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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예 Nov 21. 2020

마이아트뮤지엄 - 앙리 마티스展, 의정부 미술도서관

사이코지만괜찮아 촬영지 미술도서관, 피카소의 라이벌 앙리 마티스의 말년

카소의 영원한 라이벌

리 마티스가 카소 보다 잘했던 것

+ 미술도서관 실제로 가보니..


코로나가 1단계로 하락한 틈을 타서 정~말 오랜만에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너무너무 기대했던 앙리 마티스 전인데요. 올해 코로나 때문에 문화전시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그럼에도 요런 전시를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삼성역 근처에 위치한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진행됐어요. 다녀온 김에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촬영지인 '미술도서관'도 들렀답니다.


섬유센터빌딩 지하 1층에 위치한 마이아트뮤지엄 입구


오랜만에 전시를 보고 왔어요. 피카소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야수파/포비즘으로 원탑인 앙리 마티스 특별전입니다. 일전에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카소 미술관에서 마티스에 대한 언급을 많이 들었기에 정말 궁금했던 거장입니다. 그런데 마이아트뮤지엄은 초행이라 길찾기를 걱정했는데요. 절대 길 잃지않는 방법 알려드릴게요. 마이아트뮤지엄은 별도 건물이 있는게 아닌 '섬유센터빌딩' 지하 1층에 위치해있습니다. 앙리 마티스는 '섬유산업' 종사자였던 방직공 집안의 자식으로 태어났습니다. 마티스의 어린시절을 찾아가듯이 '섬유' 키워드를 기억한다면 쉽게 건물을 찾을 수 있어요!




이번 전시는 5섹션을 제외하고는 모두 촬영이 금지돼있습니다. 전시 규모가 크지 않고, 작품 수도 그리 많지는 않아서 빨리 돌아볼 수 있어요. 다만 검색해보니 원화 약 120점을 전시해놨다고 하네요. 앙리 마티스는 세계적 거장인데 그의 원화를 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죠. 다만 앙리 마티스의 초년, 중년이 아닌 '말년' 활동에 포커스가 맞춰진 전시입니다. 대신 이번 전시에는 >>특별 체험존<<이 있어요. 조금 뒤에 설명드릴게요~




<동시대 세계관 최강자 라인업>
고흐 vs 고갱
마네 vs 모네
달리 vs 르네
"피카소 vs 마티스"


이런 말하기 부끄럽지만 사실 저는... 피카소의 큐비즘과 대조를 이루던 마티스의 포비즘 회화들이 궁금했습니다. 동시대를 살았기에 라이벌로 수없이 언급됐고 실제로 전성기 때는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던 둘! (낮잠 자는 시간가지고도 서로 뭐라고 했다네요) 한일전 보는 마음으로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을 보려했는데! 팝콘 들고 후다닥 찾아갔으나... 이 특별전에는 피카소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마티스의 회화보다는 에칭과 드로잉, 그리고 컷오프 활동에 포커싱이 돼있어요.


모자를 쓴 여인, 그를 파산으로부터 구해준 작품


하지만 그냥 전시회 후기만 적기가 너무 밍밍하니까 그의 생애를 살짝만 핥아봅시다. 마티스는 20살 초입까지만 해도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직장맨입니다. 그는 예술가 가문에서 태어나지 않았어요. 화가의 길을 걸을 사람이 아니었죠. 하지만 그림에 매료돼 배우기 시작됐고, 시험을 치뤄 유명 멘토의 제자가 되는 것에 합격! 직장맨을 때려치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마티스씨 퇴사가 뭘 말하는지 알아요? 그건... 거지가 된다는 거예요.


마티스는 아주 유복한 집의 자식이 아니었기에, 화가의 길을 걸으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습니다. 누군가는 마티스 정도면 은수저 집안이라고도 표현하지만 그의 생애가 기록된 서적에는 그가 분명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기술돼있습니다. 그러다가 위의 작품 <모자를 쓴 여인> 이 전시회에서 판매되면서 그는 파산을 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전시회에서 '야수파'라는 별칭을 얻게 됩니다.


붉은 조화, 원래는 붉은 컬러가 아니었다고 한다.


