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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바라기 Oct 09. 2023

한송이를 보는 마음의 여유

노란바다의 유채꽃



제주도에는 유채꽃이 참 많다. 유채꽃밭 가운데서 서있으면  노란 바다에 떠있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이 노란 바다를 제주에 살면서 유심히 본 적이 없다. 노란 꽃이 엄청 많이 모여서 피어있으면 유채꽃이라고 불렀다. 그냥 하나의 큰 이미지로 꽃을 인식한 것이다. 이런 시각이 바뀐 건 식물을 그리면서였다.






매년 피던 유채꽃이 식물 세밀화를 그리기 시작했던 해에도 피기 시작했다. 꽃그림에 빠져있던 나는 유채꽃을 관찰하기 위해 차를 몰고 나갔다. 굳이 관광지가 아니어도 집 근처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차를 세우고 꽃 한 송이만 보며 관찰을 시작했다.

'오. 이렇게 생겼구나.

얇은 줄기에 많은 꽃들이 달려있고,

전체적으로 노란빛이 돌고,

또...'


나는 뭐가 그리 설레는지 마음도 발도 동동 구르며 생각했다.

빨리 그리고 싶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 봐도 예쁜 유채꽃     <자연바라기 그림>






'이 가녀린 한송이 한송이가 모여 노란 바다가 되는구나..'

당연한 얘기였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시간이  좋았다.

평소엔 스쳐 지나갔을 작은 일들에 감정을 싣는다는 건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있다는 것이니까.


제주에 살며 좋은 점은 유채꽃 한 송이, 이런 작은 일에도 마음껏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이다.

커다란 사건은 아니더라도 소소한 즐거움들로 하루하루를 채우다 보면 이때 참 행복했다 추억하지 않을까?

한송이의 유채꽃이 노란 바다를 이루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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