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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예 Dec 23. 2019

스페인 예술 탐방_세비야 1

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세비야의 '과시'를 1번은 보아야 한다

스페인, 시각의 유토피아 

지난 예술의 낙원

피카소와 가우디의 고향으로 떠나다


바르셀로나 세비야 마드리드 톨레도 중 가장 아름다웠던 건축을 고르라면 사그리다 파밀라아를 선택하겠어요.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고르라면 주저할 것 없이 세비야 입니다. 이렇게 작은 도시가 어쩜 이토록 아름다울까요. 비록 글의 성격때문에 관광기행문을 쓸 수는 없지만 세비야는 꼭 가주세요. 여기서 한달만 살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빌게될 정도로 너무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거리는 화려하고 밤이되면 낭만적인 노래가 울려퍼지는 도시! 하지만 이 성당이 '과시'의 상징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비야 1편_세비야 대성당



크리스마스 시즌에 찾은 세비야는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아름답다라는 수식어를 마구 사용하여도 미안할 것이 없을만큼 아름다웠어요. 함께간 일행이 모두 "세비야 일정 더 길게 잡을걸!"하고 아쉬워했을 정도니까요. 그 중에서도 이번 편은 세상에서 가장 큰! 고딕양식 최대 규모인 '세비야 대성당'을 알려드리려고 해요. 그 전에 세비야 필수 방문 맛집 하나 소개해드릴게요.


오전에 방문했음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있음


바로 100년된 츄러스 맛집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100년이 더 넘은 전통 초코 츄러스 가게입니다. 츄러스 외에 간단한 아침식사 브레드도 팔기에 로컬맛집이기도 해요. 그래서 줄이 버글버글 합니다 가게 내부가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안먹고 가면 안됩니다. 저는 평소 츄러스를 좋아하지 않지만 100년 넘은 전통 맛집을 지나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들렀어요. 초콜렛 츄러스를 주문하시면 돼요. 아침에 먹으면 살짝 느끼할 수 있으니 아메리카노도 추천.


사람이 많지만 앉을 수 있었다 초-럭키


세비야 사람들은 정말 친절했어요. 아시아인 "자리가 없다ㅠ_ㅠ)"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걸보니 친절하게 빈 테이블도 손짓으로 알려주셨어요. 그리고 테이블 위에 휴대폰 소매치기 조심하라며 알려주는 할머니도 있었구요.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들고 자리로 돌아갈 때는, 차마 저를 보지못한 외국인에게 길을 비켜주라며 친절을 베풀어주기도 했어요. 오잉? 스페인 인종차별 심하다던데 너무 친절하잖아요~ (물론 이 환상은 마드리드에서 무참히 박살난다★)


츄러스+쵸코+아메리카노


요게 바로 100년된 전통 세비야 츄러스 입니다~ 한국 츄러스랑 너무 다르죠? 설탕은 커피용 설탕 뿌려드시면 되는데 저는 그냥 이대로 먹었어요. 안이 뻥뻥 빈 튀김이라 바삭하면서도 살짝 쫀쫀한 식감이 너무 맛있었어요! 평소 튀김음식 좋아하신다면 강추! 따뜻할때 먹으니 기름이 쭉쭉 나오면서 진짜 쵝오~ 꺅! 초코에 찍어먹고 초코를 커피에 살짝 담근 다음 커피에도 찍어먹고 여러 바리에이션으로 드셔보세요. 양도 무지 많아요. 먹다보면 윽! 조금 물리긴 하지만 충분히 먹어볼 가치가 있어요.


다만 주의사항. "<초코츄러스>니까 초코를 달라고 하면 되겠지?" 주문할 때 다른 지인은 츄러스랑 초코를 함께 주문하지 않고 초코만 주문해서 초코잔만 덜렁 받았다고 해요(ㅋㅋㅋㅋ) 초코 따로 츄러스 따로 입니다. 지인은 초코만 덜렁 받고 너무 당황한 나머지 마치 원래 초코만 주문하려는 의도였던 것 처럼 초코를 아무렇지 않게 마셨다고 합니다(ㅋㅋㅋㅋㅋ) 츄러스 먹으러 가서 초코만 마시고 오지 않기!



