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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Dec 18. 2018

가장 낮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종

김환기 화백 <하늘과 땅>

아주 차가운 바람은 우리의 숨결이 되어 들숨과 날숨으로 우리 생명 사이를 왔다, 갔다, 움직인다.

그렇다. 그것이 바로 살아있음과 ‘존재 그 자체’라는 것이다.

아주 순수하고 투명하게 ‘있는’ 것들은 자기 자신의 존재를 남에게 설득하거나, 논리정연하게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바로 자연이다. 자연은 자신의 자리에서 말없이 그대로 있다.



김환기 화백은 말했다.



“미술은 철학도 미학도 아니다. 하늘, 바다, 산, 바위처럼 있는 거다.”

김환기화백과 그의 작품


김환기, <하늘과 땅>, 캔버스에 유채, 1973, 리움미술관 소장 (사진 이미지 : 리움 미술관)


김환기 화백의 <하늘과 땅>(1973) 작품 앞에 서면, 찬바람이 빈 공간에서 공명하듯, 관람자를 압도시키는 파장이 울려 퍼진다.그것이 바로 존재와 존재의 만남이다. 그림은 ‘영리한 머리’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분석하고, 쪼개고, 나누는 행위는 오히려 예술의 본질을 망가뜨리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마치 잠자리라는 존재를 알고 싶다 하여 그 생명을 분해하고 쪼개는 행위나 마찬가지이다.


김환기 화백은 그것을 깨우친 듯,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런 생각이 없는 ‘지금’이라는 시간에는 커다란 공간이 생긴다. 그것은 바로 앞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힘이다. 자연을 보고, 외부 세계를 보며, ‘나’와 ‘우리’, 나아가 자연과 세계가 독단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닌, 연결된 하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김환기 화백은 하늘과 땅을 보았지만, 실은 그는 아주 깊은 본인의 내면을 보고 깨달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의 심연의 맑고 깊은 울림, 그것은 점진적으로 그에게서부터 우리로, 나아가 세계로 공명하는 에너지가 된 것이다.


삼성미술관 museum 2 에 전시되어 있는 김환기 화백의 작품.


그의 그림에서는 차고 고요한 바닷바람이 깊게 불어온다. 시원하고 고요한 바닷가에서 바람이 청명한 소리로 넓게 퍼지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가장 낮은 곳에서 종소리가 메아리치듯, 우리에게로 다가온다. 그것은 바로 그의 작품을 통하여 관람자가 자신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순간이며, 나와 우리, 세계가 연결되어있고 하나라는 진리를 마주하는 순간이 된다.


수 만개의 점들 확대 사진


그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셀 수 없이 많은 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점들은 서로 비슷한 듯 다른 모양새로 휘몰아치고 있고, 즉흥적인 특성을 가진 듯 서로 질서정연하게 퍼져나간다. 캔버스의 살짝 거친 질감에 스며든 그의 점들이, 자연스럽게 살랑거리는 흐름들을 만들고, 그 속에서 서로가 모여 커다란 하모니를 만든다. 그 맥락 속에서 그의 몰입, 그의 순간, 불규칙하지만 규칙성을 지니고 있는 역설적인 자연을 볼 수 있다. 작품을 본다는 것은, 형상이라는 것에만 얽매이지 말고, 그 너머의 정신성과 울려 퍼지는 기운을 보는 것이다.

 

삼성미술관 리움 전경 (사진 출처 : leeum 사이트)

 

삼성미술관 리움 (사진 출처 : leeum 사이트)


김환기화백의 <하늘과 땅>은 삼성미술관 리움, Museum2 2층에서 볼 수 있다. 리움 미술관은 작품과 관객, 그리고 자연이 하나로 통하는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2층의 전시실에서 들어오는 자연의 빛, 그리고 그 너머에 우직하게 설치되어있는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보고 그의 깊은 심연과 고요한 바람소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트렉처 에디터&작가_박하리(https://artlecture.com/hari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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