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ages, Villages, Faces Places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_Visages, Villages, Faces Places
연출: 아녜스 바르다, 제이알 / 프랑스/ 93분 / 출연 아녜스 바르다(본인), 제이알(본인) 외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했던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은 프랑스 뉴웨이브 운동 주역 중 한 명인 아녜스 바르다 감독과 프랑스 유명 사진작가 JR이 공동연출한 다큐멘터리이다.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를 연출하고 각본을 맡았던 아녜스 바르다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할머니:)’라 불릴 정도로 현존하는 최고의 여성 감독 중 하나이다. 프랑스 누벨바그는 5~60년대 영화사를 장식한 하나의 경향으로서 ‘작가주의’라는 이론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다. (5~60년대 이전) 기존 영화에 대한 대안으로, 작가(감독) 개인이 가지는 영감에 (제작)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당시에 이를 보다 직접적으로 영화에 투영하기 위하여 실내 촬영이 아닌 외부 현장을 중요시 한 경향도 있었다) 이는 초창기 다큐멘터리 작업에 매진했던 (그녀의) 세계관과 맞닿아 보다 풍부한 스타일로 그녀만의 확고한 영화 세계를 확립시킨 계기가 된 것이다.
바르다 작품은 늘 그녀 자신의 체험에 기반을 두어 연출하는 경향이 있다. 어떠한 질서와 프레임에 얽매이기보다, 그녀만의 스타일이 어떻게 진솔하게 영화 속에서 개화하는지 그 과정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특징이 있는 것이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역시 바르다 특유의 미묘한 긴장감과 흐름이 느껴지는데, 이것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간, 경계를 오고 가는 절제와 균형미 속에서 피어나는 ‘우연성’ 때문일지 모른다. (과거의 작품도 그렇지만) 그녀는 일상적인 사건의 흐름과 그것으로부터의 내면적 모습과 풍경을 예측 불가능한 우연성에 기대어 프레임 내 자율성을 새롭게 부여하고자 했다. 이것은 어쩌면 프레임 내부와 바깥에서 드러나는 (사람과 사물이 가진) 원래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연결점을 그녀만의 시각으로 진솔하게 모색해보려는 시도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나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영화는 바르다와 JR이 포토트럭을 함께 타며 (현실의) 프랑스 곳곳을 누비게 된다. 그곳에서 마주하는 일상의 모습과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카메라에 담으며 시작되는 여행 이야기이자 두 감독의 예술적 협업이기도 하다. 물론 작품이 그들만의 협업이긴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삶을 표현하는 다큐멘터리이기에 어느 정도의 균형감을 인지할 필요도 있다. 즉 협업으로 생각하면, 작업은 그들만의 상상력이 담긴 예술작품이지만, 한편으로는 일상 속 사람들과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하여 삶의 진미를 느낄 수 있는 다큐멘터리라는 점도 영화를 보며 잊지 말아야 할 점이다.
사실 누벨바그가 흘러나오는지도 어느덧 50년이 넘어간다. 어쩌면 이제 88세인 아녜스 바르다가 33세인 사진작가 JR과는 사물을 보는 시점 자체가 다를지 모른다. 흥미로운 것은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를 연출했던 당시 그녀의 나이 역시 33세였지만, 이들의 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음을 영화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JR은 사진작가이자 스트릿 아티스트로 여성, 빈민, 이민자 등 소수자를 향한 메시지를 사진과 거리예술로 담아내고 있다. (바르다 역시 성향은 비슷하지만, 방식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즉 스틸사진과 프레임에 감추어진 함축적인 의미를 드러내려는 (그의) 연출 자세와 바르다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추구했던 ‘우연성’을 활기찬 카메라 워크와 편집으로 뒤쫓으며 표현했던 모습과는 다소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것 또한 서두에서 말한 또 다른 긴장과 충돌로 이어지는 (때로는 균형미를 느낄 수 있는) 흥미 있는 요소이며, 이는 이번 영화에도 역시 고스란히 반영된다. 예를 들면,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참여하는 사진 제작과정이 우연히 퍼포먼스 되어 프레임으로 나타나고, 한편으로는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inside out project)라고 쓰인 포토트럭에서 즉석으로 흑백사진을 대형 출력하여 특정 건물과 공간에 전시함으로써 각 공간이 갤러리화되는 장면으로부터 그 차이를 인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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