세비야 대성당의 야경, 마치 금으로 빛나는 듯한


자 그럼 오늘의 주인공 세비야 대성당을 봅시다. 먼저 우리는 일정으로 인해서 밤에 야경을 본 다음날, 본격적인 관람을 했는데요. 세비야에는 역사 유적이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건축물들은 밤에 외부에서 쏘는 노란빛을 받으며 휘황찬란하게 빛납니다. 저희는 먼발치에서 이걸 보고 "이 금빛은 어디에서 나오는건가?" 싶어서 한참을 둘러봤어요. 맞은편 건물의 옥상에서 빛을 쏘고 있더라구요. 밤에 세비야의 높은 곳으로 올라가시면 이처럼 빛을 받은 역사적 건축물들이 금색 별처럼 빛납니다. 너무너무 아름답고 팔뚝에 오돌오돌 소름이 돋았어요. 와우~ 구스범!


세비야 대성당은 당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입니다. (2010년)


히랄다 탑


세비야 대성당은 높은 히랄다 탑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탑도 관람이 가능해요. 참고로 이 탑은 1층부터 34층까지 돼있는데요. 오직 걸!어!서! 오르셔야 합니다. 수행자의 마음으로 좁은 경사길을 한줄로 구불구불 올라가셔야 해요. 힘드니까 가지 말자고요? 안돼요. 가/셔/야/해/요! 정말 눈에 눈물이 도로록 맺혀버리는 풍경을 볼 수 있거든요. 밑에 사진 첨부해놓을테니 꼭 히랄다 탑도 관람해주세요. 일행이랑 한줄로 오손도손 수다떨면서 올라가면 그리 힘들지 않(타이핑에 실패했습니다) 힘들지 않!!(타이핑에 실패했습니다) 않!!!!!!


낮이 되면 금빛 외관대신 수려한 백빛의 외관이 보임


세비야 대성당은 사그리다 파밀리아와 많은 것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성당을 또?!"라고 걱정하실 필요가 전혀 없어요. 세계의 고딕양식 성당 중 가장 큰! 최대 규모의 성당답게 매우 아름답고 역사적인 자료도 방대합니다. 회화와 조각, 서사까지 완벽하죠. 이 성당에 얽힌 일화를 이야기 해드릴게요.


내부의 높이감과 스테인드 글라스


이 성당은 쉽게 말하자면 '과시용' 건축물입니다. 스페인은 약 700년간 이슬람의 지배를 당했습니다. 때문에 당시에는 이슬람 양식의 건축물이 매우 많았어요. 원래 세비야 대성당이 자리잡았던 위치에도 이슬람 양식의 건축물이 있었습니다. 15세기에 스페인이 이슬람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되자, 스페인 사람들은 그간 억눌린 본인들의 정체성을 뽐내고자 했어요. 이를 바득바득 갈아온 에스파냐의 정수를 다시 만들어갑니다. 이슬람 건축물을 허물고 이 세비야 대성당을 만들었어요. 그 어떤 성당보다 크고 화려하게 말이에요. "너희에게 지배받지 않아, 우리의 이 장엄한 위용을 보아라." 라는 마인드를 엿볼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성당은 오랜 식민지국에 대하여 자유를 되찾은 그들의 긍지를 과시하고 힘을 보여주기 위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장엄한 규모와 완벽한 천장의 디테일


천장은 높고 통로는 매우 넓습니다. 성당은 여러개의 구획으로 나눠져있어요. 마치 수수께끼 같은 작은 방들이 연결돼있어요. 안내 맵을 꼭 받으셔서 중요 회화와 작품이 있는 스팟을 잘 찾으세요. 사그리다 파밀리아처럼 성당의 중앙쯤에는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의자가 있어요. 오른쪽 정면에 보이는 붉은 휘장 앞 은색 조형물은 '은 제단/후빌레오 제단'인데요. 저 뒤에 출구가 있습니다. 그 앞에는 사진처럼 앉을 수 있는 곳이 있구요.