마티스 "색채 해방" (포비즘)
피카소 "형태 해방" (큐비즘)


왜 '야수파'일까요? 이 그림을 잘 살펴보세요. 악! 눈! 너무 화려하지 않나요? 마치 사나운 야수와 마주보듯, 그림 속 색채가 내뿜는 강렬함이 대단합니다. 자기 전까지도 이 색채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야수'파 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과감하고 선명한 색채 사용, 또한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있더라도 표현감을 살리기위한 색채 선택이 꼭 야수처럼 강렬했거든요. 실제로 이 그림이 처음에 판매계약을 맺었을 땐 '초록 조화'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초록색으로는 창밖의 봄 전경과 실내를 구분하기 모호하다는 판단이 들었죠. 그래서 마티스는 강렬한 빨강으로 그림을 바꾼 뒤 구매자에게 전달했다고 해요. 이런 관점에서 마티스와 피카소는 분명 다릅니다. 마티스는 색채에 중점을 두어 자유롭게 해방시켰습니다. 반면 피카소는 형태를 해방시키고 재창조했어요.


장식적 배경 위의 장식적 인물


색채 뿐 아니라 마티스는 패턴에도 영감을 받습니다. 위 작품은 마티스가 종종 보여주었던 '아라베스크(이슬람식)' 느낌이 물씬나는 작품입니다. 마티스는 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니스로 넘어와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전쟁 후 찾아온 여유와 평화 덕에 마티스는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때 오리엔탈리즘과 아라베스크가 마티스의 마음을 채우기 시작합니다. 동양풍의 강렬한 색감과 화려한 패턴, 아라베스크 특유의 카펫 패턴 등이 마티스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기 시작하죠.



하지만 마티스의 삶에 피카소보다 더 무서운 적이 등장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질병'입니다. 60대가 된 마티스는 소화기가 좋지않아 여러차례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입원합니다. 색채에 대한 사랑으로 그림만 그리기엔, 삶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음을 짐작하죠. 그래서 마티스는 또한번 이전과는 다른 도전을 합니다. 비록 회화, 드로잉은 피카소와 항상 비교됐던 거장이었지만 피카소보다 확실하게 잘했던 이것! 이것은 바로!



재즈


종이 오리기 입니다! 띠용 갑자기 세계 거장이 김영만 아저씨가 돼버린 걸까요? 웬 종이 오리기 일까요? 이 기법은 분명 종이 오리기지만 'CUT OFF' 라고 불리는 미술 기법입니다. 색채를 갖고 있는 종이를 오리고 배치하여서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이죠. 마티스는 말년에 컷오프 활동을 왕성하게 합니다. 그리고 <재즈> 라는 작품을 만들어 많은 사랑을 받게 돼요. 왜 재즈일까요? 그 이유는 자유와 즉흥이 주가 되는 음악장르 jazz처럼 그의 컷오프에도 자유와 즉흥에 대한 조화가 이뤄져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아티스틱한 작명아닌가요? 김영만 아저씨도 오늘부터 종이접기맨 이라고 하지 말고 본인을 재즈 댄서 라고 해주세요.


좌) 이카루스, 우) 푸른 누드


그는 컷오프 기법으로 스텐실 작품을 많이 탄생시켰어요.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위의 2점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앙리마티스 전의 브로슈어 표지 작품이기도 했던 '이카루스' 입니다. 태양에 닿아 날개가 녹아버리고 추락하는 이카루스를 표현했어요. 강렬한 파란색채와 그의 마음에 아직 뛰고 있는 붉은 심장이 아름답습니다. 노랗게 빛나는 별 혹은 태양빛도 함께 감상해주세요. 또한 오른쪽은 자유로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인물의 형태를 자유롭게 재배치한 작품입니다. 이것을 푸른색감만으로 심플하게 표현하되 컷오프 기법을 사용해서 경계를 나타내고 있어요. 스텐실 작품입니다. 동일한 기법으로 표현된 연작이 더 남아있습니다.


