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하던 생각이었다. 이번에 제주를 한 달 여행하면서 그 생각이 더 진해졌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디서 살아보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새로운 곳에서 살게 되면 아는 사람이 없기에 여자 혼자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다음은현실적으로 직장을 구해야한다는점이 떠올랐다. 결국사람이 꽤 살면서 도시느낌이 나고 자연도 좀 있는 곳이었으면좋겠다는 건데, 이건 서울이 아닌가. 하지만 서울은 벗어나고 싶고... 그래서 떠오른 것이 부산이었다. 진지하게 생각할수록 걸리는 것이 많았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완벽한 계획이란 없고, 큰 목표를 위해 자잘한 것은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나였기에 가능한 무시였다.
고민 끝에 제주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부산으로 가자는 생각이 확고해질 무렵 장소가 제주로 바뀌게 되었다.여러 고민이 있었지만가장 큰 이유는 웃기게도 한 남자 때문이었다. 그 남자도 서울에서 살다가 제주에 쉬러 왔고 우린 우연히 만나서 눈이 맞아버렸다. 서울에서 만났다면 절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 같던 남자였다. 그리고 이 남자를 만나고 알았다. 나는 남자 목소리에 반한다는 것을.. 홍대에서 꽤 유명한 롹커였던 그는 아름답고 낭만이 가득한 바다에서 기타를 치며 나에게 노래를 불러주었고, 난 넘어갔고, 그렇게 지금의 내 남편이 되었다.
제주살이를 결심하고 나니 행동력이 과감한 편이었던 나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빠르게 운전면허를 따고 빠르게 산 중고차에 옷 몇 가지와 코펠 하나를 챙겨 제주로 내려왔다. 이때는 지금의 남편과 연인시절이었기에 나만의 집을 계약했고, 내 인생 처음으로 혼자만의 공간을 갖게 되었다. 아는 사람이라곤 롹커 한 명뿐인 익숙하지 않은 환경의 제주는 나에게 많은 감정을 안겨주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내 마음을 가득 채운 것은 시원한 자유라는 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