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연바라기 Oct 14. 2023

뽑아가지 말아 주세요

한라새우난초


"또 뽑아갔네."

제주도 야생화를 출사 다니며 듣는 슬픈 얘기였다. 특히 귀한 야생화일수록 뽑아간다고 한다. 왜 뽑아가는지는 말 안 해도 알 것 같았다.


이번에 만나러 가는 한라새우난초도 제주에만 자라는 귀한식물이라 걱정반기대반으로 오름에 올랐다.


"에구. 이 자리였는데 없네.."


작년에 피어났던 자리의 한라새우난초를 누군가 뽑아간 것이다. 한라새우난초를 못 본 것에 대한 속상함보다 자유롭게 살던 식물이 뽑힌 것에 마음이 아팠다. 그나마 새우난초는 볼 수 있어서 마음을 달래던 그때였다.


"여기요!"


저 멀리 길이 나지 않은 깊숙한 곳에서 외침이 들렸다. 그렇다. 한라새우난초가 깊숙한 곳에 있었던 것이다. 야생에서는 처음으로 만나는 한라새우난초였다. 그 모습이 어찌나 대견한지 나 혼자 있었다면 기특하다고 말을 걸었을 것 같았다.


세밀화를 그리기 위해 관찰한 한라새우난초는 색의 혼합이 흥미로웠다. 새우란과 금새우란이 합쳐진 한라새우난초는 전체적으로 노란빛이 기본으로 깔려있으면서 꽃은 주황색을, 줄기와 잎은 초록색이 섞여 있었다. 관찰의 즐거움 후에 그림을 그리는 동안 집중하면서도 내년에 그 자리에서 다시 볼 수 있을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뽑아가지 말아 주세요.'



자꾸 뽑아가는 슬픈 한라새우난초    <자연바라기 그림>




매거진의 이전글 한송이를 보는 마음의 여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