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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Jun 01. 2020

원시림을 망치러 온 코끼리의 구원자

https://artlecture.com/article/1675


‘브라질리언 왁싱은몸을 매끄럽게만든다. 그것은 오늘날의위생강제를 체현한다. 바타유는 에로틱한 것의본질이 더러움에있다고 보았다. 이에 따르면 위생강제는에로틱한 것의종말이다. 더러운 에로틱한것이 깨끗한포르노그래피로 대체된다. 제모된 피부는 포르노그래피에적합한 매끄러움을몸에 부여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매끄러움은순결하고 깨끗하게느껴진다. 청결과 위생에사로잡힌 오늘날의사회는 부정성의모든 형태에대해 역겨움을느끼는 긍정사회다. ‘ (p.21 아름다움의 구원)


Amazon screen shot © LG




아름다움의구원 저자인한병철은 스마트폰이매끄러움의 미학을좇는다 말한다. 그는 LG의 스마트폰 지플렉스G Flex를 제시하며 안쪽으로 휘어진 형태가 몸에 완벽히 밀착되기에 이는 밀착성과 무저항성을 자아내며 매끄러움의 미학인 본질적 특징은 바로 이 곳에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기기의 외관뿐만 아니라, 디지털 세계의 소통또한 매끄럽게다듬어진 것처럼느껴진다.


이곳에 부정적인것들은 제거된다. 가속화된 소통에 방해가되기 때문이다.


이중심에는 플라스틱이있다. 플라스틱의 어원은‘플라스티코스’ 라는 고대 그리스어에서왔다. ‘빚어낸다’ 라는 뜻이다. 플라스틱은 물질을 녹여준비된 금형에넣어 형태를만들고, 그것을 식혀완성한다. 강인한 매끄러운형태의 플라스틱은그대로 수백년을간다. 지구의 섭리중 중요한기능이 순환인데플라스틱은 자연순환이 불가능하다는데문제가 있다.




1. 원시림을 망치러  코끼리의 구원자


19세기 당구공의 재료는 상아였다. 상아는 당구공 뿐 만 아니라,  장식품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빗, 단추, 동양에선 도장 등으로 가공되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아프리카 코끼리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소재 확보에 어려움이 생기자 당구 업체를 중심으로 ‘상아를 대체할 물질’을 찾기 시작했다. 


1869년 인쇄공 출신 발명가 하이아트는 여러번의 실험 끝에 녹나무(Camphor Tree)에서 추출한 화학 성분인 ‘장뇌’(물파스 성분)와 니트로셀룰로오스를 알코올에 넣어 혼합해 만든 ‘셀룰로이드’ 발명에 성공했다. 이 성분은 90도 정도에서 연화해 그동안 동물 뼈, 철, 나무 등을 소재로 만든 수많은 일상 용품을 대량 생산하는 길을 열어 주었다.  하이아트를 시작으로 1907년 미국 화학자 베이클랜드가 페놀 수지 합성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플라스틱의 탄생을 알린다. 플라스틱은 아프리카 코끼리의 구원자가 되었고 아마존 원시림 파괴 속도를 늦추는 신세계의 군주가 되었다.



 

2.볕에 쪼개진 용병 ‘마이크로 플라스틱


미 해양교육협회(SEA)가 캘리포니아 대학 및 조지아 대학과 실시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1950년대 대량 생산의 시대가 열린 이래로 90억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됐다.


이는 코끼리 10억 마리의 무게에 달하는 수치이며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2050년까지 약 120억 톤이 매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무게의 3만 5,000배에 달하는 양이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플라스틱의 유해성이 보고되고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동물들의 사체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바다와 강물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일회용기나 포장용 비닐, 비닐봉지가 집중적인 주목을 받는 동안, 미세 플라스틱을 배출하고 있는 주인공이 있는데 바로 우리가 입고 있는 합성 섬유이다. ((p.22 이러다 지구에 플라스틱만 남겠어)


