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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Oct 01. 2018

가을날, 미술관 가기 전에 보면 좋은 책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가을날, 미술관 가기 전에 보면 좋은 책

-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가을이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일 년의 후반부에 새로운 모험을 하거나 열정적인 사랑을 시작해야 할 것만 같다. 그러나 맘처럼 되지 않는다. 현실은 다람쥐 쳇바퀴처럼 도는 일상이 반복될 뿐이다. 일터와 집을 오가는 정해진 일과, 홀로 보내는 저녁 시간, 쓸쓸한 주말. 그럴 때면, 조금은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미술관에 가고 싶어 진다. 그곳에 가면 몇몇 작품이 나에게 말을 걸어준다. 어떤 작품들은 거짓말처럼 나와 똑같은 감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지독한 슬픔, 깊은 짝사랑, 좌절과 실망까지. 그런 작품들을 보며 나는 위안을 얻는다. 그런데 누군가 예술을 접하는 행위가 어떻게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지 설명해보라고 하면, 입을 꼭 다물고 말 것만 같다. 이처럼 설명하기 모호한 어려운 이유를 알랭 드 보통은 <영혼의 미술관>에서는 쉽고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숲>, 1950년


<영혼의 미술관>의 원제는 ‘Art as Therapy’다. 슬픔을 느낄 때, 우리는 치료법을 찾는다. 알랭 드 보통은 예술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종종 슬픔이 우리 자신만의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실은, 슬픔은 인생의 계약서에 이미 쓰여 있는지도 모른다. 위대한 작가들은 예로부터 예민한 감수성에서 비롯된 거대한 슬픔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왔다. 검은색과 회색의 석판, 긁힌 자국이나 물감의 튀긴 자국, 피로 범벅이 된 인체의 형상, 말라비틀어진 조각상 등에는 작가의 철학이 담겨 있다. 때때로 그걸 보는 사람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한한 공감을 느끼고는 한다. 미술관의 작품은 감상하는 사람의 눈을 보며 한없는 지지를 보낸다.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화가의 감성이 우리의 감성과 맞닿을 때, 우리는 누군가는 나를 이해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감동을 받는다.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 판스워스 하우스, 플레이노, 일리노이, 1951년


또한, 알랭 드 보통은 예술이 영혼이 바르게 균형을 잡도록 도와준다고 말한다. 예컨대, 매너리즘에 빠진 노르웨이 공무원에게는 화려한 멕시코의 대성당을 감상하는 일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산만하고 민감한 사람에게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단정한 인테리어를 접하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취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알랭 드 보통의 글을 읽다 보면, 왜 현대인들이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를 선호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오늘날, 과도한 물욕과 경쟁의식이 건강을 해치고 정신을 피폐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좀 더 가벼운 것, 단순한 것을 찾아가면서 영혼의 균형을 회복하고자 한다. 필요하지 않은 것을 배제한 예술은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마음의 중심을 잡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다.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녹턴: 배터시 강>, 1878년


그뿐 아니라, 알랭 드 보통은 예술이 사람들에게 무심히 지나쳤던 것을 다시금 눈여겨보게 해준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세잔이 아스파라거스 다발을 그리기 전까지, 대부분 사람들은 이 재료의 미학적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다. 또한, 책에서 인용되었듯, 오스카 와일드는 ‘휘슬러가 안개를 그리기 전까지 런던엔 안개가 없었다’는 명언을 남겼다. 휘슬러의 작품을 보고 비로소 런던 사람들은 환경을 다르게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부엌에서의 요리, 출근길의 커피 한 잔, 편의점에서 읽는 신문 등은 평범하고 따분한 소재일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러한 일상을 기록하고, 붓을 들어 그리고, 사진을 찍어 예술로 승격시킨다. 예술가들은 바로 이렇게 남들이 보지 못하는 사물의 가치를 알아내는 선구자들이다.



알랭 드 보통, <영혼의 미술관>, 문학동네, 2013년


오늘날, 예술을 좋아한다는 것은 남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고상한 취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한 취미를 이야기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예술이 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지 설명할 명분을 찾지 못해서일지 모른다. 각박한 현실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는 지나치게 낭만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불안을 일으킨다.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굳이 그런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미술이 사람들의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고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데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주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각국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제시하여 보는 재미도 더하고 있다. 만약, 산책하기 좋은 가을날, 예술로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고 나서 미술관에 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작가의 말을 떠올리며, 영혼을 치유하는 과정으로서 작품들을 감상하는 시간을 경험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트렉처 에디터_양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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