찍찍이 닉값! 마티스 보다 내 작품이 더 귀엽다


이번 전시회에는 특별! 컷오프 체험존이 있습니다. 마티스처럼 종이를 야무지게 자르고 붙여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가위, 색종이, 풀이 마련돼있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어른들도 눈치보지 말아요. 여기가 아니면 언제 마티스 흉내내보겠어요. (50대 어르신들도 자유롭게 이용하고 가셨답니다) 저는 마티스의 작품에 없던 '귀염뽀짝함'을 표현해봤습니다. 제가 마티스보다 컷오프 기법에선 한 수 위인것 같습니다. 큽, 유감이군요.


마지막 5섹션, 여기에선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컷오프 체험까지 야무지게 하고 나면 마지막 섹션에 도착하게 됩니다. 마티스는 죽기전에 로사리오 성당 건축을 의뢰받게 됩니다. 가우디가 규모와 디테일로 빼어났다면, 마티스는 역시나 색채와 조화로움이 뛰어난 성당을 탄생시킵니다. 마티스는 외부 디자인 뿐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부터 아주 자잘한 부분까지 전부 의뢰를 받아 정성스레 로사리오 성당을 만듭니다.


좌) 로사리오 성당 실제 사진, 우) 전시회 내부 작품


파랑, 노랑, 초록 3색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참 아름답습니다. 실제 창은 전시회보다 사이즈가 더 크겠지만 전시회에 설치된 창으로도 아름다움이 잘 느껴졌어요. 햇빛을 받아 찬란히 빛나는 자연의 색채를 보고 있노라면 어째서 마티스가 색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어요.


영상 전시물도 곳곳에 있다


이렇게 인증샷까지 야무지게 찍고 로사리오 성당 관람까지 모두 마치면 앙리 마티스 특별전 감상이 끝납니다. 작은 전시였지만 그를 좀 더 알게돼서 기쁘네요. 다음번에 그의 회화 드로잉 위주 전시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 아직 피카소와의 첨예한 대립을 보고싶거든요. 마티스의 야수파다운 화려한 그림들도 보고싶고요.


키링 7500원 미술관들아 진짜 너흰...


의무적으로 기념품을 구매하는 저는 이번에도 키링을 구매했습니다. 솔직히 750원 짜리 같아요. 하루죙일 들고 다닌 노트북에 걸어줬습니다. 엇 그런데 노트북을 왜 들고 다녔냐고요? 왜냐면!


의정부 미술도서관 실내 모습


<사이코지만 오케이>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저의 심장을 뛰게하는 미술을 테마로한 '미술 도서관'에 들렀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여기서 열심히 브런치를 쓰고 있어요. 3층 규모의 도서관인데 일반적 도서관과 달리 책장 사이의 공간감이 널찍하고 디자인이 참 예뻐요. 해가 잘 드는 시간에 왔다면 유리창 채광이 어마어마했을 듯 합니다. 너무너무 아름다워요.


개인 독서공간, 3층 마니스 카페 레몬메실 음료


개인 독서공간이 1~3층에 모두 구비돼있습니다. 노트북 사용도 가능합니다. 저도 놋북으로 열심히 타이핑 중이에요. 1층은 미술 도서로 채워져있습니다. 대출하지 않더라도 2, 3층으로 들고가 독서가 가능합니다. 다만 엘리베이터는 대출없이 이용이 불가해요. 계단을 이용하세요. 3층 카페에서는 음료 및 디저트 구입이 가능하고 해당 층에서만 먹을 수 있습니다. 맛은 음~ 뭐 맛집온거 아니니까요! (맛없지는 않아요 그냥... 그래요) 1층에 아늑한 자리들은 한눈팔면 금방 누가 금방 채가버리고 2, 3층은 좌석이 넉넉하진 않아요. 그러니 방문하시면 자리찜 먼저 하세요~ 아참. 아이들이 많으니 참고하세요. 소란스러운 분위기는 아닙니다.


마 ~~~ 티스형!! 멋있어


앙리 마티스 특별전으로 마티스에 대한 궁금증이 해갈되지 않아서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고 공부를 좀 더했네요.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가야겠어요. 오늘 끼니를 못먹었더니 너무 배고프거든요. 재미있는 전시부터 아름다운 미술도서관 구경까지 참 좋은 토요일이었어요. 코로나가 빨리 해소돼서 더 자유롭게 서울을 누빌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의 컷오프 작품 <재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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