주제단 10배 확대, 5배 확대, 원본 아이폰 11 프로


제단이나 회화작품의 경우 창살로 보호받고 있어요. 창살틈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가능합니다. 위 사진은 주제단의 사진인데 디테일이 너무 말도 안돼서 최고 배율로 확대를 해보았어요. 그런데도 디테일이 다 담긱지 않아요. 확대를 얼마나 해야할까요? 확대하지 않은 1배 원본을 두 눈으로 본다면 더욱 경악하게 됩니다. 이 미친 디테일을 보세요. 수천개의 곡선과 직선들, 엄청난 조각의 횟수들이 안구에도 닭살을 일으킵니다. 화려한 금빛 색상을 보면 마음이 저릿할 정도입니다. '이걸 만들기위해서 대체 몇명의 노동이 갈아졌을까?' 생각만해도 아찔해요. 그만큼 대단한 장관입니다. 총 23,500 제곱미터에 달하는 건축부지를 이런 작품들이 채웠습니다. 믿을 수 없다고 몇번을 말해도 믿을 수 없어 (...)


다양한 크리스천 작품을 관람할 수 있음


약 100년에 걸쳐서 만들어진 이 성당은 고딕양식 중에는 가장 크고, 그 외의 모든 양식의 성당을 다 합친다면 유럽에서 3등입니다. 고딕이 주된 양식이긴 하지만 1세기에 걸친 건축기간 덕에 르네상스와 후고딕(신고딕) 양식도 녹아 들어있어요. 시간과 노동을 갈아 넣어 만든(...) 인간의 역작이자 신의 작품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세비야 대성당의 재미있는 관람포인트를 알려드릴게요. 바로 '콜럼버스를 찾아라!' 입니다. 이 성당에 콜럼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정확히 말하자면 콜럼버스의 유골이 있습니다! 소름돋지 않나요? 힌트를 드릴게요.


죽어서도 스페인 땅에 발을 딛고 싶지 않다.
-콜럼버스의 유언


에스파냐 여왕의 후원을 받아 신대륙을 개척한 콜럼버스, 그런데 우여곡절을 거친 신대륙 탐험의 끝에 돌아온건 냉대였습니다. 여왕의 환대도, 후원도 예전만 하지 못하자 콜럼버스는 반감을 갖게 되지요. 그래서 에스파냐 여왕이 있는 스페인을 미워하게 됩니다. 죽어서도 땅에 발을 딛지 않게 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습니다. 세비야 대성당에는 요상하게 공중에 뜬 관을 볼 수 있어요. 인부들이 지탱하여 바닥에서 띄어놓은 관이 있습니다. 그 안에 콜럼버스이 유골함이 있어요. 실제 콜럼버스의 형제들과 DNA 조사를 한 결과 일치! 진짜 콜럼버스의 묘가 맞다고 합니다. 사진을 제가 첨부하지 않을테니 직접 눈으로 관을 확인해보세요(물론 만질 수는 없습니다.)


세비야 대성당 참사회의실의 무염수태


제가 개인적으로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은 17세기에 그려졌다고 하는 <무염수태> 회화였습니다. 스페인에 오면서 '수태고지','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주제의 회화를 너무너무 많이 봤는데요. 그거 말고(...) 무염수태/무염시태 작품도 보고 싶었어요. 세비야 대성당의 안내 맵에 이 작품이 적혀있었고 저는 눈에 불을 켜고 찾습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작품 하나를 찜해놓고 열의있게 관람하면 동기부여가 된답니다. 그런데 작은 방들을 아무리 다녀도 이 작품이 없는 거예요(...) 포기하려던 찰나 참사회의실의 천장 벽에!!