세탁 후 하수처리장에 모인 오수에 마이크로 섬유는 최대 40퍼센트 정도가 걸러지지 않은 채 강을 통해 바다에 합류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가디언>이 인용한 다른 논문에서는 전 세계 해안의 바닷물에서 발견되는 인공 파편들의 85퍼센트가 합성제품에서 나온 마이크로 섬유 조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세탁할 때마다 합성섬유로부터 마이크로 섬유 조각들이 떨어져나오며, 마지막엔 바다와 강물에 축적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p.25)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태양광에 의해 잘게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고,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은 해산물, 천일염, 수돗물 등을 통해 인간의 식탁에 오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으며 최근에는 혈액에 침투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 서지수



3.언데드의 시간  


‘군주의 일부를 이루는 용맹한 용병들은 어느 도처에서나 잠식하게 되었다. 볕에 쪼개진 용병들은 각각 흙, 지하수, 시냇물, 강물, 바다로 잠식되어 언데드의 시간을 이룬다. 잠식된 언데드의 데이터는 시대의 그물이 되어 시간의 감옥이 되거나 바닷새들의 발목을 옭아매 굶겨 죽이는 역할을 한다. 생분해가 되지 않는 플라스틱이 일으키는 화학작용은 언데드에 입각한 디지털 세상이며 매끄러운 소통으로 대체된다.’


플라스틱은 디지털 파놉티콘처럼 우리 세상을 팽배한다. 의식주 모두 플라스틱으로 도포되어 있으며 자본의 산물인 지폐에도 위조 방지를 위한 플라스틱 소재가 들어간다. 노트북, 책상, 손잡이 등 모든 것이 플라스틱으로 도배되었으며 오늘날 사람은 플라스틱 없이 살지 못하게 되었다.


녹슬지 않고 원하는 모든 물건을 만들어 내며 우리 생활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는 인류 최대 발명품 플라스틱은 배타적이다. 철공소, 목공소는 존재하나 플라스틱 공방은 존재하지 않는다.


플라스틱에서 파생되는 ‘환경호르몬’ 내분비계 장애물질(endocrine disruptor)은 신체에 작용하여 사람을 포함한 많은 동물들에 생식, 생장, 면역 등을 저해하며 발암물질로도 작용한다. 전체적으로 토양과 해저에서 산소와 기타 영양물질의 이동을 저해하여 생물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플라스틱은 편리하고 매끈하며 내구성이 탄탄하고 쉽게 분해되지 않는 (언데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우리 삶에 밀접히 스며들어 기술을 증진시키고 윤택한 삶을 도모하고 있다. 반면, 이것에서 파생되는 작은 입자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채 신체에 스며들어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오늘날 몸은 위기에 처해 있다. 몸은 포르노그래피적인 신체 부위들로 분해될 뿐만 아니라, 디지털화된 데이터 기록들로 변환된다. 생명을 측정하고 정량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디지털 시대 전체를 지배한다. 사람들은 몸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는 디지털 센서들을 몸에 부착한다. 이 운동은 몸을 통제받고 감시받는 스크린으로 변화시킨다. 수집된 데이터들은 네트워크로 수록되고 교환된다. 데이터주의는 몸을 데이터로 해체하고, 데이터화할 수 있게 바꾼다. (p.27 아름다움의 구원)


플라스틱은 오늘날 인간 몸에 부착되어 몸과 생활에 대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추적해 수집하여 이를 분석하는 기술로 변모하는, 신체의 다양한 반응과 일상을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하는 웨어러블 기기로 변모했다. 플라스틱을 이용한 고도의 개발 속에 인간은 마이크로 플라스틱으로 쪼개져 지각 없는 언데드의 바다를 유랑한다.


한 때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우는 인터넷은 파편으로 오염되어 제 기능을 상실한 언데드의 시간이 되었고 마이크로 입자를 먹고 죽은 바다 거북이는 인식을 상실한 원시림의 코끼리가 되었다.



© 서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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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  한병철. 2016 아름다움의 구원. 도서출판 문지 p. 21 p.27

2.  강신호.2019. 이러다 지구에 플라스틱만 남겠어. 도서출판 북센스 p. 22,p.25

3.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18/10/649377/

4.  http://m.knnews.co.kr/mView.php?idxno=1294751&gubun=

5.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894550&cid=61232&categoryId=61232

송홍규, 오계헌. 2015. 환경미생물학. pp. 253-254. 도서출판 화수목. 

6.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9367746&memberNo=39007078&vType=VERTICAL 





글 아트렉처 에디터_서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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