



작은 예배당이 있으며 반드시 조용해야한다


동시에 성당의 본질도 잊지 않았습니다. 내부의 중앙에는 예배당이 있습니다. 의자에 앉아서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꼭 앉아야 합니다. 서서 알짱거리면 가이드분이 앉힙니다. 그리고 내부의 귀퉁이 구석에는 직접 조용히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도 있는데 반드시 조용함을 지켜야만 합니다. 경고문까지 있는 내용이니 그곳에서는 부디 사진을 찍으시거나 수다떨지 않길 바랍니다. 제가 찍은 곳은 예배 존이 아닙니다. 


지하에 보이는 숨겨진 예배당, 들어갈 수 없다


또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단층 건물이 아닙니다. 다른 층에는 가우디 박물관이 있는데 티켓이 있어야 입장이 가능합니다. 또 다른 예배당도 있는데 여기는 일반인의 출입은 불가한 듯 보입니다. 아래를 보여주는 창문을 통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아래층에는 예배당 보다 더 놀라운 것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가우디입니다. 죽은 가우디가 있습니다! 네, 가우디가 묻힌 곳이 바로 이 사그라다 파밀리아 입니다. 가우디는 이 성당의 건축도면을 넘기고 끝내 완공을 보지 못한채로 죽었습니다. 그의 마지막 건축물이자 가장 사랑을 담아 만들었던 건물에 그는 마지막 숨결을 남겼습니다. 그렇다면 가우디는 왜 죽었을까요? 이 아름다움을 더 강화하는 비극이 있습니다.


구엘 리조트까지 지어줬던 가우디, 도로에서 비참하게 죽다?!


가우디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됩니다. 전차에 치여 길거리에서 숨이 멎어가던 가우디, 지나가는 행인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무려 4명이나 이를 외면했다고 합니다. 그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병원에 데려다줬다면 그는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쓸쓸하게 길거리에서, 그것도 차에 치였음과 동시에 사람들의 외면을 받아가며 그는 죽었습니다. 오직 건축에 대한 사랑만 남겨놓고 말이죠. 가우디의 죽음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어 이것이 팩트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략적인 내용입니다.



수난의 파사드


가우디의 죽음을 알고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후문, 수난의 파사드를 바라보면 더욱 그 광경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 수난의 파사드에는 최후의 만찬에 실려있는 예수와 열두제자들의 마지막 모습에서부터 십자가에 못박힌 장면까지 다양한 서사들이 등장합니다. 각각의 영역은 모두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오디오 가이드가 친절히 해설해주니 놓치지 마세요. 저는 이걸 다 썼다가는 진짜 종교인이 될 것 같아서 조금 쉬어야 겠습니다. 



50개의 언어로 완성된 주기도문


재미있는 관람팁을 하나 드릴게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내부에는 50개국의 언어로 적혀진 주기도문이 있습니다. 한글도 있을까하고 찾아봤는데 있더라구요! 한국어의 구절은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소서' 입니다. 이 부분을 직접 눈으로 찾아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힌트를 드리자면 주기도문을 바라보는 관찰자 시점에서 왼쪽에 있습니다. 찾기 꽤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의 모습을 딴 안경케이스, 한화로 약 만오천원


함께간 일행과 "와 나 개종할뻔했다."를 연발하며 관람을 끝마쳤습니다. 이 여운이 너무 아쉬워 기념품샵에서 돈 안쓰기로 유명한 짠순이인 제가 안경통을 사왔습니다. 안경닦이 세트인데 알록달록하고 너무 예쁘지요? 이거랑 미니 캔디함도 샀습니다. 두개를 합쳐 약 2만원 정도네요. 룰루랄라 즐거웠습니다(여기까지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근처의 작은 공원에서


마지막으로 탄생의 파사드 맞은 편에 위치한 작은 공원에서 일행들과 함께 인증샷을 찍고 있는데 기분이 묘합니다. 뭔가 허한 이 기분(...) 소중한 걸 잃어버린 것만 같은 이 느낌! 무엇이지! 네, 돈입니다. 돈을 홀라당 다 털렸습니다. 기념품 숍에서 구매한 이후 저는 환전한 돈을 몽땅 다 털렸습니다. 그런데 너무 신기한 포인트, "언제 어디서 털렸는지 전혀 모르겠어?!! 아무 느낌이 안났어?!!! 가방도 닫혀있잖아!!!!" 충격과 공포. 스페인의 집시들 솜씨가 어마무시합니다. 이렇게 스무스한 도둑질은 첨 당해봅니다.


도대체 누가 언제 털어갔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일행 중 한명이 예전에도 집시에게 이런식으로 '전혀 예상도 못한채로' 돈을 털렸다고 합니다. 그러니 꼭 조심하세요. 다음에 바르셀로나 한번 더 가면 그때는 속옷안에 돈을 넣어가든가 해야겠습니다. 돈이 다 털렸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너무 아름다워서 화도 안나더군요. 이건 진짜입니다. 그만큼 이 성당은 정말정말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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