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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예 Jan 05. 2020

스페인 예술 탐방_세비야 2

예수의 12 제자 중 11명은 갖고 있고 1명은 없는 것? 미술보는 꿀팁

스페인, 시각의 유토피아 

지난 예술의 낙원

피카소와 가우디의 고향으로 떠나다


작은 도시 세비야에도 규모있는 콜렉션을 자랑하는 갤러리가 있습니다. 바로 세비야 미술관인데요. 아쉽게도 시간관계상 여유있게 관람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세비야 미술관의 몇몇 작품들을 상대로 미술작품을 재미있게 보는 저만의 팁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미술, 왜 어려울까요? 아니, 어떻게하면 어렵지 않을까요? 의외로 참 간단하고 쉬워요. 포인트는 하나!






세비야 2편_세비야 미술관


이번 편에서는 아쉽게도 미술작품에 대한 사진이 적어요. 그래서 분량도 짧습니다. 대신 동영상이 있습니다아! 그리고 저만의 미술관람 꿀팁을 알려드릴게요. 미술이랑 좀 더 친하게 지내는 저만의 인사법(?) 이랍니다. 2020년에는 안녕하살법 인사 대신 저의 미술인사를 따라해보세요. 세비야 미술관에서 직접 해보시면 더욱 좋구요!


로컬맛집 라 브루닐다의 대구찜요리 


먼저 금강산도 식후경을 잊어선 안되겠습니다. 스페인에서 먹은 대구요리는 왜 이렇게 각별하게 남아있을까요? 정말정말 맛있어요. 꿀대구요리에 이어서 그냥 담백하게 야채와 쪄낸 대구요리까지. 스페인 특유의 강한 짠맛과 어우러져서 너무 맛있었어요. 평소 대구요리에 관심은 커녕 누가 "대구탕 먹으러 가자!" 라고하면 "대구탕 먹을바에야 그 돈으로 돼지국밥 먹고 말지."라고 말할 저이지만. 스페인의 대구는 참 맛있어요. 특히 라 브루닐다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위해서 한국어 메뉴판이 준비돼있기도 해요. 물론 메뉴판에 없는 진짜 숨은 맛있는 음식들은 구글링을 통해서 숙지하고 갑시다~


고요한 세비야 미술관의 정원, 흐린 날이라 더 운치있다


오늘 소개해드릴 세비야 미술관에는 작은 정원이 몇개 있습니다. 숨겨져 있는 건 아니지만 찾기가 쉽지는 않아요. 그리고 각각의 갤러리가 마치 미로처럼 @_@ 여러개로 나뉘어져있습니다. 1층에는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진열돼있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이 곳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였기 때문에 기록을 남길 수 없었습니다. 대신 안내 책자를 받았는데 비록 영문이지만 설명히 상당히 자세히 나와있어서 배움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그 책자는 제가 고향집에 놔두고 온 바람에 오늘은 패스할게요 (아쉽)



조각상 관람이 끝나면 순서대로 갤러리 회화작품들을 관람하면 됩니다. 1층에도 있고 2층에도 있는데 순서를 맞춰서 관람하는게 저는 너무 어려웠어요. 도대체 어느 방향인건지@_@ 그래서 그냥 제멋대로 구경했답니다. (또륵...짙은 아쉬움) 시간이 많았더라면 충분히 구경하고 공부도 했을텐데 이날은 일정이 빡빡해서 그렇지 못했어요. 그리고 작품이 너무 많았어요!! 작품이!! 너무!!! 많아!!!



세비야 미술관 2층 갤러리에서 촬영한 동영상입니다. 회화는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촬영이 가능해요. 제가 간 시간대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동영상도 조용히 찍었어요. 사진 속의 작은 복도가 끝도없이 연결돼있어요! 작품은 대체로 매우 큽니다. 전신 사이즈 이상의 웅장한 고전회화들이 주류를 이루어요. 주로 종교와 역사, 인물에 대한 회화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작품에 개별적인 펜스는 없었기에 아주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작품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 시간의 여유를 가지시고, 사전에 배경지식을 알고 가면 더욱 재미있을 거예요.



1. 작품을 재미있게 보는 법! "소재 비교 / 구도 비교"


모두 마리아의 수태고지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미술작품은 어떻게 해야 조금 더 재미있게 관람이 가능할까요? 작품을 보았을 때 어떻게 인사를 하면 좀 더 친해질까요? 제가 드릴 첫번째 팁은 바로 '구도'를 확인하라 입니다!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작품 속에 그려진, 가시적으로 나타난 표현들을 보면 어떤 구도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죠. 그림을 보면 안녕하세요? 대신 어떤 소재세요? 그리고 어떤 구도세요? 하고 물어보세요 (억지다...)


무수히 많은 '수태고지' 작품들, 무엇이 다를까?


왼쪽 작품의 경우 마리아가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있어요. 하지만 그 모습은 우측상단에 그려져있고 그 밑으로 무릎을 꿇은 사내가 보입니다. 아마도 그는 마리아의 남편 요셉이 아닐까요? 반면 오른쪽의 마리아를 보면 그림의 상하에 걸쳐 중단에 굉장히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관계를 보여주기보다는 마리아 자체만을 위한 그림 같아요. 배경 역시 좌측 그림은 도시인 반면 우측 그림은 하늘입니다. 


