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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예 Jan 12. 2020

스페인 예술 탐방_마드리드 1

세계랭킹 2위 수집가, 티센보르네미사의 스페인 골드 트라이앵글로

스페인, 시각의 유토피아 

지난 예술의 낙원

피카소와 가우디의 고향으로 떠나다


세계3대 미술관인 '프라도 미술관'이 있는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1년에 몇 안되는 프라도 휴관일이었어요. 대신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마드리드의 3대 골드 트라이앵글로 불리는(프라도-티센보르네미사-레이나 소피아)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다음 편은 레이나 소피아에요! 그럼 티센보르네미사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보러가볼까요?




마드리드 1편_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마드리드의 전경 묘하게 다른 사진


드디어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에 도착했습니다! 마드리드에 온 이유는 오직 하나, 세계 3대 미술관인 프라도 미술관을 구경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1년 내내 상시 오픈인 프라도가 어째서 왜 어째서 도시테 와이 저희가 방문했던 기간만 클로즈일까요(침울...) 너무 서운했지만 프라도의 문을 붙잡고 문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으로 향했어요. 


실제 깃발대신 영상으로 구현한 깃발, 깃 부분은 연기이다


엘리자베스여왕 버금가는 콜렉션 수집광 '티센보르네미사' 남작의 갤러리


피카소, 가우디의 고향 스페인답게 수도 마드리드에는 좋은 갤러리가 많습니다. '골드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3곳이 대표적이죠. 프라도, 티센보르네미사, 레이나소피아 입니다. 저는 프라도를 제외하고 2곳을 모두 다녀와봤는데요. 이번 편에서는 티센보르네미사에 대해 소개해볼게요. 갤러리의 입구에서부터 예술적인 영상 전시물이 설치돼있습니다. 검은 연기가 뿜어져나와 마치 깃발처럼 보이는군요!


미술관 3층 로비와 복도의 전경


세계적인 미술관답게 사람이 정말 많아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지원하기에 (유료) 꼭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갤러는 총 3개의 층으로 돼있는데 제 기억에는 아마도 (2-1-0) 순으로 돼있어요. 0층이 로비입니다. 온화한 주홍색 불과 작품을 비추는 할로겐등이라고 하나요? 그 불빛이 조화로워 아름다웠습니다.


양쪽으로 전시된 작품들


하지만 모든 작품에 가이드가 있는건 당연 아닙니다. 티센보르네미사의 경우 규모면에서도 크고 수집한 작품 수도 상당합니다만 가이드는 생각보다 많지는 않아요. 특히 가장 처음 둘러보는 고전회화 쪽은 설명이 적습니다. 고전명화, 인물화의 경우 아름답다- 정도만 느끼고 누군지 몰라서 쌩~ 지나쳐왔네요. (쑥스) 지식이 해박한 분이라면 큰 즐거움이 될거라고 생각해요.


지난 회차에서는 어떻게 미술을 감상하면 더 쉽고 재미있을지 알려드렸는데요. 이 작품 역시 가만-히 들여다보면 많은 단서를 찾을 수 있어요. 작품 설명 시작합니다! 이번 회차에서는 제가 가장 설명해드리고 싶은 작품 5개를 알려드릴게요!



1. 팜플릿의 주인공, 도미니카 기를란다요

지오반나의 초상, 도미니카 기를란다요


제일 먼저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닌 작품은 바로 팜플릿의 작품입니다. 팜플릿 사진은 찍지 못했는데 제가 방문한 시즌에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팜플릿 표지모델은 바로 이 작품이었습니다! 도미니카 기를란다요 라는 화가의 '지오반나의 초상' 입니다. 아름다운 여성의 옆모습이 그려져있어요. 왠지 현대적인 색감에 묘한 아름다움이 어우러져서 한참을 들여다봤네요. 



1.이마와 코, 얇은 목과 턱선의 수려함 : 인체미를 탐닉한 르네상스 작품임을 암시

2: 빛나는 머릿결과 옷의 소재 : 여인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빛의 방향

3. 배가 불룩한 여자 : 이 여인이 '임신'과 관련된 인물임을 암시

4. 뒷배경의 책과 글: 이 여인이 교양있는, 부유한 인물임을 암시하는 소재 "예술이 영혼을 다시만들 수 있더라면 이 세상에 더 아름다운 작품이 없다." 라고 쓰여져 있다.



어때요? 꽤 많은 단서를 알 수 있죠? 안타깝게도 지오반나는 출산 후 2년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임신중에 그려진 이 작품이 아름답다가고 슬퍼보이는 이유에요.



2. 자살 2달전, 고흐

오베르베세느 풍경, 반고흐


붓 터치만 보아도 "나 반고흐 작품이야!!"하고 소리치는 것 같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명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입니다. 그림 속의 오베르베세는 그가 자살하기 두달전에 머물렀던 곳이라고 해요. 넓은 밀밭앞에 펼쳐진 자유와 고독이라는 그의 감정이 오히려 대조적으로 화사한 색감으로 펼쳐져있습니다. 낭만주의와 주관주의를 연 작품이라고 합니다.


