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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Sep 29. 2019

A Line Made By Walking

작가 Richard Long

https://artlecture.com/article/1054/#A-Line-Made-By-Walking

 England, 1967



넓은 들판 위에 곧게 뻗은 직선. 바로 대학교 첫해 개념미술 강의때 프로젝터 화면에서 처음 보고, 곧 테이트 미술관에서 사진으로 만났던 이 작품은, 잔디깎이나 페인트가 아닌 작가의 걸음으로 만들었다는 교수님의 설명과 함께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리차드 롱 (Richard Long)의 대표작 <A Line Made By Walking>(걸음으로서 생긴 선) 이였다.



제목 그대로 롱이 같은 걸음으로 잔디를 밟고 또 밟으며 들판에 새긴 선으로, 일상적으로 산책을 즐기는 작가가 조각작업의 한계를 스튜디오 바깥으로 가지고 나간 의미있는 작품이다. 1945년생 영국 브리스톨 출신의 롱은 영국의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을 자주 방문하며, 산책길에서 돌, 흙, 나무조각 등을 모으고 옮기며 재배열하며 방대한 자연의 스케일에 비해 작기만 한 인간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작업이 이루어진 67년, 당시 그는 재학중이던 세인트마틴 대학에서 고향 브리스톨로 몇번의 히치하이킹과 도보를 통해 가는 중이었다. 윌트셔 어딘가의 들판에서 잠시 쉬며 롱은 잔디 위에서 앞뒤로 반복적으로 걸었고, 눌린 잔디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았다.



이 작품에서, 그리고 후의 작품들에서 리차드 롱의 작업요소는 위치, 행위, 그리고 기록으로 이뤄진다. 전통적인 조각작품이 건물이나 특정 장소에 어떠한 대상이나 작가의 상상을 주인공으로 탄생시키는 행위라면, 롱의 조각은 설치위치 안에서 이미 존재하는 재료 본래의 모습을 이용해 자연에 반하지 않는 조용한 하모니를 이룬다.



사진 덕분에 이 풀밭의 자국은 작품이 되었지만, 현실에서 <A Line Made By Walking>을 본 이들에게 이 들판에 생긴 자국은 어떻게 보였을까? 특별히 눈치 못챘을수도 있다. 롱의 작품들은 현실에서 익명이고, 누군가 알아본다 하더라도 인공적이지 않은 재배열된 자연의 모습은 풀이 자라고, 바람이 불고, 파도가 휩쓸리고, 다른 등산객들의 발길에 차이는 ‘시간’에 순순히 응하며 사라진다. 그리고 작품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갤러리와 관람객에 작가는 작품의 기념적인 순간을 포착한 사진과, 짤막한 캡션 혹은 제목과 함께 간접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2012년 인터뷰에서 그는 이런 작업과정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There is a point of view," he says, "that if you go into the landscape you should only leave footprints and take photographs. The other extreme is making monuments. I have no interest in making monuments. But I think there is a fascinating territory between those two positions. I can move things from place to place. I can manipulate the world by leaving stones on the road. And they don't disappear because the stone is still in the world – but completely anonymously."



그는 말했다, “자연에 있을때는 오직 발자국만을 남기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 반대로는 기념비를 만들죠. 저는 기념비를 제작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두가지 관념이 그리고 있는 포지션 사이에 굉장히 흥미로운 영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물질을 옮길 수 있습니다. 길 위에 돌들을 놓으면서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죠. 그리고 그 돌들은 세상에서 완전한 익명으로 존재하며, 사라지지 않습니다.”



한 자리를 지키는 기념비를 제작하는 것에 비해 롱의 작업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길고, 날씨나 외부환경에 의한 불변도 많기에 작품을 위한 노동력이 더 많게 느껴질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연을 소유할 마음이 없다. 그는 그 장소에서 경험하고, 그것을 기록할 뿐이다. 들판을 걷고, 돌을 옮긴 흔적이 사라지더라도 그의 행동은 자연으로 되돌아가며 순리를 이어나간다. 그렇기에 그는 작업의 무의미함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연을 통해 표현하고 보여줄 수 있다. 지금도 그는 여전히 걸으며 세상과 대화하고 있다.



Midday Muezzin Line, Siwa Egypt, 2006


                    

참고자료



작가 공식 홈페이지 http://www.richardlong.org



테이트 미술관 작품소개 페이지 

https://www.tate.org.uk/art/artworks/long-a-line-made-by-walking-p07149


아트지 작품소개 https://www.artsy.net/artwork/richard-long-a-line-made-by-walking



가디언 인터뷰 Richard Long: 'It was the swinging 60s. To be walking lines in fields was a bit different’ (리차드 롱: ‘그때는 스윙 재즈의 60년대였다. 당시에 들판에서 걷는다는 것은 조금 다른 행위였다.)



https://www.theguardian.com/artanddesign/2012/jun/15/richard-long-swinging-60s-interview


아트스토리 https://www.theartstory.org/artist/long-richard/




글_아트렉처 에디터_조혜연


Artlec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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