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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바라기 Oct 23. 2023

식물이름은 재미있다

갯장구채


식물을 알아가면서 느끼는 재미 중 하나는 이름이다. 식물 중에도 특히 야생화는 식물의 특성이나 생김새에 따른 이름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 '갯장구채'를 보러 가면서 '장구처럼 생긴 건가?'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만나러 갔다.


탁 트인 바다의 바람은 시원했고 푸른 하늘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바다가 보이는 절벽같이 가파른 풀밭에서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붙잡으며 풍경을 바라보았다. 멍하니 있던 것도 잠시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당황해서 황급히 둘러보니, 경사가 심한 풀밭에서 아슬아슬하게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관찰하고 있었다. 절벽처럼 위험한 환경이기에 나는 뛰지 못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마음만 급하게 다가갔다.

'갯장구채다.'

식물을 보는 순간 나는 확신했다. 그리고 살짝 웃음이 났다.

'장구 모양 같아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나 봐.'


갯장구채의 꽃잎은 분홍색이었다. 줄기와 잎은 초록색이었으나 꽃잎을 제외하고 전부 많은 털이 나 있어서 듬성듬성 하얗게 보이기도 했다. 특히 꽃밭침에 보라색으로 줄이 들어가 있는 점이 특이했다. 사실 내가 봤을 땐 꽃과 꽃받침의 옆 모양이 장구처럼 생겨서 이름이 그런 줄 알았으나, 줄기가 장구의 '채'를 닮아서 이름이 붙여졌다는 얘기 정도가 있을 뿐 정확한 이유는 찾기 힘들었다.




앞으로도 나는 야생화를 만나러 갈 때 식물의 이름을 듣고 상상할 것이다. 비록 갯장구채라는 이름의 확실한 유래를 찾지 못했지만 정확한 결론이 아니어도 어떤가. 그 과정이 즐거웠는데 말이다. 솔직히 나는 아직도 장구 모양이어서 장구채라는 의심을 하고 있는데, 이런 나만의 작은 고집도 참 우습다.

세밀화를 그리면서도 "장구모양이구만"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피식거렸다. 그리고 잠시 시련을 겪었는데 갯장구채의 털 때문이었다. 털이.. 너무 많았다. 아래 이미지에는 잘 안 보이지만 실제 그림에는 털이 엄청 촘촘히 있다. 털을 다 그렸을 때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헤헤'거리며 좋아했다. 바닷가에서 갯장구채를 만나 그림 완성까지 모든 과정이 힘든 만큼 몇 배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래도 당분간 털 있는 야생화는 피하기로 다짐했다.



다음에 만날 야생화의 이름이 궁금해진다.






바람 부는 바닷가 옆의 털복숭이 갯장구채   <자연바라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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