작품을 잘 보면 빨간 지붕이 하나보이죠? 저 친구만 빨간 이유는 바로 저 친구가 '슬레이트 지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 노란 짚으로 만든 옛식 지붕도 함께 섞여져 있네요. 아주 오래된 옛마을이라기보다는 현대적인 요소가 점차 섞여서 발전하고 있는 시골의 풍경이라고 보입니다.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한적하고 평화롭지만 변화가 존재하는 시골임을 알 수 있어요. 곧 죽는 빈센트반고흐와 다르게 활기가 느껴지네요. 고도의 지평선으로 하늘이 좁고 땅이 매우 넓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드넓은 대지에서 왠지모를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3. 인상적인 색감, 표현주의와 키레히너


좌) 의자 앞의 프란치, 에른스트루트비 키레히너 우) 워터루다리, 안드레드렝


이번 갤러리에서 새롭게 배운 것이라면 바료 '표현주의'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사실 표현주의와 인상주의, 야수파를 혼동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 3가지의 화풍이 묘하게 겹쳐보이는 이유는 색감을 중요시하게 여기는 포인트는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표현주의는 외적인 것, 가시적인 것, 빛의 변동에 따라 세밀한 색을 표현하는 인상주의와 다릅니다. 


표현주의는 좀 더 작가 내면에 담겨있는 추상적인 경험과 생각에 의존합니다. 실제 눈으로 보이는 컬러보다 내 머릿속에서 대상을 향해 배열한 색을 더 믿는 것이죠. 그래서 키레히너의 왼쪽 작품을 보면 얼굴 컬러가 녹색입니다. 비현실적이죠. 반면 오른쪽은 푸른 바다와 노란 햇빛을 잘 표현하려고 애를 쓴게 보입니다. 여기에 좀 더 나아가 야수파는 색을 아주 강렬하고 선명하게 활용하는 화풍입니다. 마티스가 대표적이에요. 눈에 딱 들어오는 선명하고 대비적인 색감을 자주 쓰죠.


키레히너는 독일 표현주의 단체인 브라케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그 그룹의 첫번째 카탈로그 표지작이 바로 이 소녀의 얼굴이라고 하네요. 원시예술의 영향을 받아 현실과 동떨어진 도식적 표현이 눈에 띕니다. 부르주아 계급에 대한 비판과 사회적 관습에 대한 반항을 표현했다고 해요.



4. 끝나지 않은 피카소의 모방, 브라크


좌) 만돌린과 여인, 브라크 우) 피카소의 모방작품


세비야의 피카소 미술곤에서 그의 모방에 대해 설명해드린 부분 기억나시나요? 피카소는 살아생전 많은 작품들을 따라했습니다. 트레이싱은 아니고 정확히 말하자면 '재해석'이네요. 하지만 아니꼽게 바라보자면 '손민수 짓'입니다. 벨라스케스가 아닌, 실제로 그와 친분이 있었다는 브라크의 작품을 재해석했네요. 좌우 작품을 비교해보시면 상당히 비슷합니다. 둘다 큐비즘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지만 브라크가 해당 작품의 원조임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오리지날은 존중해줘야죠.


브라크의 작품을 잘 보시면 해체된 여인의 표현을 볼 수 있습니다. 만돌린을 잡고 있는 손, 물결 모양의 선으로 표현된 머리칼, 달과 달이 반사되는 창틀 등이 나타나있죠. 물체들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를 찾아 이를 재배치하였습니다. 이렇게 흩어진 대상을 이미지로 찾아가는게 큐비즘의 묘미이기도 합니다. 대상 밖의 세상을 함께 찾아나가는 거죠.


그런데 브라크와 피카소의 작품 차이라면 '입체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브라크의 작품에 비해 피카소의 작품에 좀 더 명암표현이 잘 나타나있어요. 즉 브라크의 작품은 2D의 회화적 공간으로 보이지만 피카소의 작품은 명암의 차이로 인해서 깊이감과 공간의 차이가 좀 더 드러난다고 하네요.



5. 차가운 추상과 현대미술, 몬드리안


뉴욕시티3 몬드리안


몬드리안의 작품은 아주 유명한 현대미술 중 하나입니다. 여러 상업 광고나 전시, 각종디자인의 소재가 되기도 했죠.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듯 직선과 패턴 사이의 공간, 비율을 굉장히 중시했습니다. 이러한 하지만 당최 선/면/색으로 이루어진 이 공간이 무얼 암시하는 지는 알 수가 없어요. 이를 '차가운 추상'이라고 합니다. 


질서와 비율, 차가운 추상
자유와 역동, 뜨거운 추상



차가운 추상에서는 기하학적인 아름다움과 수리적인 표현마저(이 작품은 꼭 그리드같다) 느껴지지만 뜨거운 추상에서는 주로 사람의 내면과 표현의지를 엿볼 수 있어요. 뜨거운 추상은 강렬한 색과 표현으로 나타나는 추상화를 말합니다.



케이티페리, this is how we do MV


케이티페리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이 작품, 입생로랑의 드레스이며 몬드리안의 작품을 재해석했습니다. 이처럼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몬드리안의 작품은 도시의 풍경을 소재로 삼았다고 합니다. 길과 공간, 그리고 빛을 오로지 색과 선으로만 조합했습니다. 저기 노란 면은 빛이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곳이겠군요. 직선으로 나누어진 구획은 뉴욕, 맨하탄의 도시들이 그러하듯 일정한 구역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선은 페인트가 아닌 테이프라고 해요.


 또한 재미있게도 뉴욕의 부기우기 블루스 리듬을 작품에 담았다고 해요. 맨하탄의 그리드는 몬드리안이 실제로 살았던 1940년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고 합니다. 이제 도시의 모습이 조금 보이시나요? 사실 전 아직도 잘 안보여요^^;;


고전명작부터 데이비드 호크니와 리히텐슈타인까지 다양하다


여기까지 인상깊었던 작품 5개를 설명해보았어요. 사실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에는 더 재미있고 유명한 작품들이 참 많답니다. 꼭 한번 방문해보세요. 그리고 기념품샵에서 '티센보르네미사'가 적힌 가죽가방을 구매했는데요. 한화로 9만원 정도 했고 지금도 유용하게 쓰고 있답니다. 너무너무 재미있었던 미술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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