구도를 알게되면?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그림의 스토리를 엿볼 수 있다

작품 속 인물에 대한 작가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비슷한 소재를 사용해도 다른 표현임을 비교할 수 있다


물론 제 해석이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재미있게 배우는 입장이니까요. 아무튼 구도를 살펴보고 좀 더 심층적으로 접근하다보면 같은 수태고지라도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하는지 알 수 있어요. 좌측의 경우 아마도 작가는, 마리아와 아기예수, 그리고 요셉으로 추정되는 남자와의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또한 남성에게는 없는 후광과 아기천사들의 축복을 마리아에게는 그려줌으로써 그녀가 신성한 인물임을 비교하고 싶었을 겁니다.


반면 우측의 그림은 인물의 신성함 그 자체를 위해서 그렸을 겁니다. 머리 뒤의 후광과 머리 위의 열린 하늘을 보면 이 인물이 대지의 인물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혹은 하늘의 계시를 받은 인물임을 알 수 있죠. 하지만 지금 그림을 살펴보니 하단에 동물의 형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은 수태고지가 아닌 다른 주제를 말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시는 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2. 작품을 재미있게 이해하는 법! "스토리 파악"


마치 3부작의 이야기처럼 보이는 커다란 작품


고전명작의 경우, 작가가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특히나 종교적, 역사적 서사를 많이 사용합니다. 자신의 개인적 상념과 가치관 보다는 종교적, 역사적인 이야기를 한 작품에 풀어내기위해 그림을 그리곤 했죠. 그러므로 어떠한 스토리가 담겨있느냐?는 그림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매력적인 관람포인트입니다. 단지 그림 하나를 보고 있을 뿐인데 마치 할머니가 옛날이야기 해주듯이 신화/전설을 알 수 있으니까요. 


위의 작품을 한 번 볼까요? 가운데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는 누구나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옆에 두남자는 누구일까요? 함께 십자가에 못박힌 두 남자가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사실 3개의 십자가 소재를 활용한 작품은 유명한 화가들 사이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와 두명의 도적, 렘브란트


마태 복음 27장 44절 / 십자가에 못박힌 강도들도 이와 같이 욕하더라


두명의 정체는 바로 강도입니다. 그들은 예수와 같이 십자가형을 집행받았습니다. 성서에서 강도들은 그 어떤 범죄좌들보다도 나쁜 죄질로 평가받았습니다. 남의 것을 약탈하고 빼앗고, 선량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짓밟는 사람들이 바로 '강도'였던 것이죠. 즉 가장 원죄가 많은 사람들. 가장 악에 찌든 사람들의 심볼이 바로 강도였습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우리의 '죄'를 모두 가져가 사해줄 때 마치 그 '죄'의 대표처럼 강도도 함께 십자가에 묶이게 됩니다.


하지만 두 강도의 모습이 약간 달라요. 한 명은 예수를 향해 머리를 기울이고 있고 한 명은 그렇지 않죠. 여기에도 사연이 있습니다. 자신의 죄악을 인정한 강도, 뉘우치고자 했던 강도의 머리는 예수를 향해 기울어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묶이 십자가는 '구원의 십자가' 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죄를 뉘우치지 않은 자, 예수에게 머리가 향하지 않은 자의 십자가는 '멸망의 십자가' 입니다. 이 내용은 누가복음에 나와있는 서사랍니다. 하나의 그림으로 꽤 재미있는 종교 이야기를 알 수 있죠? (괜히 뿌듯)



3. 작품을 재미있게 해석하는 법! "디테일 집중"


다 빈치의 최후의만찬과 같은 소재이다


미술관람의 세번째 꿀팁은 디테일 파악입니다! 고전미술이라면 특특특히나! 이런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상징/심볼 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소재와 의미에 따라 '어트리뷰트'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차이를 살펴볼까요?


상징/심볼 : 함축적인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가져온 소재 비둘기? = 평화, 화합
어트리뷰트: 특정 인물을 나타내기 위해 가져온 소재 비둘기? = 아프로디테


자 이렇게 차이가 있습니다! 이해하셨죠? 위의 최후의만찬 그림에서 먼저 심볼을 찾아봅시다. 그림을 잘~ 살펴보세요. 디테일의 차이가 있어요. 예수와 그들의 12 제자가 앉아있는데 11명은 있고 1명은 없습니다. 찾으셨나요? 바로 머리 뒤의 금색 원형 그림, 마치 '천관' 같은 후광처리 입니다. 왜 1명은 없을까요? 이 그림이 무엇을 상징하는 지 알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착한 천사가 항상 머리위에 달고 다니는 천사링 아시죠? 그거랑 비슷한 의미에요.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죽었을 때, 혹은 신성한 사람들을 표현할 때 이 그림을 머리뒤에 혹은 위에 그려준답니다. 그말인즉슨 12명 중 11명은 선한데 1명은 나쁘다란 뜻인가요?


너희 중에 나를 배신할 사람이 있다.


네 맞아요. 그 한명이 바로 유다입니다. 예수를 팔아 넘긴 제자이죠. 그의 머리 위에는 후광이 없습니다. 또한 그의 손을 잘 살펴보세요. 이미 그림은 정답을 말하고 있었어요. 그는 돈자루를 쥐고 있습니다. 최후의 만찬에 얽힌 이야기를 쉽게 보여주고 있어요. 또한 예수와 유다의 시선을 보면 둘은 이미 마주보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 작품에서는, 예수가 유다의 죄를 이미 알고 있음을 암시하고 유다 역시 자신의 선택을 바꿀 마음이 없다는 걸 잘 표현하고 있어요. 디테일을 살펴보니까 다~ 보이네요. 재미있죠?



여기까지 제가 알려드릴 수 있는 미술관람 팁이었어요. 잘 몰라도, 배우지 않아도 이렇게 접근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확한 정보를 얻기위해서 오디오 가이드나 도슨트가 있다면 꼭 신청해보세요! 무엇이든지 알고봐야 재미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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