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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바라기 Sep 26. 2023

01. 그냥 모든 것이 지쳤나 봐

마음의 신호




서울에서 살 때는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일주일을 회사생활과 취미생활, 친구들과의 만남 등으로 꽉꽉 채워 보내야 즐거웠고 그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다. 생각해 보면 정말 부지런했구나. 새벽 6시에 일어나 저녁 6시 퇴근 후 바쁘게 놀고 집에 12시 넘어 들어가서 자고 또 비슷한 매일을 보냈으니 말이다.


가끔 마음에서부터 내게 쉬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현실을 핑계로 외면했다. 솔직히 규칙적인 일상을 깬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의 이 안정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귀찮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터져버렸다. 이번에는 마음의 신호뿐만 아니라 회사도 그만둘 시기라는 느낌이 강렬히 왔다. 그래서 결심했다.


몰라. 그냥 쉬자!!






제주에서 일주일을 쉬려던 것이 한달살이가 되었다. 시간의 여유가 생기자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크게 중요한 생각들은 아니었다. '바다색이 왜 매일 다를까?', '밥 챙겨 먹는 것도 힘들구나', '머리 감지 말까' 등의 소소한 생각으로 보내던 시간은 어느 순간 나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있었다. 내가 겪던 상황들, 나의 선택, 그리고 내 행동들... 이렇게까지 나 자신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싶다. 그렇게 나에 대한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며 거대해졌고 차분히 정리해 보니 하나의 결론이 났다.


그냥 모든 것이 지쳤나 봐.






혼자 앉아서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자연바라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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