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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Dec 12. 2020

쿠사마 야요이를 통해 발견하는 우리 안의 무한성

다큐멘터리 영화, <쿠사마 야요이: 무한의 세계>

https://artlecture.com/article/2003


다큐멘터리 영화란, 간단히 말해서 누군가의 삶 자체를 기록하는 것이다. 영화를 위해 새롭게 쓰인 이야기가 아닌, 이미 존재하고 있는 누군가의 삶을 회고하며 그 사람의 삶을 조명한다. 특별히 지어낸 내용이 아니라 있는 그 자체인데도, 누군가에게 깊은 인상과 감정을 남길 수 있는 이야기를 지닌 삶이라니. 그런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볼 때면, 사람들은 은밀한 마음의 울림을 느끼곤 한다. 누군가의 삶을 보면서 감정의 동요가 일어나기도 하고, 어떤 결심을 하게 되기도 하는 것은 참 신기한 현상이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삶의 조건들이 너무도 다른데 말이다. 왜 이럴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각자 다른 경험 속에서 같은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서로가 힘든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경로는 다르지만, ‘힘들다’는 감정과, 극복을 해 나갈 때의 ‘좌절과 기쁨’이라는 감정은 같다. 이렇듯, 같은 감정을 느끼는 서로를 바라보며 닮음을 느끼고 유대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모두 다른 각자이지만서로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충격과 더불어 위로와 용기더 나아가 사랑을 심어줄 쿠사마 야요이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2020년 12월에 개봉되는 쿠사마 야요이무한의 세계는 일본의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 (Kusama Yayoi,1929)의 일대기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물방울’, ‘그물망’, ‘호박’이라는 키워드로 알려져 있는 작가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이런 몇 가지 키워드에 가려진 그의 풍부한 삶을 이야기를 조명하기에, 영화의 제작과 배포가 너무도 반갑게 느껴졌다.





현대 미술의 거장 쿠사마 야요이에게는 여성 아티스트 역대 경매가 1’, ‘국내 미술 경매가 해외 아티스트 중 1’, ‘미술 전시 중 세계 최다 관람객 동원이라는 타이틀이 수식어로 붙는다. 현재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의 유명한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고, 모든 대륙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감독 ‘헤더 렌즈’는 그의 화려한 삶만을 비추기 위해 이 영화를 제작하지 않았다. 감독은 쿠사마는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가발과 색색의 도트 무늬로 유명하지만 나는 쿠사마의 어두웠던 과거를 포함해 성차별인종 차별정신 질환을 극복하고 예술가가 되겠다는 꿈을 좇아온 개척자로의 쿠사마 야요이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헤더 렌즈의 말에서, ‘극복’이라는 키워드에 맞추어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일본인’, ‘여자’, ‘강박 신경증. 이 세 개의 키워드는 쿠사마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그의 정체성이지만, 그를 계속 따라다니며 괴롭힌 타이틀이기도 하다. 정체성을 이루는 것들이 비난과 무시의 근원이 된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영화는 화려한 그의 업적에 가려진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운 그의 삶을 조명한다. 어린 시절, 의부증이 있었던 그의 어머니는 그림들을 모두 빼앗고 아버지를 감시하는 일을 시키곤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라며 강박 신경증이 생긴 쿠사마는 정신적 이상과 감정의 요동을 극복하기 위해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나간다. 그러다, 1950년도 후반에 뉴욕에서의 활동을 시작한다.






1950년대 후반에 뉴욕에서 일본인 여성 작가로서의 활동은곤욕스러운 상황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당시 뉴욕은 백인 남성 예술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여성 딜러조차 여성 작가의 작품을 꺼리는 상황이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굴복하지 않고, 과감하고 주도적인 활동을 펼쳐나가며 매 전시 때마다 미술계에 혁신적인 새로움을 느끼게 할 정도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작품 자체만을 바라보지 않았고, 쿠사마가 동양의 여성 작가라는 타이틀을 씌워 작품을 비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유명 남성 작가들은 그의 작업적 아이디어를 훔쳐, 마치 자신의 작업처럼 전시했고 이목을 끌었다. 또한 비엔날레에서는 초대받지 못해 불법으로 전시를 하기도 했었다. 영화는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수많은 상황 속에서, 정신적 강박으로부터 오는 고통을 어떻게 작품으로 승화시켰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은 전시최초의 동성 결혼식’ 퍼포먼스,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나체 퍼포먼스’ 등 쿠사마의 명작과 더불어 거기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를 소개한다또한 끊임없이 팽창하면서도 자신을 파괴해 나가는 우주에 자기 소멸에 대한 이야기를 더해 무한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업에 대해서도 소개한다거울로 이루어진 방을 만들고 작품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그곳에 들어간 사람들이 진짜 자기가 누구인지 탐구하게 만드는 공간을 만들기도 하고, 자신의 몸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점박 스티커로 자신의 몸을 뒤덮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한다.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그가 말하는 ‘무한성’에 집중해보았으면 한다. 무한성이라는 단어는 ‘한계가 없음’을 뜻한다. 무한히 확장되는 공간무한히 반복되는 이미지 연출 등 시각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그녀의 작업을 통해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의 초점은 과연 시각적인 것에만 있는 것일까일본의 여성 작가로서 수많은 한계와 정신적 질병을 극복하며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쿠사마가 제시하는 무한성은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잠재력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번 겨울, <쿠사마 야요이: 무한의 세계>의 개봉은 쿠사마와 감독 헤더 렌즈가 우리에게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자신 안에 품고 있는 한계를 극복 할 수 있는 힘을 발견하게 되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lkYCu5MR-4I




글 아트렉처 에디터_이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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