B.E 무리요, 무염수태


드디어 발견하게 됩니다. 인간승리! 그냥 포기하고 돌았으면 못볼뻔. 수태고지와 무염수태의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태고지: 성모마리아가 처녀의 몸으로 예수를 '수태'했음을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고지'함

무염수태: 죄없는 동정녀 마리아의 몸에서 태어난 예수 역시, 날때부터 원죄가 없었음을 의미


무염시태 역시 약간의 의미차이는 있으나 무염수태와 동일한 맥락입니다. 수태부터 원죄없이 태어난 예수탄생을 말하는 것이지요. 수태고지가 마리아에게 예수의 수태를 알렸던 상황이라면 무염수태는 잉태된 예수의 신성함과 존엄함을 보여주는 단어입니다. 성스러운 성모마리아의 주변으로 아기천사들이 있지요. 그리고 마리아의 몸을 따라 후광이 보입니다. 성스럽고 신성한 장면입니다.


사그리다 파밀리아와의 차이


또한 세비야 대성당은 건축양식만 보더라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드높은 기둥 위 꼭지점을 가진 아치, 아름다운 고딕 양식이 돋보입니다. 하지만 사그리다 파밀리아와 달리 스테인드 글라스의 창이 크지 않으며 매우 높은 곳에 위치해있으므로 일곱빛깔의 무지개같은 빛은 들어오지 않습니다. 대신 위용있고 정제된 황색/금색 빛이 천장에서부터 부드럽게 떨어집니다. 사그리다 파밀리아가 (어떠한 면에서는) 빛을 난폭하게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성당이었다면 세비야 대성당은 상대적으로 바닥에 닿는 채광이 적어 조금은 엄숙하게 느껴집니다. 공기도 조금 더 찬듯했어요. 


세비야의 상징같은 오렌지 나무들이 구획맞춰 자라고 있다


세비야 대성당을 다 관람하고 히랄다 탑으로 갈 준비를 해봅시다. 출구로 나오면 줄맞추어 자라나는 오렌지 나무를 볼 수 있어요. 이 오렌지 나무는 세비야의 상징같아요. 거리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어요. 땅에 떨어진 오렌지 하나를 먹어봤는데 겁나 시더군요. 맛없어! 참고로 오렌지 나무 길 끝에 보이는 네모난 공간은 화장실로 가는 통로입니다~


히랄다 탑의 꼭대기 통로는 매우 좁다


히랄다 탑 꼭대기로 올라갑니다. 고난과 역경의 경사를 올라 34층에 도달하는 순간, 드디어 빛이 보이며 하늘과 가까워져요. 꼭대기의 창마다 사람들이 덕지덕지 붙어서 경치를 즐기고 있습니다. 조금 기다리면 금방 자리가 나니 포기하지 맙시다. 종은 1시간 간격으로 울리는데 운좋게도 저는 정시 근처에 꼭대기에 도착했기에 종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답니다.


세비야 대성당의 숨겨진 꼭대기 모습 저기는 어떻게 가는거지?


히랄다 탑을 오르면 바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어요. 구획맞춰 자라난 오렌지나무들의 정수리와, 땅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세비야 대성당의 꼭대기 모습들. 그리고 아름다운 평지의 세비야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거 사진이 다 못담는데요. 보면 역시 무릎이 좔좔 갈립니다. 넘나 아름답고 아름다워요. 창가에서 3일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풍경이었습니다. 한국보다 날씨가 좋은 세비야여서 12월임에도 불어오는 바람이 매섭지 않아요. 참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세비야 스페인 광장 여기도 참 한적하고 좋다

종교도 없는데 오전부터 성당보고 마음 리프레시 단단히 해버린 코리안들~ 기분좋게 스페인 광장까지 투어합니다. 걸어서 조금만 가면 돼요! 날씨도 좋고 아름다운 것들도 잔뜩 봤으니 행복지수 MAX 였어요. (지금은... 아닌데... 슬프다...)


자유롭게 관람비를 지불하면 친절함이 76배 업그레이드 된다

적은 돈에 큰 친절함을 보여준 거리 퍼포먼스도 즐겼습니다. 저 공은 이름 모를 어쩌고 플라스틱 섬유로 만든 물체인데 실제로 만져보면 무지하게 무겁습니다. 관람비를 지불하니 직접 사진도 찍게 해주고 만지게 해주고 빵긋빵긋하게 웃어주셨던 퍼포먼서! 당신이 진정한 자본가입니다. 모두가 즐거웠던 세비야 대성당 투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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